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용기와 조기경보통제기,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에 무단 침범했다. 특히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는 우리 독도영공에까지 침범해 우리 군이 360여 발의 경고사격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영공침범과 경고사격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국가안보실은 러시아측에 엄중 항의하고 되풀이될 경우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밖에도 우리 정부는 카디즈를 침범한 러시아와 중국에 모두 중국과 러시아 대사 및 국방 무관을 초치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3대가 카디즈에 진입했는데, 러시아 군용기 가운데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독도 영공을 침범해 우리 군이 대응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아침 06시44분경 중국 군용기 2대가 이어도 북서방에서 카디즈로 최초 진입했다가 07시14분경 이어도 동방으로 이탈했으며, 다시 07시49분경 울릉도 남방 약 76마일(140km) 정도에서 카디즈에 재진입한 후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 08시20분경 카디즈를 이탈했다(동해상 위로 올라갔다는 의미)고 설명했다. 이후 이 중국기 2대는 08시33분경 NLL 북방에서 러시아 군용기 2대와 합류해 기수를 남쪽으로 향해 08시40분경 울릉도 북방 약 76마일 지점에서 카디즈에 재진입했다가 09시04분경 울릉도 남방에서 이탈했다.

합참은 이와 별개로 동쪽에서 카디즈에 진입한 러시아 군용기 1대에 대해서 접근하는 우리 공군기가 차단기동을 했으며 09시09분 독도 영공을 침범해 플레어 투하와 경고사격 등 전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후 09시12분에 독도영공을 이탈했으나 이 군용기는 09시28분경 카디즈에 재진입한 뒤 9시33분에 독도영공을 2차로 침범했다. 이에 따라 우리 공군기가 경고사격을 가하자 09시37분 독도영공을 이탈해 9시56분 카디즈에서도 벗어났다.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영공 침범은 처음있는 일이다.

합참은 러시아 군용기 2기는 12시1분에 다시 식별돼 역경로로 복귀중인데, 일부는 카디즈(상)에서도 확인돼 대응조치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영공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기존에 왔던 카디즈로 들어온다는 얘기”라며 “러시아 군용기는 자디즈(일본방공식별구역)로 가다가 카디즈를 통과해서 복귀하는데, 이것이 1차 진입 2차 진입을 설명하는 이유”이라고 설명했다.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자 우리 공군기 F16이 차단비행을 하면서 경고사격을 가했다.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는 1차로 9시9분부터 9시12분까지 3분간, 2차로 약 4분간 씩 두차례 걸쳐 모두 7분가량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공군기 F16이 1차 침범시 80여발, 2차 침범시 280여발 사격을 했다며 경고사격은 군용기에 직접하는게 아니고 1km 전방에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공군기가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에 경고사격 전에 라디오통신을 통해 경고방송을 했으나 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공 침범한 3국 군용기에 대한 경고사격 역시 처음이다.

합참은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카디즈에 진입한 시간은 독도 영공침범한 시간을 포함해 모두 42분이고, 다른 군용기가 머무른 시간은 51분간이었으며 중국 군용기가 머무른 시간은 1시간25분이라고 밝혔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 무관이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서울 합참으로 초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 러시아 대사관 무관이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서울 합참으로 초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왜 침범했나? 합참 “분석중” 청와대 “밝히기엔 아직 부적절”

합참은 러시아 군용기가 왜 침범했는지를 두고 “아직까지는 의도나 왜 침범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우리 정부는 러시아와 중국 정부에 강력 항의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후 “러시아 조기경보기가 금일 오전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국가안보실장과 안보실 1차장은 국가위기관리센터에 위치해 상황을 관리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러시아군용기의 영공침범에 대해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 파트루셰프에게 “우리는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이런 행위가 되풀이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연방안보회의(FSC)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라며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침범 의도를 두고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쪽에서도 상황 파악을 해서 왜 그렇게 한 것인지, 의도갖고 한 것인지, 조종사 실수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기자는 청와대 측에 영공침범 관련 청와대 대응 매뉴얼 소개해달라고 요구해 청와대 관계자는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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