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SNS에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수위 높은 발언들을 연일 올리는 가운데 22일 전국단위 주요일간지들이 이에 관심과 비판을 쏟아냈다. 조 수석은 본인 페이스북에서 지난 18일 현 상황을 ‘경제전쟁’으로 칭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 이다”라고 주장한 데 이어, 20일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비난을 지적하며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로 불러야 한다”고 했다. 21일엔 “일본의 궤변을 반박하기는커녕, 노골적 또는 암묵적으로 동조하며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를 매도하는 데 앞장서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의 정략적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경향신문은 조 수석이 ‘여론전’에 직접 나선 배경을 이해할 상황이라면서도 ‘이분법적’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조국의 ‘이분법적 여론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조 수석 글은 위기상황에서 여권 지지층을 결집하고 시민의 애국주의적 열정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친일 프레임’을 통해 보수진영을 압박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국정운영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포석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법무장관 입각설이 보도된 뒤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는 듯하던 조 수석이 한·일 무역갈등을 계기로 정치 전면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하지만 적과 동지로 단순화하는 선악 이분법은 ‘이견을 말하는 자유’를 억누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국론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중시해온 정치적·사상적 자유의 가치와 상충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지적한 뒤, “‘이적’(적을 이롭게 한다)은 국가보안법에 나오는 말”이며 “보안법 피해자였던 조 수석이 ‘이적’이라는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이적·친일파’, 우려스러운 청와대 민정수석의 페북 여론전)에서도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까지 거론한 것에 시민으로서 분노한다. 국내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태도도 아쉽다. 겉으로는 초당 외교를 외치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실패를 부각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부와 청와대에는 시민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바로잡을 책무도 있다. 하지만 조 수석은 거기서 더 나갔다”며 “청와대와 참모들이 할 일은 진두에서 칼을 빼들고 독전하는 게 아니다. 일본의 공세를 이겨낼 면밀한 전략을 세우고 무섭도록 침착하게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일은 여당의 몫이다. 조 수석은 언행을 더욱 무겁게 해야 한다”고 했다.

▲ 7월22일자 한국일보 4면.
▲ 7월22일자 한국일보 4면.

22일자 한국일보 지평선(장인철 논설위원)도 “정부의 핵심 공인으로서 현 상황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일본을 적으로 칭한 건 아무리 SNS라고는 해도, 매우 신중치 못한 행위”라며 “애국이니 이적이니 하는 얘기도 그렇다. 무슨 전시동원체제도 아닌 터에 애국과 이적을 양단하는 것부터가 유치하고 뜬금없다. 언론의 정부 비판이 야속해도, 일본이 밉다고 우리의 허물까지 덮어 둬야 한다는 식도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면에 나선 청와대에 비해 외교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일보 4면(“극일” 청와대 전면에 나서는데 외교부는 안 보인다)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인 조 수석이 연일 일본을 넘어서자며 ‘극(克)일’의 선봉장을 자처하는 모양새”인 반면 “우리 외교부는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친한파로 분류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장관이 공세적으로 나서는 등 일본 측이 의도적으로 외교결례 논란까지 키우는 상황과 대비된다. 청와대와의 전략적 역할 분담으로 볼 측면이 없진 않지만 일본 내각이 전방위로 뛰는 반면 카운터파트인 외교부가 뒤로 빠져있는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고노 외무장관까지 공세에 나선 마당에 우리 외교부가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노 장관은 20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 하며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대응을 취하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은 최근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각료들이 앞다퉈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비판하면서 격(格)에 맞지 않는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며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도 문 대통령 때리기에 가세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 7월22일자 조선일보 4면.
▲ 7월22일자 조선일보 4면.

최근 청와대로부터 직접적 비판을 받았던 조선일보는 1면 비판 기사(“文정부가 이순신·서희 역할” 조국 민정수석, 연일 反日정치)에 더해, 4면 전면을 조 수석 비판에 할애했다. 사설(‘친일’로 국민 편 가르지 말고 일본 숨통 죌 비책 내놔라)에서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한·일 협정 문서 검토 결과 “강제징용 문제도 청구권 협정에 반영됐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판단을 내린 민관 합동위원회에는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위원장,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위원으로 각각 참여했다”고 했다.

이어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고려 서희는 거란과의 담판으로 강동 6주를 얻어냈고, 이순신 장군은 열두 척 배로 100척이 넘는 왜구 선박을 침몰시켰다”며 “문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한 외교 담판, 경제 전쟁에서 이런 쾌거를 거두고 있다는 얘기인가. 눈에 보이는 건 외적 앞에선 맥을 못 추고 돌아서서 국민을 편 가르며 분풀이하는 못난 모습뿐”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조국 수석의 스마트폰 선동”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국가적 위기를 맞아 냉철한 이성으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그가 일본의 극우세력도 하기 힘든 얘기를 중학생 수준의 ‘B급 어법’까지 써가며 마구잡이로 올리고 있다. 야당은 물론 언론조차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무조건 매국이라는 이분법, 온 국민이 ‘서희와 이순신을 합친’ 대통령 아래 일치단결해 일본과 싸워야 한다는 값싼 관제 민족주의가 조 수석 강변(強辯)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 7월22일자 한겨레 5면.
▲ 7월22일자 한겨레 5면.

한편 일부 언론을 통한 전범기업 대변 전력이 있는 인사들 인터뷰에 비판도 나왔다. 한겨레는 5면에 “전범기업 대변 활동 전력 숨기고 무토·유명환 ‘한국비판 훈수 인터뷰’” 기사에서 “미쓰비시,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 등 일본 전범기업 쪽에 서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했던 무토 전 대사와 유 전 장관이 최근 전직 주한 대사, 전직 외교부 장관 직함으로 한국 사회에 ‘훈수’를 두고 있다”며 “전범기업 편에 섰던 이들의 경력이 가려진 채, 현 상황에 대한 일방적 주장만 전달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앞서 19일 중앙일보는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 인터뷰를, 한국경제는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에서의 정부 대처를 비판했다. 해당 기사들에는 무토 전 대사와 유 전 장관이 미쓰비시 고문,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의 일원이었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대리인단 및 지원단의 최봉태 변호사는 한겨레에 “전범기업을 대변하던 사람들이 과거를 숨기고 마치 중립적인 입장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삼바’ 분식회계 영장 청구 기각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와 김아무개 전무, 심아무개 상무 등에게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20일 새벽 기각됐다. 한국일보는 “삼성바이오 수사를 해오던 검찰은 그간 주로 증거인멸 혐의로 관련자들을 구속해왔다. 사안의 핵심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였다는 점에서 변죽만 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 등의 구속영장이 주목받은 건 처음으로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법원이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고발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영장기각은 검찰은 물론, 증선위 판단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라며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등 8명이나 구속된 증거인멸 사건이지만, 정작 계열사 대표와 재무책임자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반발과 더불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김 대표 등 삼성바이오 임원들 진술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언론을 통해 전했다. 한겨레 8면(삼바 김태한 영장 또 기각…검찰 “부적절 회계 인정은 진전”)은 “‘증거인멸’이 아닌 사건 본류인 ‘회계사기’ 혐의로 청구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어서,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면서도 “하지만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 대표 등이 기존 방어논리를 번복하고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혐의 입증에는 진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대표 등을 추가 수사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 7월22일자 서울신문 12면.
▲ 7월22일자 서울신문 12면.

한겨레는 “실제 김 대표 등은 영장심사에서 ‘삼성바이오는 실질 가치가 건실한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있었다 해도, 장부상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초 삼성 주장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라고 전한 뒤 “삼성바이오 임원들 사이의 균열도 감지된다”며 “김 대표 등이 영장심사에서 “일본과의 갈등” “암울한 경제 상황” 등을 강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원이 정무적 판단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서울신문 12면 기사(檢, 삼바 김태한 3번째 영장 청구 검토)도 “증거인멸 혐의로, 분식 회계 혐의로 청구된 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됐지만 검찰은 김 대표 신병 확보가 ‘윗선’인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나아가는 수사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삼성바이오 영장 기각, 꿰맞추기식 억지 수사라는 뜻 아닌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검찰 수사는 금융 당국 고발에 따른 것이다. 삼성바이오 상장과 회계 처리는 장부가치보다 시장가치를 우선시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른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고 금감원은 상장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승인했다. 그랬다가 정권이 바뀌자 ‘고의적 분식회계’라며 검찰에 넘겼다. 전 정부가 내렸던 결론을 손바닥 뒤집듯 한 것”이라며 “삼성에 대한 수사는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간 압수수색만 20여 차례, 압수수색 당한 장소는 150군데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총수 일가가 검찰·경찰·관세청·출입국 당국에 18차례 압수수색을 당하거나 소환 조사를 받은 기업도 있었다. ‘검찰 때문에 죽겠다’는 아우성이 기업 현장에 그득하다”고 전했다. “이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있겠나”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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