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법안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교체됐다. 위원장으로서 마지막 전체회의를 주재한 심상정 의원은 이날 위원장 사임을 안건에 올린 뒤 약 5분에 걸쳐 소회를 밝혔다.

심 의원은 “오늘은 저에게는 좀 특별히 무거운 날이다. 노회찬 전 대표님이 돌아가신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노회찬 전 대표님이 비교섭단체로서는 최초로 교섭단체 대표가 돼서 제게 만들어주신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날이기도 하다”며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는 제게 특별하고도 무거웠다. 2004년 진보정당이 원내정당이 된 이후 처음 주어진 위원장 자리였고, 국회의원 3선하면서 맡은 첫 번째 직위였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20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정치개혁이었던 만큼 지난 9개월 동안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임해왔다. 위원분들이 애써주셔서 어느 특위보다도 성실하게 특위를 운영해왔음에도 선거제개혁은 순탄치 않았다. 여야 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어서 불가피하게 4당 합의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으로 지정했지만 아직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며 “위원장으로서 정치개혁 과제를 제 손으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게 못내 아쉽고 송구스럽다. 앞으로 정개특위원장을 새로 맡을 분이 국민 열망을 깊이 새기고 선거제개혁을 완수해줄 거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마친 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영표 신임 위원장, 심상정 전임 위원장,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왼쪽부터 오른쪽 순)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마친 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영표 신임 위원장, 심상정 전임 위원장,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왼쪽부터 오른쪽 순)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심 의원은 “한국당 위원들께도 부탁드린다. 한국당이 요구했던 위원장 교체 요구가 수용된 만큼 지금부터라도 적극 선거제개혁에 임해주시기 바란다. 8월 말까지 선거제 개혁안이 합의처리 되도록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위원장을 사임하지만 앞으로 정개특위 위원으로서 선거제개혁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각 당 위원들과 정개특위를 소관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 등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발언을 마친 뒤 “위원장을 사임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으십니까? 진짜 없으세요?”라는 심 의원 말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저 이의 있는 것 같다”며 농담 섞인 말을 건네자,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가 “아쉬워서 그렇지. 수고하셨다”고 받아쳤다. 심 의원이 위원장 사임을 의결하는 의사봉을 두드린 뒤에도 김성식 바른미래당 간사가 “이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선임된 홍영표 신임 정개특위 위원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많은 논의를 해왔고 공감대도 만들었다. 불가피하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선거법 비롯한 정치개혁 관련 법들에 의지를 갖고 합의를 도출할 시기”라며 “선거법과 관련법들은 정개특위 논의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도 많다. 여야 지도부, 중진 의원들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 국민들이 동의하는 선거법과 관련 법들을 통과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개특위는 합의를 원칙으로 하겠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히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 할 테니 많이 도와 달라. 8월 말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며 한국당 등 협조를 거듭 촉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 요건으로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을 각각 민주당과 한국당이 나눠가져야 한다는 한국당 요구와, 선거제 개혁을 완수하려면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야3당(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 의견에 따라 정개특위 위원장을 택했다. 다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 맡을 때 한국당이 1소위 위원장을 맡기로 합의했다”(23일 한국당 원내대책회의)고 주장해 소위원회 등 구성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홍 위원장은 일단 “(한국당의) 아주 일방적 주장”(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