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기획창’ 외압 논란이 ‘나비효과’를 불렀다.
 
발단은 정부의 태양광 사업을 비판한 ‘시사기획 창’의 재방송 불가 결정 이후 불거진 외압 논란이다. 국회는 이 문제에 대한 양승동 KBS 사장 업무보고에 합의했으나 양승동 사장은 두 차례 출석하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한국당은 연일 KBS가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 정당한 요청을 무시했다며 성토하고 있다. 한국당은 15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규탄 발언을 쏟아내고 회의를 보이콧 했으며 19일 과방위 의원들 기자회견, 전체회의 때 규탄발언을 통해 청문회를 요구했다. 이날 전체회의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KBS가 출석해 해명하면 되는 일이라며 불출석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한국당은 지난 18일 누리꾼이 일장기에 한국당 로고를 넣은 영상을 KBS가 보도한 사실을 문제제기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연일 당 지도부가 이 문제를 언급했고 25일 수신료 거부운동 행동까지 준비하고 있다.
 
▲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실 피감기관 좌석. 사진=김용욱 기자.
▲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실 피감기관 좌석. 사진=김용욱 기자.

KBS는 개별 현안에 대한 사장 출석 요구는 전례도 없고 방송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방송협회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훼손을 초래할 수 있는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무리한 출석 요구”라고 지적했다. KBS 시청자위원회도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언론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KBS는 국회 과방위의 피감기관으로서 국회의원들의 요청에 성실히 답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방송사라는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국정감사, 결산심사 외에 KBS 사장이 개별 현안으로 국회에 출석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지난 정부 때 불거진 공영방송 문제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가 아닌 때는 주로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질의를 해야 했다. 

그러나 개별 현안에 대한 국회 출석 요구 자체를 부당하다고 보긴 힘들다. KBS의 이번 대응이 자칫하면 향후 KBS 보도에 매우 심각한 외압과 침해가 있을 때 국회가 나설 수 없게 하는 ‘근거’가 될 우려가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국회의 권한에는 공영방송 사장에게 질의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돼 있고 개별프로그램의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강원도 산불 당시 재난방송을 제대로 못했고 허위 방송도 했다. 만일 이런 문제에 KBS 내부 대응절차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회가 질의할 수도 있다”고 했다.

 
▲ KBS 본관 앞에 도열해 규탄 구호를 외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진=금준경 기자.
▲ KBS 본관 앞에 도열해 규탄 구호를 외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진=금준경 기자.

김동찬 처장은 “다만 이번 사안은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사장이 개입하지 않는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조사가 끝나고 이사회, 시청자위원회에 보고한 후 사장이 조치할 텐데 국회가 이 조치에 대한 질의는 할 수 있지만 문제가 터지자마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논란 이후 KBS는 공정방송위원회, 보도위원회 등을 개최했고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사안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 같은 절차가 무력화된 상황이라면 국회의 개입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언제나 야당은 KBS를 여당의 방송으로 보고 문제가 있으면 출석시키려 하는데 정치권 스스로가 구성한 이사회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 뒤 “KBS는 사안에 대한 설명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국회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국회는 이런 식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KBS가 설명을 하는 장치를 만들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국당이 과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한 일에 대한 반성 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지난 19일 한국당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오히려 한국당이 장악했을 때 방송장악이 더욱 심각했다. (해당 방송은) 불방된 게 아니라 재방송을 안 한 거고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방송을 막은 것처럼 다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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