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22일 조회사에서 논란이 된 시사기획창 ‘태양광 사업 복마전’(6월18일 방송)편을 두고 야당이 국회에 출석해 해명하라는 요구에 “뉴스와 프로그램은 정치공방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면서 반대의 뜻을 재차 밝혔다.

24일 발간한 KBS 사보에 따르면 양 사장은 “국회 과방위로부터 2차례 걸쳐 출석 요청을 받고 고심했다. 특정 프로그램 문제로 KBS 사장이 출석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처음엔, 출석해서 의혹을 해명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중략)…출석해서 최대한 해명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편할 수 있겠지만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문제가 있을 경우 법과 규정에 따라 편성위원회, 노사 공방위, 언론중재위원회 등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사장은 청와대가 정정 보도와 사과방송을 요구했다고 하고 재방송이 결방되면서 외압설이 인 것에도 “사실 이번 시사기획창 문제의 본질은 제작 자율성과 데스킹 문제”라고 일축했다.

양 사장은 “이미 회사 입장문에서 밝힌 것처럼 공식 브리핑이나 출입기자를 통한 사전 고지를 제외하고 어떤 비공식적 연락도 외압도 없었다”며 “과거의 경험과 눈으로 보면 외압을 의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지금은 청와대와 KBS 관계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사기획창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은 방송 이후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사과방송까지 요구한 뒤 재방송이 결방돼 외압설이 일었다. 다른 한편 반론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실 취재 논란까지 더해져 내부에서도 외압설 대 부실취재 논란으로 갈등이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양 사장이 직접 외압설을 부인했다.

양 사장은 “이번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을 보장받고 제작됐다. 하지만 취재윤리, 제작가이드라인, 심의 규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데스킹 과정에 허술함이 없었는지 반드시 돌아봐야 하겠다”며 사실상 방송의 완결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양 사장은 방송 사고 재발 방지 특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KBS는 자유한국당 로고와 ‘안 뽑는다’는 문구가 조합된 그래픽을 방송에 내보내 사과했다.

양 사장은 “오랜 기간의 공백으로 우리가 충분히 실력을 축적하지 못한 결과, 몇몇 시행착오와 실수가 있었다”며 “물론 구성원 개개인의 전문성과 KBS의 전반적 실력이 점점 향상 돼 가고 있음을 본다. 하지만 전문성이 더 깊어지고 최대한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더 치열해져야 KBS의 신뢰도가 상승한다고 본다. 이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시청자의 신뢰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말했다.

▲ 양승동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양승동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양 사장이 특별히 조회사로 논란이 되는 문제에 입장을 밝힌 것은 내부 동요와 갈등을 막기 위한 단속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비상경영계획을 두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구조조정 얘기가 나온다. 비상경영계획에는 63개 예산 절감 목록에 약 600억여원 비용 감축안이 담겨 있다. 

이에 양 사장은 “이 안은 KBS가 이대로 가다가는 외부로부터 구조조정 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았다”며 “KBS가 당면한 구조적인 재정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반드시 실행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혁신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심각한 위기를 돌파하려면 정치논리나 내부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유한국당 로고와 ‘안 뽑는다’는 문구가 조합된 그래픽을 내보낸 뒤 한국당은 KBS와 ‘전쟁’을 선언하면서 KBS 안팎으로 시끄러운 분위기다. 한국당은 25일 당원 5000명을 동원해 수신료 거부 운동 출정식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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