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결혼이주여성 어떻게 비난 대상 됐나
유튜브에서 결혼이주여성 어떻게 비난 대상 됐나
[민언련 유튜브 보고서]

민언련은 2019년 5월부터 5개월 간 시범적으로 성 평등과 이주민, 난민 등에 대한 허위조작정보나 혐오표현과 관련된 유튜브 게시물을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그 두번째 보고서로 이른바 최근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관련 유튜브 게시물을 모니터한 결과를 발표합니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폭행당했다는 소식이 전했졌을 때, 언론 보도는 당연히 폭력은 안된다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이후 SNS를 통해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관련된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이를 퍼나르며 무분별한 2차가해가 쏟아졌습니다. 

소문의 시작은 폭행 가해자인 남편의 전 부인이 인터넷에 쓴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부인의 주장은 앞뒤 맥락이 생략된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사실인지 밝혀지지도 않았습니다. 만약 사실이더라도 이 사건과는 관련 없는 사생활일 뿐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가정폭력이고, 혼인 전의 사건으로 현재의 가정폭력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약자를 향한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 부인의 일방적 폭로가 나온 이후로 피해 여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특히, 유튜브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소문이 크게 퍼졌고 이는 베트남 이주여성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습니다. 어느새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본질은 흐려졌고, 혐오만 남은 것입니다. 

통제불능 루머확성기, 유튜브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키워드 검색 방식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이번 가정폭력 사건 관련 영상을 모니터했습니다. 7월 6일부터 15일일까지 ‘베트남 폭행’, ‘이주여성 폭행’, ‘영암 폭행’ 등 총 3개의 키워드로 검색된 129건의 영상을 모두 확인했습니다. 언론사가 만든 뉴스 영상은 제외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폭로가 나온 9일 전과 후의 차이입니다. 전 부인의 비방 글 게시 전 업로드 된 영상에서는 폭행 장면을 그대로 게시하거나, 해당 사건을 소개하는 내용이 다수였습니다. 7일 <뉴스에 나온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 장면>란 제목으로 폭행 영상 원본을 그대로 게시한 영상이 일례입니다. <베트남 아내 폭행??? 이런 개X은 일이..같은 남자로써 죄송합니다>(7월7일)와 같이 가해 남성을 비판하고, 강한 분노를 표출하는 영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9일 이후로 유튜브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폭행 영상과 사건 소개, 가해 남성을 비판하는 영상은 줄어든 반면, 피해 여성을 비방하는 영상은 1건에서 27건으로 폭증했습니다. <베트남 여성폭행 충격적인 진실...남편은 피해자였다>(7월10일)과 같이 전 부인의 비방 글을 ‘진실’로 단정 짓는 영상, 이를 근거로 피해 여성을 향해 악질적인 비난을 쏟아 내는 영상 <소름; 전부인이 폭로한 베트남 아내의 노림수>(7월10일) 들이 줄지어 올라왔습니다. 베트남 이주여성을 비방하는 이 27건의 유튜브 영상의 총 조회수는 21만 7천 회였습니다.

▲ ‘베트남 폭행’, ‘이주여성 폭행’, ‘영암 폭행’ 키워드로 추출된 유튜브 영상.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베트남 폭행’, ‘이주여성 폭행’, ‘영암 폭행’ 키워드로 추출된 유튜브 영상.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사건의 본질은 ‘가정폭력’인데…

▲ 폭행 사건 관련 피해 여성을 비방하는 유튜브 영상 내용.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폭행 사건 관련 피해 여성을 비방하는 유튜브 영상 내용.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가정폭력이라는 본질이 사라진 곳엔 억측과 비방, 인종차별 표현들로 채워졌습니다. 유튜버들은 비방 글을 사실로 단정 짓고 피해 여성을 비난했습니다. <소름; 전부인이 폭로한 베트남 아내의 노림수>(7월10일)라는 영상에선 비방 글의 내용을 전한 다음 피해 여성을 “가정파탄범”이라 맹비난했습니다. 다른 영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그림을 최고급 액자에 끼우는 과정 (베트남 부인 폭행사건)(7월12일)는 전 부인 주장을 소개한 뒤 피해 여성을 비난하고, “저는 이 영주권 반대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베트남부인 폭행사건은 기획된 결혼사기! 기획이혼!>(7월9일) 도, 전 부인의 글을 근거로 “둘다 똑같어 남자도 깡패새끼고 여자도 사기꾼이야”라고 말했습니다. 

거듭해서 말하지만, 비방 글은 전 부인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설령 사실이더라도 이번 가정폭력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어느 경우에도 가해 남성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가해 남성은 피해 여성을 폭행해 전치 4주의 중상을 입혔습니다. 당시 피해 여성의 곁에는 두 살배기 아들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가해 남성은 평소에도 상습적으로 피해 여성을 폭행했습니다. 모두 공식적으로 발표된 경찰 조사 내용입니다. 무슨 이유가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히는 범죄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근거 없는 비방 글로, 피해 여성을 가해 남성과 동등한 취급을 하는 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일에 불과합니다. 

동남아 이주 여성 혐오로 번지는 발언들

▲ 폭행 사건 관련 유튜브 영상의 결혼이주여성 혐오 발언.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폭행 사건 관련 유튜브 영상의 결혼이주여성 혐오 발언.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더욱 우려되는 것은 유튜브 영상의 내용이 피해 여성 개인에 대한 비난뿐 아니라, 동남아 이주 여성 전체를 향한 혐오 발언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베트남 이주 여성 VS 전부인] 여러분은 어느 분 손을 들어주실 겁니까?>(7월10일)란 영상은 “요즘 이걸 떼어가는 베트남 여성이 많다고 합니다”라고 말한 뒤 진단서 캡쳐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베트남 여성들이 일부러 폭행을 유도해 진단서를 받아낸 뒤 ‘기획 이혼’을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이 유튜버는 “제발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서 그녀가 여러분을 때리게끔 만들어도 절대 때려서는 안됩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 이주여성 가정폭력 사건관련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 이주여성 가정폭력 사건관련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베트남 여성폭행 충격적인 진실...남편은 피해자였다>(7월10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튜버는 이번 사건을 “오히려 동남아 이주여성들이 한국 남성을 타겟으로 벌이고 있는 그들만의 얄팍하고 비열한 꼼수가 만천하에 드러난 사건”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KOR의 허점을 이용한 그녀들의 공식과 나름의 해법으로 베트남 이주 여성 폭행사건 관련 마무리>(7월13일)란 영상은 “못된 베트남 여성들 공식”을 알려주겠다며 ‘기획 이혼’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해결책’이라며 이주 여성에 대한 차별, 폭력, 그리고 고립을 유도하는 행동을 아래와 같이 종용합니다. 

“셋째 결혼을 하시면 베트남에서 하시고 베트남에서 사시면서 한국에는 혼인신고하지 마세요. 그래도 한국에서 결혼해서 살게 되면 양육권은 꼭 남편분이 가지시기 바랍니다. 넷째 혹시 신부가 도발한다던지 남편분 화를 북돋아 폭발하게끔 자꾸 하면 이거 세팅이다 생각하고 그 자리를 피해서 순간을 모면하세요. 다섯 번째 다문화센터가면 못된 것을 배우게 될 확률이 높으니까 시간을 가지고 직접 한국말을 가르쳐주면서 정도 쌓고 하세요 여섯째 이왕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면 잘해줘가지고 착한 바이러스를 심어주세요” 

‘기획 이혼’? 폭행 피해를 알리기도 어려워

유튜버들의 발언처럼 이주 여성이 일부러 폭행을 당한 뒤 이혼해 국적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 여성의 42.1%가 가정 폭력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중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31%에 그쳤습니다. 이주 여성들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이유로 ‘아무 효과도 없을 것 같아서’(7.6%),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라서(7.6%)’라 답했습니다. 이주 여성이 두 명 중 한 명꼴로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폭행을 당하더라도 상당수의 여성들은 그 피해를 알리지 못합니다. 브로커를 통해 폭행을 치밀하게 기획하고 이를 빌미로 이혼한다는 낭설은 이주 여성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 이주 여성의 가정 폭력 경험 중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경험과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이유. 출처=국가인권위원회
▲ 이주 여성의 가정 폭력 경험 중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경험과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이유. 출처=국가인권위원회

폭행 사실로 남편을 협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주 여성의 한국 체류자격이 남편에게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 법무부는 결혼여성의 체류기간 연장 때 배우자의 신원보증서를 제출하게 하는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그러나 문서 제출이 없어진 뒤에도, 여전히 남편이 동행하지 않거나 등본이 없으면 체류 허가를 연장받기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 국가인권위의 실태조사에서 가정폭력을 겪고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를 여성의 체류 기간으로 나눠 모아보면, 한국거주기간 1년 이상 3년 미만의 여성들은 ‘체류자격이 불안정해질까 두려워서(9.8%)’를 2위로 꼽았습니다.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는 명확합니다. 남편이 자신의 아내인 이주여성을 폭행했고, 이주여성은 가정폭력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많은 이주 여성들이 피해 여성과 같은 가정폭력을 겪고 있습니다. 피해 여성을 보호하고 가해 남성을 처벌하는 건 물론,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을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었습니다. 이주 여성의 인권 보호가 공론화되어야할 때이지만, 오히려 이주 여성의 사생활이 공개되고 공개적인 비난을 받는 등의 인권 침해가 벌어졌습니다. 이것이 2019년 한국 사회의 유튜브 소비 실태입니다. 

유튜브는 그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고, 언론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으나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의 경우, 언론보도준칙에 따라 개인의 인격권(명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되며, 범죄 발생의 원인이 피해자 측에 있는 것처럼 묘사해선 안 됩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수십만 명의 독자를 향해 정보를 생산하고 여론을 형성하면서도 어떠한 책임도지지 않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7월6일~15일.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
※ 문의 : 엄재희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이다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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