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악의 결정을 한 게 독도 방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가 갖고 있는 물건인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그냥 실효적 지배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이것을 정면으로 거슬러서 자신의 지지율이 추락하니까 독도 방문 이벤트를 통해서 이 문제를 국제 문제 해버린 이명박 대통령의 우를 다시 범해선 안 됩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7월18일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인터뷰 중)

7년 전인 2012년 8월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다.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의 방문은 처음이었다. 이 대통령은 “독도는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날 주한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유감을 표명했다.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진보성향의 일본 ‘아사히신문’조차 “분별없는 전대미문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당시 야당에선 “실효적 지배 중인 독도를 방문해, 국제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의 의도에 판을 열어준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일본은 이후 8월21일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통화 위기 시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긴급하게 받을 수 있는 ‘통화스와프’가 독도 방문 이후 중단됐다. 2001년 체결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일본이 경제를 외교 갈등의 보복으로 삼은 첫 사례다. 

▲조선일보 2012년 8월11일자 1면.
▲조선일보 2012년 8월11일자 1면.

당시 한·일 갈등을 보도하는 보수신문의 논조는 지금과 사뭇 다르다.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다음 날인 8월11일자 지면에서 “독도 방문은 독도 영유권을 표현하는 최고 수준의 상징적 조치로,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 정부의 끊임없는 시도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독도 방문을 통해 ‘친일’ 논란을 확실히 잠재우는 효과를 노렸다”고 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가리켜 “일관성을 잃은 외교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까지 한일 양국 간 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취하다 느닷없이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지적하며 “친·인척, 측근 비리 등으로 20% 아래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한일 갈등을 활용하려는 정치적 노림수도 읽힌다”고 보도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종군 성노예 문제와 역사왜곡에 대해 (일본이) 적반하장격의 몰염치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 우리 국민 전체가 느끼는 분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명박 정부를 향해서는 “영토의 실효적 지배국가가 취해야 마땅할 전략적 검토를 충분히 거친 결과인지 마음에 걸리는 대목도 없지 않다”며 매우 신중하게 우려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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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8월11일자 1면. 

 

같은 날 중앙일보는 “역사 현안 변화 없는 일본 외교 대신 행동으로 경고”라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뽑았다. 한일관계 악화와 관련해선 “꽉 막혀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양국이 경제·안보 면에서 협력할 여지가 많다”며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 분야별로 완급을 조절하는 멀티 트랙 외교에 암묵적 합의가 조성돼있다고 보도 있다”고 보도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일축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이 대통령 독도 방문은 일본이 자초한 일”이라는 제목의 사설도 뽑았다. 이 신문은 “일부 일본 언론은 한일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에 빠진 것으로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일본 측의 무리한 움직임이 있다면 신중하면서도 단호한 대처로 상황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에 빠진 것처럼 보도하는 현재와 매우 대조적인 논조다. 

외교적으로 볼 때 2012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도발’했고, 일본의 보복이 이뤄졌다. 반면 2019년 현재의 경우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공 배상 판결을 빌미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첨단 소재 수출 규제 ‘도발’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12·28 ‘위안부’ 합의 파기 △해상 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조준 시비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WTO 심의 패소 등을 거치며 도발을 준비해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경제 도발과 관련 “강제 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조치의 이유로 내세웠다가 우리에게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 제재 이행 위반의 의혹이 있기 때문인 양 말을 바꾸었다”고 비판하며 현 상황을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일본 정부로선 단지 도발의 계기와 시점을 고르고 있었던 것이다. 7년 전 보수신문 논조를 감안하면 일본이 먼저 도발한 현 상황에 대해 보수신문의 논조는 더욱 강경해야 상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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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정상회담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 방문 뒤인 2012년 8월14일 “(일왕이 방한하려면)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며 ‘수위’를 높였다. 일본 우익 단체들의 반한 시위는 거세졌다. 줄곧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비판해온 한겨레조차 “대통령의 발언이라면 갖춰야 할 상대에 대한 배려와 품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수신문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논조는 찾기 어렵거나 매우 낮은 톤이었다. 조선일보 8월18일자 “일왕 사죄 요구하자 경제보복 카드 꺼내는 일본”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가 경제보복을 자초했다는 대목은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8월16일자 사설에서 “하고 싶은 말을 후련히 다 하는 것이 외교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며 “일본이 우리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국제 정치 차원에서 노력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식의 완곡한 화법으로 우려를 전할 뿐이었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8월22일자 사설 “日本, 100년 전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에서 “일본 국민이 겪는 좌절감을 한국을 향해 분출하도록 해 정권의 위기를 넘기려는 것이란 의심을 사고 있다”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그해 8월25일자 사설에서도 “지금 일본엔 이웃 나라를 서양 제국주의를 본떠 침탈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아시아 각국에 진정한 이웃으로 다가서기 위한 자기 성찰적 이성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자민당이 아닌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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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8일자 조선일보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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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22일자 조선일보 사설. 

최근 청와대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민정수석부터 대변인까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한 일부 보수신문을 공개 비판하고 있는 이유는 이 같은 특정 신문사의 정파적 보도에 대한 누적된 불신 탓이다.

정부가 스스로 정부 비판 보도의 정당성 여부를 ‘국익’의 잣대로 판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의 경우 국익 또는 애국 차원을 넘어 특정 정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위한 의도적 논조라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한일갈등과 관련해 2012년 보도와 2019년 보도의 차이가 드러낸 ‘당파성’이 그 예다. 이러면 조선일보의 ‘언론 자유’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 의식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불신은 해당 언론사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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