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보도가 도리어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는 행태에 재난보도 준칙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토론회(‘재난 피해자 명예훼손과 언론의 역할’)에 나온 패널들은 세월호 참사 때 언론이 전 국민적 비판을 받았는데도 이어지는 재난에서 달라지지 않은 보도 행태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배보상금 가짜뉴스, 교통사고 프레임, 인터넷상 혐오 발언 등의 악의적 배포에 “언론은 참사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심경을 묻거나 절규하는 장면을 찍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외치는 진상규명이 무엇인지, 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지를 바르게 보도해야 한다”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재난 피해자 명예훼손과 언론의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18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재난 피해자 명예훼손과 언론의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유경한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보도준칙이 만들어졌지만 2017년 제천 화재 사건, 2018년 강릉 펜션 유독 가스 질식 사고에서도 세월호 참사 당시 문제점으로 지적된 과도한 취재 행태가 여전히 반복됐다”며 “최근에는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피해자들의 2차 피해도 증가한다”고 했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언론은 정확성보다 속보성, 객관성보다 선정성에, 피해자 사연 부각에 관심을 갖는다”며 “과도한 영웅과 희생양 만들기, 신상 노출, 타 언론사와 경쟁으로 재난보도준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허 대변인은 재난보도준칙 강화를 주문하며 법원 판단에 준칙위반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재난 피해자 또는 관련 단체 항의가 있으면 즉시 취재를 중단해야 한다”는 조항을 현행 준칙에 추가해야 한다는 것. 허 대변인은 병원, 피난처, 수사기관 등 출입을 통제하는 곳의 취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관계기관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현행 준칙에 ‘반드시’ 같은 강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도 했다. 

허 대변인은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현행 준칙에 “위법 행위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화 문구도 넣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외에도 허 대변인은 △준칙을 어기면 실질적 처벌 강화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등에 명예훼손죄를 추가 △사이버 모욕죄 신설 검토 △사자 모욕죄 검토 △혐오 표현 처벌 △신속한 정정보도 관련 입법화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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