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첫날 MBC를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비판했다.

손 아나운서는 17일 페이스북에 “얘들아, 어제 너희(계약직 아나운서)가 직장 내 금지법으로 MBC를 신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밤새 고민하다 이 글을 쓴다”며 글을 남겼다.

▲ 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했다. 사진=손정은 아나운서 페이스북
▲ 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했다. 사진=손정은 아나운서 페이스북

손 아나운서는 “2016년 3월 사회공헌실로 발령 나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 신동호 전 아나운서국장은 인사발령이 뜨기 전 국장실을 비웠지. 그는 그렇게 11명의 아나운서를 다른 부서로 보냈고 그 인력을 대체할 사람들 11명을 ‘계약직’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손 아나운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거다. 그저 방송하러 들어왔을 뿐인데 들어오는 방송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거냐고 할 수 있겠지. 너희들은 실제로 나에게 와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제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부림치는 너희의 모습이 더 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 않는 구나”라고 썼다.

손 아나운서는 “안타깝게도 실제 파업이 이뤄졌을 당시 너희들은 ‘대체인력’ 역할을 수행했다. 그 자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재계약 운운하며 뽑은 이유대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당시 경영진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당연히 쉽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고 말했다.

손 아나운서는 “회사는 계약이 종료됐다고 말하고 너희는 갱신 기대권을 주장한다. 우리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가처분 상태라 회사에 출근하고, 급여를 지급해주며, 법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회사를 직장 괴롭힘 1호로 지목하고 언론플레이에 나섰다”고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비판했다.

▲ 손정은 아나운서. 사진=이치열 기자
▲ 손정은 아나운서. 사진=이치열 기자

손 아나운서는 “너희의 고통을 직장 괴롭힘의 대명사로 만들기에는 실제 이 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우리 사회에 차고도 넘쳐 마음이 아플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MBC를 고용청에 신고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2016~2017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됐다가 지난해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법원이 지난 5월 이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복직했으나, 업무 공간이 아닌 별도 공간에 배치되고 전산망이 차단되는 등 회사 조치에 고통을 호소해왔다.

▲ 엄주원 아나운서 등 10명은 16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고용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를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신고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엄주원 아나운서 등 10명은 16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고용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를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신고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자신들을 ‘대체 인력’으로 명명하는 것에 “시청자들과 많은 언론들이 우리가 파업 중 채용된 대체 인력이라고 오해하지만 2017년 9월 파업과는 관계없이 2016년 4월과 2017년 5월 정식적 공개 채용을 통해 채용됐다. 다만 계약서상 신분이 계약직이었고 파업을 했다간 바로 계약이 해지될 수 있었던 약자였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또 “약자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대체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선배들이 하던 방송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2~3개월은 고통스러웠다”며 “당시 선배들에게 힘든 마음을 털어놓으면 ‘너희 상황을 이해한다. 하지만 방송은 잘해야 한다. 그게 본분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중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해도 이를 악물었다. 선배들이 돌아오면 후배로서 무조건 이 빚을 갚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사건이 사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17일 브리핑에서 “업무 미부여라거나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내 전산망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어느 정권 때 입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체인력으로 들어왔는지 따지는 것도 논외다. 이들 고용에 MBC 책임 여부를 따지는 문제다. 고용 책임이 있다면 MBC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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