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쟁이들이 통계를 이용할 뿐이다’

통계학계에서 오래 통용된 말이다. 종합적인 통계를 제시하고 입체적으로 분석해 객관적인 결론에 도달하도록 하고 편향된 해석이 불러오는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17일 중앙일보 “최저임금 당사자는 ‘동결’...민노총선 ‘삭감했으니 총파업’”이라는 기사에서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지난 4일 공개한 ‘최저임금제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중앙은 “이 설문 결과에서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가장 강하게 요구한 계층은 임시·일용직(41%), 10인 이하 영세 사업장 종사자(44%)였다”며 “최저임금이 어찌되든 일자리 걱정이 없는 300인 이상 대기업(33%)과 상용직 노동자(36%)는 동결을 요구하는 비율이 낮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앙은 “고소득 정규직 노동자가 주축인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총파업으로 응수할 방침”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보도는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일용직과 저임금 근로자들의 동결 요구 비율이 높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민주노총의 총파업 방침은 잘못됐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통계는 거짓이 아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공개한 통계는 이뿐이 아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 통계 결과가 존재한다.

같은 통계 자료를 가지고 기사를 썼던 매일노동뉴스의 보도 내용을 보면 중앙일보 보도의 편향성은 두드러진다.

▲ 중앙일보 7월 17일자 8면 기사.
▲ 중앙일보 7월 17일자 8면 기사.

지난 5일 매일노동뉴스는 “내년 최저임금 노동자 62% 인상 vs 자영업자 61% 동결”이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에게 긍‧부정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며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물으니 임금노동자는 ‘인상’을 자영업자는 ‘동결’을 과반수가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설문 대상이 임금노동자 500명과 자영업자 300명이라고 밝혔다. 관련 조사가 임금노동자냐 아니면 자영업자냐에 따라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어느 정도이지 보려는 목적이 반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메일노동뉴스가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답한 응답에 주목했던 이유다.

매일노동뉴스는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간 입장차가 팽팽했다”면서 “자영업자는 가장 많은 61%가 ‘동결’을 원했다. 이어 1~5% 미만 인상(20%), 5~10% 미만 인상(8%), 10% 이상 인상(8%) 순으로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매일노동뉴스는 “반면 임금노동자는 동결(37%), 1~5% 미만 인상(31%), 5~10% 미만 인상(18%), 10% 이상 인상(13%) 순으로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보도는 고용형태와 기업규모별로 본 동결 요구 비율 통계만을 보여줘 저임금 노동자가 최저임금 동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전체 임금노동자의 비율로 따지면 62%가 동결이 아닌 인상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동결 의견이 44%라고 하지만 모르겠다고 응답한 2%를 제외한 53%가 인상을 요구한다는 뜻도 된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제목에서 “최저임금 당사자(일용직‧저임금 근로자)는 ‘동결’”이라고 못박았다.

매일노동뉴스는 오히려 임시 일용직과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긍‧부정 체감효과에 대해 응답한 비율을 집중보도했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긍‧부정 포함)로 ‘일자리 감소’라고 응답한 임시·일용직은 55%인 반면 상용직은 32%였다. 소득증가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44%, 34%였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가 최저임금인상 효과를 훨씬 크게 체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근접 집단인 임시 일용직이나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소득증가가 이뤄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도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같이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발표한 통계는 직군별,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 등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시각과 체감 효과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다.

관련 기사를 쓴 연윤정 매일노동뉴스 기자는 “4일부터 17일 사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57.5%로 동결(32.5%)보다 많은 여론조사와 확정된 최저임금이 부적정하다는 의견이 높은 여론조사(리얼미터) 등 동결보다는 최저임금 인상 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지표의 흐름이 있는데 중앙일보 보도는 4일 발표한 통계를 한참 후인 17일 그것도 매우 단선적인 통계 결과만 제시하고 민주노총 총파업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연 기자는 “민주노총 총파업 이유는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 때문이기도 하지만 탄력근로제와 유연근로제 확대 문제가 있고, 최저임금 노동자들도 2차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당사자는 동결을 요구했다고 제목을 확정적으로 쓰고, 고소득 정규직 노동자가 주축인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은 악의적인 내용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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