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2012년 MBC 170일 파업 당시 프리랜서(계약직)로 입사한 유선경 전 아나운서가 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판결했다. 유 전 아나운서는 지난 2012년 4월 ‘파업 대체인력’으로 채용돼 계약을 갱신해오다 2017년 12월31일  계약 체결 거부 통보를 받았다.

21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MBC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유 전 아나운서는 최초 2년간 회사와 ‘프리랜서 업무 위임계약’을 맺었고, 이후엔 프로그램별로 회당 출연료를 책정해 보수를 지급하는 ‘출연계약’을 했다. 

뉴스토마토는 “‘이브닝뉴스’, ‘뉴스투데이’ 앵커와 리포터로 활동하던 유씨는 매년 계약을 갱신해오다 2017년 초 맺은 계약의 만료일인 그해 12월31일 계약 체결 거부 통보를 받았다”며 “파업 주축에서 경영진과 대립하다 해고된 최승호 PD가 사장으로 복귀하며 MBC 경영진이 교체된 직후였다”고 설명했다.

유 전 아나운서는 MBC와 계약 종료 후 지난해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지노위와 중노위로부터 모두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MBC는 이에 불복해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법원은 유 전 아나운서의 손을 들어줬다. 

▲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를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신고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를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신고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한겨레는 MBC가 유 전 아나운서에 대해 회사에 종속적으로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 “계약 내용에 따른 업무만 수행했다”며 “세부 업무 지시를 내린 것은 앵커 업무 특성상 불가피했을 뿐 사용자로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그러나 재판부는 유 아나운서가 MBC로부터 지속적으로 지휘·감독을 받은 ‘근로자’임을 인정했다. ‘앵커와 리포터 업무에 대한 세부 지시를 받았고 MBC와 종속적 관계에 있는 아나운서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 지시도 받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그 증거로 유 전 아나운서가 회사에서 “내일 출근하면 화초 두 개에 종이 물컵으로 물 한 컵, 두 번에 나눠서 줄 수 있을까요?”, “시간 되시면 신문 부탁해도 될까요?” 등 방송 외 일상적 업무 지시도 문자 메시지로 받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 전 아나운서는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된 뒤 계약 기간을 연장해 2년 이상 MBC에 근무했으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MBC가 들고 있는 계약기간 만료는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아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라고 판시했다.

한편 안광한·김장겸 전 MBC 사장 시절인 2016~2017에 입사한 계약직 아나운서들도 계약이 만료됐지만, 이들 가운데 9명은 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고 올해 초 중노위까지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MBC는 이들에게도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지만, 7명의 아나운서가 법원에서 본안 판결 시까지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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