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은 국민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된다.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겐 닿지 않는 목소리다. 한국농아인협회, 장애벽허물기, 정의당 장애인위원회와 추혜선 의원이 19일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부터 수어통역사 배치 등을 통해 청각장애인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라고 국회에 청원했다.

김세식 한국농아인협회 감사는 “국회 기자회견장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 한국수화언어법이 만들어질 때 장애인단체와 많은 활동을 했고, 법이 만들어진 뒤 많은 농인들이 이제는 차별받지 않겠구나 생각했지만 차별은 여전하다”며 “특수학교 교사들이 여전히 수어를 할 줄 모르고, 심지어 농인 자녀를 둔 부모들도 수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2016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은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규정하며, ‘농인과 한국 수어사용자는 한국수어 사용을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모든 생활영역에서 한국수어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 한국농아인협회, 장애벽허물기, 정의당 장애인위원회와 추혜선 의원 등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국회 주요 사안에 대한 수어통역 실시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수어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전하고 있다. 사진=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제공
▲ 한국농아인협회, 장애벽허물기, 정의당 장애인위원회와 추혜선 의원 등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국회 주요 사안에 대한 수어통역 실시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수어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전하고 있다. 사진=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제공

김 감사는 “온라인으로 국회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화가 난다. 기자회견장이나 상임위원회 회의 영상에 수어나 자막이 없어서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수화언어법은 국회에서 만들어졌다. 법률을 만든 국회는 이것이 올바로 이행되록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지난 4월부터 국회 기자회견 때마다 수어통역사와 동행하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참석했다. 추 의원은 “장애인 영화관람환경 개선을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국회조차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끄러웠다. 제가 개최하는 정론관 기자회견만이라도 수어통역사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며 “국회 행정규칙들만 바꿔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사무총장이 결심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청원 내용은 △장애인·복지 관련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정론관 기자회견 수어통역사 배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부터 단계적으로 상임위 회의 수어통역 제공 △국회방송 수어통역 프로그램 확대 △국회 본회의 장애인 방청에 대비해 휠체어 등 장애인 보조기기, 시·청각 장애인 방청을 위한 점자안내서·수어통역서비스 제공 등이다.

▲ 추 의원은  향후 국회방송, 의사중계시스템의 모든 방송에 한국수어, 폐쇄자막, 화면해설 등 장애인 시청권 보장을 위한 편의 제공, 장애인의 국회 회의 방청 지원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향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한국농아인협회, 장애벽허물기, 정의당 장애인위원회와 추혜선 의원 등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국회 주요 사안에 대한 수어통역 실시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수어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전하고 있다. 사진=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제공

김주현 장애벽허물기 대표는 이 요구들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정론관에 기자들만 있는데 왜 수어통역을 하느냐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온라인으로 전 국민이 볼 수 있다”며 “국회에서 진행되는 사안들을 농인들이 수어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추 의원은 향후 국회방송, 의사중계시스템의 모든 방송에 한국수어, 폐쇄자막, 화면해설 등 장애인 시청권 보장을 위한 편의 제공, 장애인의 국회 회의 방청 지원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향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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