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대미 로비로 무엇을 지우려 했나
일본은 대미 로비로 무엇을 지우려 했나
[미디어 현장] 김지윤 뉴스타파 기자

지난 20여년 간 할머니들이 일본의 역사 지우기에 맞서 전 세계를 누비며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고 역사 알리기 활동을 전개한 과정은 일본의 방해로 순탄치 않았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도 심층 보도할 정도로 일본의 로비력은 워싱턴 정계에 입소문 나 있다. 

일본이 대미 로비로 전쟁 범죄의 역사를 지우는 노력을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전개했는지 상세히 보여준 기사는 많지 않았다. 지난 18일 보도한 “일본의 집요한 ‘위안부’ 대미 로비… 이슈마다 대응, 천만 달러 투입” 기사는 우리 모두 짐작했지만 정확히 몰랐던 일본 정부의 대미 로비 전모를 보여줄 데이터를 전수조사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마침 미국 정부 문서를 활용해 지난해 6월 워싱턴DC 미 연방의회 방문자센터에서 한인들이 주최한 ‘평화의 소녀상’ 특별전시가 일본 정부 로비로 축소된 내막을 취재하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단비뉴스’와 함께 협업했다.

▲ 지난 7월18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일본정부의 집요한 ‘위안부’ 대미 로비… 49건에 천백만 달러 투입” 유튜브 영상 갈무리.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 지난 7월18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일본정부의 집요한 ‘위안부’ 대미 로비… 49건에 천백만 달러 투입” 유튜브 영상 갈무리.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 지난 7월18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일본정부의 집요한 ‘위안부’ 대미 로비… 49건에 천백만 달러 투입” 유튜브 영상 갈무리.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 지난 7월18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일본정부의 집요한 ‘위안부’ 대미 로비… 49건에 천백만 달러 투입” 유튜브 영상 갈무리.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미국 ‘외국 로비 대리인 등록법’(FARA)은 모든 로비업체와 대리인, 그들이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에 접촉한 내역을 모두 기록해 1년에 두 번 보고하도록 규정한다. 열람 가능한 접촉 내역은 물론 액수가 적든 많든 상하원 의원들의 후원단체에 내는 모든 후원금 또한 보고한다. 이 모든 내역은 법무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공개돼 있다. 뉴스타파는 이 사이트에 올라온 문서를 전수조사했다.

이 사이트에서 2차대전 때 일본군이 성노예 피해를 입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칭한 ‘컴포트 우먼’(Comfort Women)과 성노예를 뜻하는 ‘Sexual Slavery’로 검색했다. 검색에 걸린 문서를 검토하고 일본 정부 의뢰로 위안부 관련 로비를 신고한 회사를 확인한 결과 일본 정부와 계약한 로펌과 로비업체의 로비 보고서 49건에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오롯이 이 이슈만 언급하며 작성된 로비 보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199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일본 정부가 미국과 논의한 전쟁 관련 문제에 빠지지 않는 주제였다. 일본 정부가 이 문제에 계속 촉각을 곤두세우고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려 노력해왔음이 확인됐다.

이들의 노력은 치밀했다. 워싱턴 정계와 밀접한 관계의 현지 유명 로펌과 로비회사, 홍보회사 총 7곳을 동원해 로비 작업을 펼쳤다. 이들 업체가 접촉했던 정치인과 보좌관 다수는 이미 일본에 우호적 공화당 의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위안부’ 등 일본군의 전쟁 범죄에 앞장서 목소리를 높이던 민주당 의원도 많았다. 보좌진과 의원 본인을 통해 한 번 맺어진 인연은 오래도록 지속됐다.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소녀상이 설치된 2013년부터 2007년 결의안 준수를 촉구하는 새 결의안이 상하원을 통과한 2014년, 미 의회의사당에 소녀상 전시가 추진된 2018년까지 언제든 ‘위안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로비회사들의 접촉은 잦았다. 공교롭게도 이후 특정 의원은 일본에 우호적 발언 또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기사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일본 측 로비 대리인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의원 수는 많았다. 워싱턴 정계에 영향력이 큰 전·현직 의원들도 있었고, 자타 공인 동아시아 전문가로 알려진 교수, 전문가도 발견됐다. 접촉 빈도와 이후 정치 행보의 상관관계도 확인됐다.

뉴스타파와 세명대 단비뉴스는 이 기사를 지난해부터 준비했다. 일본이 그동안 역사 지우기에 할애한 것에 비해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앞으로도 일제가 지우고자 하는 역사 추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김지윤 뉴스타파 기자
▲ 김지윤 뉴스타파 기자

 

아울러 지난 수년 간 역사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친일과 망각,’ ‘훈장과 권력’ 등 탐사 보도를 해온 뉴스타파는 8월8일 세 번째 영화 ‘김복동’을 개봉한다. 일본의 전쟁 범죄에 평생 사과를 요구하며 투쟁하다 지난 1월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고 김복동 할머니 이야기다. 이번 기사가 김복동의 투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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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7-27 21:49:54
지난 18일 보도한 “일본의 집요한 ‘위안부’ 대미 로비… 이슈마다 대응, 천만 달러 투입” <<< 일본 진심 끈질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