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맞선 한국정부, ‘한국언론’과 때아닌 전쟁 
일본과 맞선 한국정부, ‘한국언론’과 때아닌 전쟁 
산업부 “日 수출 규제 관련 무책임한 보도자제” 이례적 요구
청와대 대변인, 조선·중앙일보 일본어판 보도 공개 비판
한일 갈등 속 일본에 ‘빌미’ 줄 수 있는 언론 보도 차단 의도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 만남(6월31일) 직후인 7월1일 일본의 디스플레이·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통보로 시작된 한일 갈등 속에 정부가 ‘무책임한 보도’를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현 외교 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부 언론에 대한 비판여론의 경우 언론이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日수출규제 관련 무책임한 보도 자제해주십시오” 산업통상자원부 7월15일자 보도자료 제목이다. 산업부는 이날 “일본 현지 언론의 확인되지 않은 보도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는 국내 언론 기사들이 있다. ‘산케이신문이 한국에서 생화학무기 관련 물자 밀수출 68건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는 뉴시스 13일자 기사가 사례”라며 “뉴시스가 인용 보도한 산케이신문 기사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인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은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대량 파괴에 전용 가능한 전략물자가 한국에서 위법으로 유출되는 게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17일자 “한국, 전략물자 불법 수출 3년 새 3배” 기사에서 전략물자의 무허가 수출을 한국정부가 적발해 차단한 건수가 2015년 14건에서 2018년 41건으로 늘어났다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실 자료를 인용했다.

산업부는 해당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며 “특정한 근거 없이 (전략물자가) 북한과 이란에 갔을 수 있다고 추정 보도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정부 부처가 의원실 자료를 인용한 특정 언론 보도를 ‘무책임한 보도’라고 규정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언론 스스로 자초했다. 

▲ G20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연합뉴스
▲ G20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연합뉴스

조선일보는 지난 6월28일자 박정훈 논설실장 칼럼에서 “숨 가쁜 국제 정세보다 더 구한말 같은 것이 이 순간 한국과 일본의 통치 리더십이다. 지금 일본엔 화려했던 과거를 꿈꾸는 지도자가 등장해 있다”고 적었다. 아베 찬사였다. 이 칼럼에서 아베는 이토 히로부미에 비교됐다. 칼럼엔 잔혹했던 일본 제국주의를 평가하는 대목은 없었다. 해당 칼럼을 두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토착왜구적인 시각이 언론계에도 퍼져있는 것이 한심하다”고 말했다. 

일본 우익활동가 니시무라 슈헤이는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15일 방송에서 조선일보 기사를 즐겨 읽는다고 밝힌 뒤 “조선일보 기사는 훌륭하다”고 치켜세웠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일본학 교수는 조선일보 등을 가리켜 “한국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데 앞장서는 신문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한국언론 보도가) 일본이 혐한감정을 갖게끔 만들며 국익을 손상하는 행위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우리 정부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신중한 한발 한발을 내딛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선일보는 7월4일 ‘일본의 한국 투자 1년새 –40%, “요즘 한국 기업과 접촉도 꺼려”’라는 기사를,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의 투자를 기대하나?’로, 7월15일 ‘국채보상, 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를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국민의 반일감정에 불을 붙일 한국 청와대’로, 원제목을 다른 제목으로 바꿔 일본어판으로 기사를 제공하기까지 했다”며 언론사 실명을 공개해 비판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현재에도 야후재팬 국제뉴스 면에는 중앙일보 칼럼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른다’, 조선일보 ‘문통 발언 다음 날 외교가 사라진 한국’ 이러한 기사가 2위, 3위에 랭킹되어 있다”며 “많은 일본 국민들이 한국어 기사를 일본어로 번역해 올린 위의 기사 등을 통해서 한국 여론을 이해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닥치고 반일이라는 우민화 정책’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조선일보는 ‘우리는 얼마나 옹졸한가’라는 칼럼을 일본어로 일본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고 대변인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지혜를 모으려고 하는 이 때에 무엇이 한국과 우리 국민들을 위한 일인지 답해야 할 것”이라며 해당 언론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한 정부 차원의 이같은 언론대응은 어느 때보다 한일외교가 중요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일본에 빌미를 줄 언론 보도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JTBC 보도화면 갈무리.
▲JTBC 보도화면 갈무리.

실제로 한국언론의 보도는 “‘반일’을 통해 스스로 목을 조르는 문재인 정권에, 한국 미디어도 잇따라 쓴소리를 내고 있다”(데일리신초, 7월10일자)와 같이 일본언론의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 매체는 6월29일자 조선일보를 인용했는데, 이날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한국청년들이 日기업 문 두드린 날 韓日정상은 8초 악수 뒤 돌아섰다”였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아베의 수출규제가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따른 문재인정부의 외교성과를 덮어버렸다”고 지적한 뒤 “정파적으로 쓴 외교 보도가 상대국에 보도되고, 그것을 다시 끌고 와서 입맛대로 보도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외교 문제를 푸는데에도 안 좋은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몇몇 언론은 한일 갈등을 보도하며 ‘정부발 폭탄’ ‘경제 위기’ 프레임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경제는 11일 “재계 ‘한시가 급한데’…중장기 대책 말하는 靑에 답답”이란 기사에서 정부대응을 비판했고 한국경제는 12일 “한국에서 기업하기 정말 괴롭다”란 1면 머리기사에서 “정치에 발목 잡힌 경제가 휘청거린다”, “경제계에선 기업들이 전선에 서라는 얘기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며 정부에 신속한 ‘협상’을 요구했다. 일부 시민들의 자발적 불매운동에 대해선 대다수 보수언론이 선제적으로 ‘진압’하는 모양새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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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7-17 19:38:50
54년 연속 700조가 넘는 무역적자와 아베의 양적 완화로 손해를 입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을 이야기하는 게 우민화인가. 왜 우리는 54년 동안 무역적자를 봐야 했으며, 왜 갑자기 일본여행을 가는 한국인이 증가했는가를 팩트체크 해야 한다. 이 사단의 대부분이 일본의 무한 양적 완화(엔저) 때문 아닌가. 일본이 환율을 조작해서 한국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는데, 그냥 지켜보는 게 애국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