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태프 팀장 노동자 아니라는 판단에 현장 분노
드라마 스태프 팀장 노동자 아니라는 판단에 현장 분노
‘팀장·감독 스태프 빼고 노동자성 인정’ 감독 발표에 “조명감독과 제작사가 동등하냐” 발끈

고용노동부가 지난해에 이어 ‘팀장·감독을 제외한 드라마 스태프’의 노동자성만 인정한 감독 결과를 내놓자 드라마 스태프들이 “정부가 방송 노동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의지가 있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17일 보도자료를 내 지난 4~6월 간 KBS 4개 드라마 제작 현장을 특별근로감독한 결과를 발표했다. 드라마는 각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제작사 지앤지 프로덕션) △국민 여러분(몬스터 유니온) △닥터 프리즈너(지담) △왼손잡이 아내(팬 엔터테인먼트) 등 4개로 지난 2월27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근로감독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추혜선 의원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드라마 제작 기술팀 스태프 ‘노동자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용욱 기자
▲추혜선 의원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은 6월10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드라마 제작 기술팀 스태프 ‘노동자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용욱 기자

청원의 핵심 요구는 스태프 전원의 노동자성 인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드라마 현장 특별근로감독을 최초로 실시해 그해 9월 팀장·감독 스태프를 제외한 이들의 노동자성만 인정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 177명 중 157명만 노동자로 인정됐다. 감독 스태프들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 책임 아래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 결과도 동일했다. 고용노동부는 4개 드라마 스태프 184명 중 137명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노동부는 137명에겐 “(계약 형식과 별개로) 감독 등 팀장급 스태프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사용 종속 관계에 있어 근로 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다만 외주 제작사와 감독․프로듀서(PD) 등 팀장급 스태프들이 체결하는 계약은 팀장급 스태프들의 경우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 책임 아래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는 발표 직후 ‘감독 스태프들이 방송국과 외주제작사와 동등한 관계로 노동하고 있느냐’고 반발했다. 한빛센터는 성명을 내 “감독 스태프 역시 일방적으로 방송국와 외주제작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엄연한 한 명의 노동자”라며 “단지 오랫동안 방송업에서 관행으로 굳어진 턴키 계약으로 인해 개인사업자로서 계약을 맺었을 뿐이다. 그들 역시 매일 같이 반복되는 장시간 촬영과 야간 노동에 시달리며,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불합리한 요구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한빛센터는 고용노동부가 방송스태프 처우문제를 방송국과 외주 제작사가 아닌 감독 스태프에게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한빛센터는 “제작 상황을 관리·감독해야 할 방송사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물론, 감독급 스태프와 외주 제작사의 도급 계약은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며 실제 방송 노동의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결론을 도출했다”고 반발했다. 

▲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이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이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노동시간 대폭 감소, ‘주 52시간제’ 의식한 듯

스태프들은 대부분 ‘턴키계약’(팀 단위 도급계약)이나 외주제작사와 개별 위탁계약(용역계약)을 체결해왔다. 둘 중 비중이 높은 쪽은 턴키계약이다. 턴키계약은 팀원 각각의 인건비, 출장비, 장비사용료 등 구체적 비용산출 없이 총액만 정해 용역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발주사는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감독 스태프가 제작사와 턴키계약을 맺으면 그 이하 스태프들은 계약없이 팀 소속으로 일하거나 감독과 도급계약을 맺어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해와 올해 턴키계약을 근거로 감독 스태프를 독립적 프리랜서로 인정한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4개 드라마 현장에서 턴키계약이 줄고 개별 용역·고용계약이 증가하는 추세를 확인했다 밝혔다. 노동부는 2018년엔 감독 스태프와 이하 스태프들이 대부분 구두계약을 해왔다면 2차 감독 결과 대부분 서면 계약을 체결한 것을 확인했다. 

고용노동부는 또 노동시간 단축 등 스태프 노동환경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2018년 1차 감독 땐 1일 평균 근로시간이 15.2시간이었다면 이번 2차 감독에선 12.2시간으로 줄었다. 1주 평균 5.6일이던 근무일수도 2차 조사에선 3.5일로 감소됐다. 1주 평균 연장근로시간도 28.5시간에서 14.1시간으로 대폭 줄었다. 
 
노동부는 “스태프가 근로자로 인정됨에도 여전히 대부분 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서면 근로 계약을 작성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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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7-17 17:05:53
한빛센터는 “제작 상황을 관리·감독해야 할 방송사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물론, 감독급 스태프와 외주 제작사의 도급 계약은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며 실제 방송 노동의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결론을 도출했다”고 반발했다. <<< 계속 말해야 한다. 방송계에 턴키계약이 유지된 세월이 있는데, 어떻게 한 번에 해결되겠는가. 계속 말하며 참여한다면 점차 바뀔 거라고 본다. 정치/사회/노동은 절대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 끝없는 참여와 토론, 합의, 양보, 투표.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걸 급격하게 바꾸려고 하다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바닥을 다지면서 지속해서 끝없이 가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