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의 중견 카메라멘이 다큐멘터리를 1인 제작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프로듀서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프로그램을 제작한 사례는 적지 않으나 카메라맨이 프로듀서를 겸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은 EBS 영상팀의 ‘카메듀서’ 이의호차장(42). ‘카메듀서’란 카메라맨이 프로듀서를 겸했다는 뜻의 영문 합성어이다.

카메듀서 이차장이 제작 방영한 프로그램은 지난 1월 30, 31일 이틀에 걸쳐 방영된 EBS 특집 자연다큐멘터리 <논>.

자연다큐 <논>은 ‘도랑에 물을 대서 벼를 심어 가꾸는 땅’으로 대수롭지 않게 보아온 논을 생태학적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전국토의 13.5%를 차지하고 있는 논을 단순한 쌀 생산지라는 차원을 넘어 습지로서 야생동물의 중요한 보금자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논’하면 개구리, 메뚜기, 거머리, 우렁이 정도가 떠오를까. <논>은 이들외에도 풍년새우, 쇠물닭, 게아재비 등 미처 알지 못했던 생물들이 논의 생태계 사슬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꼼꼼이 보여주고 있다.

이차장은 <논>을 제작하기 위해 10개월여를 전국 방방곡곡의 ‘이름난’ 논을 찾아다녔다. 옆새우처럼 1급수에 서식하는 생물을 논에서 촬영하기 위해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가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때론 좋은 촬영지로 낙점했던 곳이 장마로 인해 휩쓸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곳곳에서 만난 따뜻한 ‘농심’은 곧 또 다른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줘 촬영을 원만히 끝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작품 제작이 쉽지만은 않았다.

‘카메듀서’라고 부르기는 좋지만 실상 1인 제작 방식이란 게 하나에서 열까지를 모두 이차장이 챙겨야했기 때문이다. 이차장은 “촬영보조 겸 AD와 기사 아저씨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렇다해도 ‘카메듀서’란 방식은 제작자의 기획이나 의도하는 데 따라 신속하고 일사분란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게 이차장의 평가다.

게다가 제작비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논>의 경우 일반적인 제작 시스템에 비해 절반 이상의 제작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제작진의 시간과 땀이 더 투여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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