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반(反)당권파 10인이 17일 새벽 ‘제3지대 신당’ 추진을 공언하면서 평화당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동영 대표 등 당권파는 ‘당 흔들기’, ‘배신 정치’ 등 날 선 비판을 내놨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초 다수가 희망했던 건 정동영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고 제3지대 신당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었는데 정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비대위 체제 전환에 동의했던 의원들이 별도로 만나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를 발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안정치는 김종회, 박지원, 유성엽, 윤영일, 이용주, 장병완, 장정숙, 정인화, 천정배, 최경환 등 10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유 원내대표는 “재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더더욱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운 정치세력 태동에 헌신해야 한다고 결의하고 다짐했다”며 “내부로부터도 동참을 이끌어내고 정치권에 있지 않지만 대한민국 정치의 새 발전을 위해 힘 보태겠다는 분들까지 끌어내서 기득권 양당정치를 극복할 건강하고 튼튼한 제3지대 신당을 발족시키겠다”고 말했다.

▲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평화당 반당권파 의원 10명으로 발족한 '대안정치연대'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평화당 반당권파 의원 10명으로 발족한 '대안정치연대'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다만 탈당론엔 선을 그었다. 유 원내대표는 “어제도 탈당 문제 두고 격론이 있었다. 제3지대 신당에 동의하지만 시기는 좀 더 생각해야 한다는 분이 있었고 가급적 민주평화당 전체가 움직이는 게 좋지 않냐는 의견이 있어 탈당은 일단 보류했다”며 “신당으로 가기 위한 전환이라고 봐야지 분당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본다. 새로운 제3지대 신당으로 전환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일부 세력과 결합을 전제로 ‘손학규-정동영 체제’가 만들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손학규-정동영 공동대표는 아주 최악의 카드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국민의 관심, 흥미를 불러올 수 없는 최악”이라며 “애매한 봉합 그림은 만들지 않겠다. 가급적 외부에서 첫발 들이는 분들이 얼굴이 되고 대표가 돼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도로 국민의당’ 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는 질문에는 “외부에서 들어오신 분들이 전면에 나서고 특히 중진일수록 뒤로 빠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도로 국민의당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튼튼하고 건강한 신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신당 창당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가급적이면 저는 1, 2, 3단계 중 1단계라도 9월 전에 매듭이 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며 “정기국회가 끝나면 연말연초에 한 번 더 변화하는 2단계 정도, 마지막 3단계는 총선 임박해서 이뤄질 것”이라는 개인적 관측을 전했다.

이날 오전 반당권파가 불참한 민주평화당 최고위원회의에선 반당권파를 향한 비판이 빗발쳤다. 정동영 대표는 “어제 모처에서 의원들과 진지한 소통의 자리가 있었다. 이 얘기들을 잘 받들어 당이 사분오열 되지 않고 한 방향으로 모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한 가지 유감은 한 원로정치인의 역할이다. 당의 단합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뒤에서 들쑤시고 분열을 선동하는 그분의 행태는 당의 불행”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도대체 그분이 원하는 당의 최종적인 모습은 무엇인가. 당 흔들기를 즉각 중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영 최고위원은 “철새 정치를 넘어가는 데마다 쑥대밭으로 만드는 메뚜기 떼가 있다. 정치 미아들의 가출 사건을 국민에게 보여 드려 죄송하다”며 “구태 우두머리에 이끌린 패거리, 배신 정치는 오래가지 않는다. 갈 때는 가더라도 정치 도의는 지켜야 한다. 당을 만들더라도 탈당하고 나가셔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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