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자유한국당은 ‘에너지정책 파탄 및 비리 규명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름처럼 이 특위는 자유한국당이 진행해 온 탈원전 정책 반대 운동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원전정책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 특별위원회’나 ‘재앙적 탈원전 저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특별위원회’ 같은 긴 이름의 특별위원회를 수차례 만들어왔다. 흔히 정당에서 만드는 특위는 ‘진상 규명’이나 ‘대책 마련’ 같은 이름이 붙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이들 위원회를 통해 진상이 규명되거나 대책이 마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각종 발언으로 정치 공세만 강화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에 만들어진 특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특위 발족에 맞춰 진행된 1차 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전 기술은 이승만 대통령이 63년 전에 대한민국이 먹고 살 비전이라고 시작했다”는 말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1956년 이승만 대통령 당시 미국의 차관으로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했지만 ‘원전’을 도입한 것은 아니다.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발전소가 영국에 건설되었지만, 사실상 시험 단계였기에 이를 ‘대한민국이 먹고 살 비전’이라고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나경원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 때 고리 1호기를 7년 만에 건설하고 원전 5대 강국이 됐다”며 핵발전과 박 대통령을 연관 지었다. 박 대통령이 만든 핵기술을 문재인 대통령이 무너뜨렸다는 논리를 펴기 위함이다.

▲ 7월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에너지정책파탄 및 비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위원장을 맡은 김기선 의원(왼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7월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에너지정책파탄 및 비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위원장을 맡은 김기선 의원(왼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럼 박정희 대통령은 핵발전소 건설만 외쳤을까? 아니다. 1978년 2월,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동력자원부 순시에서 “장차 결국 태양열이 대체에너지로 등장할 것”이라며 “태양열에너지 이용 연구는 민족사적 정통성을 확립”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 발언은 차고 넘친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하면 박 대통령이 풍력발전, 소수력발전, 조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라고 강조한 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당시 석유 파동을 겪고 다양한 에너지원을 검토하던 때다. 당시 재생에너지는 대안으로 주목받았고, 정부는 이런 해외동향을 파악해 적극 연구·보급을 진행했다. 천연가스 역시 마찬가지다. 가스공사 설립 등 본격 천연가스 도입이 이뤄진 건 1983년 전두환 대통령 때 일이지만, 천연가스 도입 검토는 1970년대 말이다. 에너지원 다원화 정책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해외 도입을 처음 결정하고 조사단을 파견한 것이 1978년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에너지원을 검토하고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권에 따라 적극 핵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진보·보수와 상관없는 일이다. 핵무기 개발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려고 전두환 정권 내내 원자력연구소가 에너지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고 예산까지 줄였던 것이 좋은 예다. 대외 정세와 필요에 따라 새 에너지원을 취사선택해 온 게 인류의 역사다. 

그럼에도 보수 야당은 에너지정책을 정쟁 도구로만 삼을 뿐 기본 사실조차 잘못 접근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더 안타까운 건 이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다. 보수 야당이 정치 공세의 소재로만 에너지정책을 다룰 때, 이를 비판하고 정확한 팩트를 제공하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닐까? 따옴표에 의존해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얘기를 전하는 기사를 언제까지 봐야할까? 정쟁에 휘둘리기보다 에너지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언론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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