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기자들이 회사의 예고 없는 복지 삭감 통보에 비판 성명을 냈다. 민영 뉴스통신사인 뉴스핌에서 특정 사안에 성명을 발표하고 연서명한 사례는 처음이다.

14기 기자 4명은 18일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복지 삭감 통보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회사는 연봉 삭감을 피하려는 조치라고 말한다”고 운을 뗐다.

▲ 뉴스핌 CI.
▲ 뉴스핌 CI.

기자들은 “우리는 복지 카드와 통신 지원비를 급여 일환으로 여기며 취재에 활용해 왔다. 회사가 취재를 뒷받침해준다는 든든함은 덤이었다”며 “하지만 복지가 사라진 지금 우린 그 빈자리를 사비로 메워야 한다. 저연차인 우리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자녀를 둔 선배들은 학자금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실질적 연봉 삭감과 다를 게 뭐냐”고 토로했다.

성명 발표 이후 또 다른 기자 43명은 “14기 4인이 발표한 성명을 지지한다. 우리 역시 작금의 사태에 참담함을 느끼며 먼저 행동에 나선 그들의 용기에 동참하겠다. 먼저 성명서를 낸 4인에게 어떠한 불이익 처분도 없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뉴스핌 측은 15일 오전 데스크 회의에서 기자들에게 제공해오던 통신비, 특별활동비(취재비), 건강검진, 학자금 등에 대한 지원 중단을 논의했다. 

다음날 사측은 기자들에게 상반기 결산 결과 7억 적자가 났다며 기자들에게 제공한 비용을 중단하고 매월 7000~8000만원을 절감하겠다고 통보했다.

기자들은 성명서에서 “대표는 계약 사항이 아니며 회사가 베풀어왔던 것이니 거둬들이는 것도 자유라고 말한다. 지금 조치가 불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할 도리는 더욱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들은 “회사는 ‘대표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직접 소통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재통보’에 불과할 것 같단 불안이 크다”며 “결정은 이미 내려졌고 경영진은 바꿀 생각이 없다. 결정권자가 결정을 바꾸지 않는데 어떻게 소통이 이뤄지느냐”고 썼다. 

성명서에 따르면 최근 뉴스핌은 민병복 대표이사의 딸인 민아무개 기자를 공식적 인사 발령 없이 미국 특파원으로 보냈다. 기자들은 “뉴욕에 누굴 보낼지 정하는 건 회사 권한이다. 그래도 결정 과정은 투명해야 했다. 최소한 누가 어디에 가는지 알게 해야 했다. 갑자기 등장한 해외연수 내규도 마찬가지다. 설명 없이 사라진 동료와 예고 없이 등장한 내규. 구성원 불만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예고 없는 복지 삭감 문제 제기에 앞서 뉴스핌 내부에서는 민병복 대표이사의 딸인 민아무개 기자가 뉴욕 특파원으로 공식 발령 없이 간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됐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복지 삭감이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자들은 민 대표와 임원진 일동에게 일방적인 복지 감축 사태에 뉴스핌 구성원에게 사과하고, 일방 통보가 아닌 실질적 대화를 보장하고, 정식 의사소통 창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사측은 19일 “7월을 맞아 상반기를 결산하고 하반기 경영 전략을 짜면서 어렵고 불투명한 경영 환경을 인식했다. 상반기 구성원들이 열심히 했지만 기업들의 경영 악화 등은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사측은 “대표는 어제 저녁 (성명서를 작성한) 14기 기자들과 대화한 데 이어 다음 주 부서별로 직접 설명할 예정”이라며 “선제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엄혹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연말 흑자 기조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경영진은 부서장 등 중간 간부들뿐 아니라 일선 구성원과의 소통 필요성을 절감해 노사협의회를 새로 구성하겠다”고 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 뉴스핌지부는 19일 오후 5시 기수별 대표끼리 만나 이 사안을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뉴스핌지부는 회의 중 나온 내용을 규합해 사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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