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가면 바닥만 봐”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아무개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명여대) 남성 강사가 2019년 2학기 강의에서 배제됐다. 이 강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 사진과 함께 ‘바닥만 보고 걷는 남자’라는 게시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학교 측은 게시글이 부적절했고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논의 끝에 2학기 강의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 이아무개 강사 SNS 글
▲ 이아무개 강사 SNS 글
▲ 이아무개 강사 SNS 글
▲ 이아무개 강사 SNS 글

사안의 본질은 강사의 부적절한 발언이다. 그러나 언론은 강사가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전제로 ‘펜스룰’로 규정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숙명여대 여성주의 소모임 페미파워프로젝트(FEMI-POWER PROJECT)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이 강사의 발언에 대해 “본 강사가 여성대학교 학생을 학문을 배우는 학생이 아닌, 여성으로 대상화해 바라보는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페미파워프로젝트는 “허나 언론은 마치 이 강사가 성욕을 주체할 수 없는 위험한 공간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글을 쓴 것처럼, 해당 사건을 ‘펜스룰’로 포장해 기사를 작성했다”고 비판했다. 

▲ 숙명여대 페미파워프로젝트(FEMI-POWER PROJECT) 성명문
▲ 숙명여대 페미파워프로젝트(FEMI-POWER PROJECT) 성명문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올해 1학기 영어영문학부를 출강했던 이 강사는 지난 6월9일 SNS에 “바닥만 보고 걷는 남자”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 강사는 “언젠가부터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돌려 다른 데를 본다.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변태나 치한 취급을 원하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 수업을 가면 바닥을 보고 걷는 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강사는 “여대 가면 바닥만 보고 걷는 편이다 더더욱이ㅋ. 죄를 지은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안전하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썼다. 끝으로 그는 “내가 인사 못 하면 바닥 보느라 그런 거야. 오해 하지마 얘들아~~”라고 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15일 이 소식을 최초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제목부터 “‘여대 가면 바닥만 보고 걸어’…‘펜스룰’ 논란 강사 강의배제”라 달고, 강사가 펜스룰 논란으로 강의에서 배제됐다고 강조했다. 성적 대상화 한 글을 ‘펜스룰’로 규정했고, 강사의 부적절한 발언보다 강의 배제 소식에 더 집중했다. 

▲ 관련 기사. 사진=네이버 페이지 화면 갈무리
▲ 관련 기사. 사진=네이버 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와 같은 보도는 숙명여대 페미파워프로젝트가 지적한 바와 같이 여성대학교 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재생산했다는 점에서 문제다. 또한 ‘펜스룰’이라는 용어로 인해 강사를 피해자처럼 보일 수 있게 하는 보도 프레임이다.

더 나아가 ‘여대’ ‘펜스룰’ 등 키워드로 관심이 집중되자, 언론은 잇따라 제목에 ‘펜스룰’이라는 단어를 달고 연합뉴스 기사와 비슷하게 받아쓰기 시작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 서울신문, 채널A, 아시아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세계일보,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MBN, SBS, MBC, 아이뉴스24, YTN, 공공뉴스, 매일경제, 중앙일보, 헤럴드경제, 국민일보 등에서 최소 50건 이상 보도됐다.

특히 남도일보는 “‘펜스룰’ 논란 강사 강의배제…네티즌 ‘여성들 최소한의 조신함 지켜야’” 제목으로 “댓글 창에는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썼다.

반면 여성신문은 유일하게 “‘펜스룰 아닌 제자 성적대상화 문제’…남성 대학강사 수업 배제된 진짜 이유”라는 제목으로 “해당 글이 ‘펜스룰’을 연상시켜 논란이 일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실제로는 여성 제자를 성적 대상화 한 게시글이 부적절했고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강의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썼다.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학생들은 이 강사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이메일을 통해 “교수님께서 SNS상에 작성하신 여러 게시글이 논란됐고, 많은 학우가 보게 됐다”며 “숙명인들을 ‘수업을 듣는 학생’보다는 ‘예민한 여성 집단’으로 보고 계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달했다.

학생들은 “SNS가 개인의 사적인 공간인 것은 맞지만 교수님께선 SNS를 통해 많은 학생과 교류하고 있었다. 교수님의 글로 인해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사과문 내지 입장문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강사는 “글의 의도에 오해가 있는 것 같아 해명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안 사게 더욱 주의하는 행동으로 바닥을 보고 다닌 내용이다. 강의하는 모든 학교에서 마찬가지다. 더욱 주의하겠다는 행동이 오해를 사서 안타깝다”고 답했다. 이어 이 강사는 “예민한 여성 집단으로 생각한 적 없다. 그러할 의도도 없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