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59.4세다. 현재 법으로 정해진 정년퇴직 연령이 58세다. 말하자면 한국의 국회는 이미 정년 퇴직을 해야 했다. 하지만 다들 버젓이 번쩍이는 금배지를 달고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반면 전체 유권자 수 4300만 명 중 30%가 넘는 1300만 명인 2030세대를 대변하는 국회의원 수는 3명(1%)에 불과하다. 이제 총선이 1년도 채 안 남았다. 그 속에서 홀로 고분붙하는 2030 청년 정치인들이 있다. - 편집자주 

기성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 채성준(정의당) : 당내 청년들의 불만은 여러 정당의 공통점인 것 같다. 정의당에서도 당내 청년들이 ‘목소리를 더 크게 내자!’ ‘정책도 직접 올리자!’ 등등 여러 목소리를 내며 실제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의당 서울권역 전국위원 후보의 40%는 청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 정치에서 2030세대가 출마해서 당선되는게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진입 장벽을 낮추지 않으면 기성 정치 중심의 선거는 변하지 않는다. 또한 정치 관련 제도나 정당에서는 직업 정치인으로서 생계가 보장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 두 가지를 위해서는 단지 정의당만이 아니라, 청년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 정다운(민주당) :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청년에게 최대 25%까지 가산점을 주는 총선 공천 심사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런 가산점이 청년 출마자들에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김광진, 장하나 전 의원처럼 ‘청년비례 국회의원’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지고도 지역구 공천에서 떨어졌다. 그 당시 국회의원이던 청년 후보가 받은 득표율 수에 최대 25%를 가산해도 붙을까 말까한 수치다. 가산점을 줄 것이면 더 확실하게 줘야 하고, 청년비례대표를 도입할 것이면 1~2석이 아니라 최소 청년유권자 비율(30프로 이상)의 의석수를 청년에게 보장하고 과감한 세대교체를 준비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청년은 당연히 투자되어야 하는 대상인데, 아직도 정당의 기득권은 여전히 청년은 어리고, 불쌍한 존재로 인식하며 청년문제?에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다. 

- 김소희(미래당) : 기성정당 열혈 지지자분들을 보면  지지 정당 아닌 사람은 다 나쁘다 라는 생각을 가진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성평등, 인권 등을 이야기하면 ‘그게 뭐가 필요해? 5.18, 6월항쟁 같은 민주주의가 더 중요해. 아직도 전두환이 살아있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런 사고방식 자체가 오히려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5.18, 6월항쟁 정신을 막는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다른 당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예를들어 50대 노조 출신과 20대 여성 당원이 부딪히면 서로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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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호(자유한국당) : 자유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성장 중심의 신자유주의 담론들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당내 많은 청년들이 하고 있다. 문제는 자유시장경제의 새로운 방향과 사회 개혁의 어젠다를 제시해야 하는데 여전히 과거 담론에 치우친 기성 정치세대의 벽이 공고하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성과는 높게 평가하지만 지금은 그 기준과 가치관이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성정치세대와 새로운 청년 사이 충돌이 자주 일어난다.

- 송명섭(바른미래당) : 바른미래당 역시 당내 청년들이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시적으로 기성세대에서도 보여주는 것이 있다. 바른미래당 주최 토론대회에서 1등하면 비례대표 1번을 준다거나 대변인이 된다거나 이런 부분에서 다소 가시적 결과물이 있다.

- 백희원(녹색당) : 정당이 청년에게 필요 없으면 그 정당이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면 거기에 맞는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기존 기득권, 고령층, 특정 지역에서 안전하게 먹힐만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 같다. 당장은 유효한 표 같지만 장기적으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선택 같다. 녹색당은 작은 정당이지만 지금부터 논의가 필요하고 앞으로 더 중요해질 환경, 불평등, 페미니즘과 관련된 현안들에 대해 꾸준히 발언해왔다. 이를 주도할 청년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함께 해왔다. 그러나 이를 발현할 정치적 공간이 부재해 답답함이 크다. 한국의 선거제도가 기성정당에게 훨씬 유리하게 설정되어있기 때문이다.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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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를 넘어, 우리가 말하는 정치

- 정현호(자유한국당) : 지금 청년 세대가 마주한 사회가 불평등, 양극화 등의 많은 문제를 목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기성정치와 청년정치로 구분해서 이야기 하고있다. 즉 청년 세대에서 나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사회 변화의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추동력은 당연히 기성 정치와 다른 유형의 힘이 나온다고 본다. 그 점에서 기존 정치와는 우리의 정치가 어떤 다른 대안과 방향을 가지고 갈지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 

- 김소희(미래당) : 청년들이 정말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폐지를 원할까? 이것이 정말 원하는 이슈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불쌍하게 보지? 라는 생각도 든다. 기성세대는 숫자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우리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고 취향이나 정체성이 중요한데 이는 정치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내가 지옥고를 강제당한 것이 아니라 선택한 것이다.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 가장 싼 지옥고를 선택했는데 내 선택을 불쌍하게 본다. 지옥고의 문제는 낮은 주거환경인데 터무니 없이 비싼 주거비용에 있다.  복지라는 이름으로 청년을 불우하게 만든다. 열심히 알바해서 3개월 뒤에 해외여행 갈 예정인데 날 왜 불쌍하게 보지? 나의 행동들을 쓸데없는 것으로 보는 꼰대적 마인드를 보면 극혐이라는 생각이 든다.

- 백희원(녹색당) : ‘우리가 진짜 진보다. 우리를 지지해줘!’ 라는 메시지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정당이 어떻게 이 시대에 쓸모가 있는지 실질적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기성 정치에 그러한 과정을 제시해줄 수 있는 주체가 바로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상황에 대해 “미래가 없는데 학교에는 왜 가야하나요?” 라는 질문을 던지며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처럼, 기성세대가 갖지 못한 감각을 가진 세대가 이 시대에 진짜로 필요한 정치를 할 수 있다. 기후위기나 저성장, 고령화와 같은 트렌드는 우리 사회가 처음 맞는 위기이다. 기성세대가 이끄는 정치는 과거의 질서에 매이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 정다운(민주당) : 얼마 전 우상호 전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김광진ㆍ장하나 전 의원이 청년 비례였지만, 청년문제를 소홀히 해서 ‘일을 못했다.’ 는 지적에 정말 화가 났다. 기성 정치인이 청년을 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묻어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김광진ㆍ장하나 두 의원은 제가 봤던 그 어떤 국회의원보다도 열심히 의정 활동을 했다. 청년은 청년문제만 해야 하고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그 사고 방식 자체가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정치’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구지 써야 한다면 그 목표는 사회 진입 장벽을 낮춰 우리나라의 주거, 일자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여 융통성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 혁명시대가 도래하여 사회 모든 분야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른 생활방식 등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세대 양성이 절실하다.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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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준(정의당) : 청년정치에서 ‘청년’이라는 단어 자체는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을 부르는 표현이 아니다. 청년들은 호명되기만 한다. 이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주거문제를 예를 들어보면 청년들이 집을 구하지 못하고 반지하, 고시원, 옥탑방을 전전한다. 이는 청년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주거 문제이며 부동산 불평등 문제이다. 또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도 단순히 기성세대가 일자리를 내놓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 기성세대의 노후 문제, 복지 및 사회적 안전망 문제가 결부된 복합적인 문제라고 본다. 그러나 기성 정치에서는 이를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로 축소해서 접근하고 있다. 핵심은 청년은 ‘청년들’으로 호명되기만 하며,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심각한 불평등 문제에서 청년문제라고 불리는 것이 파생되었다는 것이다.

- 송명섭(바른미래당) : 마찬가지로 지역문제에도 청년이 있다. 우리 사회의 인프라가 서울 중심 구축되어있다. 즉 지방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청년이라는 인구학적 정보와, 지방이라는 거주적 정보가 교차하여 더 큰 차별을 받고 있는셈이다. 예를들어 바른미래당에서 청년정치학교를 하면 서울 친구들은 아는데 내가 살고 있는 춘천에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토론배틀로 대변인을 뽑고, 비례대표를 뽑아도 전부 다 수도,경기권 사람이다. 정당에서 대학을 찾아가는 간담회도 보여주기식으로 10번 중 1번 정도 지역을 찾아갈까 말까한다. 더 큰 문제는 그 누구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0년 총선, 변화를 위한 우리의 선택은?

- 채성준(정의당) : 청년들이 정치·사회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을 스타트업의 창립자와 같이 도전의 주체로만 보면 안 된다. 청년들의 정치 진출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청년 공천이나 단순 할당제가 아니라, 청년 정치인이 활동할 수 있는 지속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 정치인들의 정치는, 청년들이 가진 감성으로 현재의 불평등을 지적할 때 가능하다. 앞서 말했듯 청년 문제의 핵심 원인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불평등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청년문제는 다음세대에도 또 반복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정치 시스템과 경제 구조 등 사회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 송명섭(바른미래당) : 청년정치에서 핵심은 공감과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청년이 정치권에 들어가야만 목소리를 내는 걸 넘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청년이 사회적 약자일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방도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 지방은 지방끼리 알아서 하는게 타당하다는 의식에 비해 인프라 구축은 미비하여 지방 청년들이 고립되어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청년이 단순 하게 젊다는 이미지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슈와 지방, 수도권 사이의 물리적 공간을 넘어, 넓은 의미에서 교차적으로 공감과 소통을 하는 방향으로 청년정치를 가져가야한다.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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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운(민주당) : 선거는 모든 이슈가 모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반값등록금이 우리 사회 이슈였을 때도, 청년기본소득이 이슈가 되었을때도 결국 선거때 였다. 문제를 지적해서 이슈를 던지고 해결의 방향성이 정해지는 것이 선거다. 정치는 결국 출마를 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메시지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년 총선에 가능한 한 많은 청년들이 출마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출마를 해서 청년 의제를 만들고 던져서 부딪쳐야 한다. 그 목소리가 기성세대에게 울림을 줄 수 있으려면 보다 많은 청년들의 직접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선물처럼 주어지는 청년정책은 이제 기대하지 말고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며 주도적으로 총선판을 움직여야 한다. 내년 총선 청년들이 양과 질에서 모두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각 정당에서 페이스메이커처럼 함께 연대해 갈 필요가 있다. ‘저 정당에서 이 만큼 했으니 우리도 이 만큼은 해야 되지 않냐!’ 라고 각 정당에 요구할 수 있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당은 달라도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하지 않나. 

- 김소희(미래당) : 청년정치가 단순히 출마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수정당은 ‘00당 00번 000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다니는 것만 선거의 70%를 차지한다. 또 공직자로서 개인정보가 오픈되는데 정신적·물리적 피해도 각오해야 한다. 청년을 위해 무조건 출마해 희생해서 정치를 꽃피우자는 건 다소 무리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금 우리 정치·사회·경제를 공고히 지배하고 있는 386세대의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그 공고한 지배담론과 싸워야한다. 이를 위해 앞서 말한 당 차원을 넘는 청년들의 총선 연대를 만들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 당 주도권을 늘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으니 기성정치에서는 불가능한 당 차원을 넘는 각 정당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 비례대표니 공천이니하는 기존 정치문법에서 벗어나야한다.

- 정현호(자유한국당) : 청년 정치를 누군가 기회를 주어야 한다기보다 우리가 도전을 통해서 기회를 열어가야 기성세대에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적 권한을 달라.’ 가 아니라 ‘내가 이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들이니까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나라를 기획하겠다.’ 는 생각을 가져야한다. 그래서 정치적 주체로서 책임성이 담보된 청년정치가 필요하다. 지금의 청년정치가 그런 주체성을 추구하는 정치세력과 공동체로 연대하면 이게 건강한 플랫폼으로 정치 교체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통합이 필요한데 기존 정치권을 기득권으로 보고 교체 대상으로만 삼는 것은 공감보다는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고 본다.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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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희원(녹색당) : 녹색당은 내년 총선을 위해 2020여성 출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성에게 정치를 독려하고 당에서 후보로 출마하는 과정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녹색당이 국회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녹색당이 앞장서 여성 청년 정치 진입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도 있다. 지금 정치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정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보다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 권력의지가 앞서는 사람만 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즉 기성정치에 더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 정치를 하기 좋은 시스템이다. 그런데 기성 정치 안에서 새로운 세대의 의제에 대해 말하기 당연히 어렵고 이는 결국 사회의 위기로 연결된다고 본다. 이제는 여성, 청년, 소수자에게 정치 쿼터를 일부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 곧장 그들이 바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주도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정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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