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언론 보도로 공론화된 드라마 ‘키마이라’ 성추행 논란은 초기 제작사 측 책임자의 소극적 대처로 더 크게 불거졌다. 제작사는 대본 첫 장에 ‘성희롱 예방 가이드라인’을 써놓을 정도로 기민한 모습을 보였으나 실제 대처는 미흡했다.

키마이라 사건은 지난 6월24일 연출팀, 제작팀, 소품팀 등 스태프 10여명이 모인 회식자리에서 조연출 A씨가 여성 스크립터 B씨를 성추행한 것이다. B씨는 사건 당일 제작사 이사에 사실을 알렸고 이사와 후속 대응을 계속 협의해 29일 A씨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일부 매체는 사건이 알려진 경위와 관련해 B씨가 악의적 감정으로 단체 대화방에 사건을 폭로한 후 일을 그만둔 듯이 전했으나,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원인은 제작사 측의 소극적 초기 대응에 있었다.

▲ⓒ gettyimagesbank
▲ⓒ gettyimagesbank

B씨는 일을 그만 둔 지난 13일 제작진이 있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사건 발생 사실이 포함된 하차 이유를 글로 남겼다. 13일 하차는 이미 합의된 사안이었고 B씨는 제작팀 측에 글을 남기고 떠나겠다고 미리 알렸다.

B씨는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있는 공론화 과정’을 요구했다. 핵심 스태프가 모인 자리에서 가해자가 사과하고 제작진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자리를 뜻했다.

사과 자리는 지난달 29일 연출·조명·촬영감독 등 3명과 소품팀장만 참가한 채 세트장에서 멀리 떨어진 풀숲이었다. B씨가 지난 1일 ‘애초 말했던 바와 달랐다’고 의견을 전하자 자리를 만든 제작 PD는 ‘그때 피하지 않은 네 잘못도 있다’ ‘쌍방 책임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리되자 B씨는 “하차 전 의사를 표명하고 나가겠다”고 제작팀 측에 밝혔다. 그리고 B씨는 하차 당일 2차 가해성 발언 등을 지적한 글을 올렸다. 

제작사는 15일 언론 보도로 사건이 공개되자 해당 조연출을 해고했고 사과문을 올렸다. 16일 제작 PD의 2차 가해가 보도돼 논란이 커지자 제작 PD도 하차시켰다. 보도 전엔 소극 대응하다 보도 후 적극 수습에 나섰다. 

제작사 JS픽쳐스의 키마이라 제작팀은 지난 16일 사과문을 내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피해 당사자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고 이 상황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고 계실 전체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에게도 빠른 피드백을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2차 가해 발언이)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돼 현 시간부로 해당 프로듀서를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며, 이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자초지종을 파악한 뒤 해고를 비롯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좀 더 민감하게, 좀 더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