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중국 무역수지는 556억달러 흑자였다. 수출은 1621억달러, 수입은 1065억달러였다. 일본과의 무역수지는 241억달러 적자였다. 305억달러를 수출했고, 546억달러를 수입했다. 올 6월까지 대중국 무역수지는 116억달러 흑자였고, 대일본 무역수지는 100억달러 적자다. 

이 수치를 보면 사람들에 따라서는 일본의 기술이 앞섰고, 중국의 기술이 뒤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지난해 우리 무역수지에서 흑자가 697억달러인데, 그중에서 대중국 흑자가 556억달러라는 절대적인 수치인 만큼 대중국 수출이 어려우면 우리 경제가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런 지표들은 당연히 정확한 수치고,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깊게 사고할 것이 있다. 바로 한중일은 물론이고 미역의 무역을 보면서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이하 GVC)을 전제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GVC는 우리 주변의 경제가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양한 사슬로 얽혀있다는 것이다. 이 이해를 아래 표를 통해 이해해보자. 

▲ 동아시아 국제분업구조 (GVCs)
▲ 동아시아 국제분업구조 (GVCs)

 

위 자료는 2012년 중국 해관통계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GVC를 설명한 것이다. 이런 배경 상황은 아직 크게 바뀌지 않아서 지금을 설명하는데도 유효하다. 간단히 설명하면 한국은 중국에 흑자를 보는 대신에 일본에 적자를 봐서 운영되는 국가다. 반면에 중국은 한국과 대만에는 적자지만 미국과 일본에 흑자를 내서 산다. 일본은 한국과 대만에 흑자지만 중국에는 적자다. 대만 역시 중국에 흑자지만 일본에 적자여서 한국과 비슷한 구조다. 여기에는 표시되지 않지만 한국과 대만은 지난 수십년 간 신기할 만큼 무역수지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즉 이 상황은 누가 잘라서나 못나서가 아니라 그렇게 구조를 짜 놓고 돌아가는 체인이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위기 맞은 GVC

그런데 2년전부터 시작됐고, 갈수록 절정을 맞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이 가치사슬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동아시아 글로벌 가치사슬의 가장 중요한 축에는 미국이 있었다. 미국은 이 사슬의 보이지 않는 한축에서 기축통화를 가지고 절대적인 만성 무역 적자국가였다. IMF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2017년 무역적자는 7971억달러 적자였고, 2018년에는 8788억달러였다. 트럼프 정부 역시 이 문제를 가장 어려운 기초로 보고, 이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다. 물론 내면적으로 보면 한 장의 원가가 40센트밖에 하지 않는 100달러짜리 지폐에 대한 지배력을 벗어나려는 중국의 기축통화 도전이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위협도 존재한다. 

이런 배경을 논외로 하고, 미국의 문제제기로 인해 이 동아시아 GVC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본이 한국에 대한 소재수출 등을 무기로 쓰면서 이 위기는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 언론도 이런 상황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고 논평한다. 그런데 이 상황을 보면서 GVC라는 구조를 배경으로 읽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그럼 해법은 없는 것일가. 바로 위에 있는 GVC를 잘 해석하고, 구조를 수정해야만 미래가 있다. 우선 무너진 위 체계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연착륙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를 단계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 미국 중국 갈등. 사진=gettyimagesbank
▲ 미국 중국 갈등. 사진=gettyimagesbank

 

첫단계는 그간 절대적인 수입 국가였던 미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한다는 전제를 깔아야 한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 원한 것이 아니라 미국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다. 제조업 부활이나 수입 경로의 다변화를 통해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시도할 것이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이런 전제를 깔면 해법도 쉬워진다. 동아시아 가치사슬에서 미국 부분이 없다면 전체적인 규모는 확연히 줄어든다. 지난해 중국의 대외수출 2조4741억달러 가운데 미국으로 수출이 4799억달러였고, 홍콩으로의 수출 3014억 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의 도착지는 미국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반대로 이 부분은 지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제조업 강국인 중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대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시진핑 정부들어서면서 시작한 일대일로는 결국 미국이나 일본으로 집중된 경제를 러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로 바꾸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기존 시장이 줄어드는 것에 비해 신흥시장의 성장은 더딜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동아시아 GVC에 주는 가장 큰 의미는 GVC의 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이나 대만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도 한국으로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두번째 이 상황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도 있다. 일단 일본이 한국에 대한 특수한 분야(소재산업, 고기술산업)의 수출을 금지하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가야 하는가다. 이런 상황은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GVC에서 일본을 배제할 수 있는가다. 논란이 있지만 당분간 일본의 반도체 부품이나 소재에 대한 수입이 막힐 수 있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을 대신해 비슷한 역할을 하는 대만을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일본의 대한국 수출 금지의 최종 목적지가 미국이 적대적으로 대결을 벌이는 중국일 경우다. 이런 전제가 맞는다면 미국이나 일본의 전제는 동아시아 GVC의 사슬 전체를 끊어버리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때 관건은 한국이나 중국, 대만이 독자적인 가치사슬을 만들 수 있는가다. 이런 상황을 중장기적으로 예측하고 기술 개발이 가능한 한국, 대만이 자본과 시장을 갖춘 중국과 더불어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 경우 중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도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 번째는 심우도(尋牛圖)에 나타난 불교식 해법으로 이제 동아시아 GVC 자체를 잊는 것이다. 지난 15일 전경련은 "ICT 산업은 일본(소재 수출)→한국(부품생산)→미·중·EU(제품화)의 가치사슬이 있다”며 “한국 업체의 반도체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ICT 기업에도 악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면서 일본에 수출 제재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발생한 근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포격을 시작한 가장 중요한 배경에는 중국의 ‘중국 제조 2025’가 있다.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4차산업혁명을 실제화하는 첨단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로 미국은 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고, 그 결과는 무역을 포함한 패권 전쟁이었다. 문제는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누가 승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국제사회도 전쟁을 촉발시킨 미국과 전선을 확장시키는 일본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동아시아 GVC 자체를 잊는다는 것은 기존의 패러다임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동아시아 가치사슬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구조는 기존에 수출입의 균형을 통해 각자가 생존하는 방식이었다. 그 패러다임을 깨는 것은 한국에게 있어서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도 하다. 대중국 수출이 기존처럼 제조업이 아닌 비제조업이나 서비스 등으로 바뀌는 것도 포함한다. 실제로 한국이 대일본 관광수지가 크게 역전한 것에서도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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