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남용에 과로사까지, 청주방송 ‘프리랜서 잔혹사’
비정규직 남용에 과로사까지, 청주방송 ‘프리랜서 잔혹사’
2012년 조연출 과로사·2017년 행정직원 부당해고, 올해도 부당해고 소송 중

지난해 말 청주방송은 개국 이래 처음으로 프리랜서와 계약서를 작성했다. 구두 계약 관행이 21년 만에 바뀐 배경엔 부조리한 비정규직 고용 행태에 쌓인 불만이 있었다.

계기가 된 사건은 2017년 3월 ‘라디오팀 행정직원 부당해고’다. 프리랜서 행정직원이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후 ‘무기계약직’으로 복직한 사건이다. 청주방송 직원 A씨는 “프리랜서는 부당 대우를 당해도 회사를 상대로 싸우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뜨렸다”고 했다.

청주방송은 당시 행정직원 정아무개씨와 근무 조건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2014년 채용된 정씨는 일당 5만원으로 계산된 월 급여 135만원(5주 단위 169만원) 외에 4대 보험, 연장근로수당, 연차휴가 등은 받지 못했다.

회사는 2016년부터 정씨에게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라’고 명령하기 시작했고 정씨는 ‘그럴 거면 계약직으로 고용하라’고 맞섰다. 2017년 2월 해외여행을 계획했지만 연차가 없었던 정씨는 ‘3일 정도 쉬겠다’고 보고하고 여행을 떠났고 돌아온 직후 ‘2월까지만 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부당하다며 3월1일 출근했으나 경비원 완력에 막혀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정씨는 부당해고 인정을 받고 5월 복직했으나 6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청주방송이 청주에서 차로 1시간30분 걸리는 충주지사로 정씨를 발령 낸 직후다. 정씨는 이 사실을 출근 명령 3일 전 벽보를 보고 알았다.

▲CJB(청주방송) 뉴스 로고. 사진=CJB 공식 페이스북
▲CJB(청주방송) 뉴스 로고. 사진=CJB 공식 페이스북

 

 

정씨 후임 유아무개씨도 2017년 9월 6개월 만에 사직했다. 그를 관리한 PD가 퇴사를 강요했다. 유씨는 6개월 간 PD로부터 당했던 질책·모욕이 트라우마로 남아 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다. 담당 PD는 유씨 퇴사 결정을 받아낼 때 ‘그만두라’고 고함을 쳤고 2시간 동안 붙잡고 ‘오늘까지만 하고 나갈래 어쩔래’ 반복해서 물었다.

유씨 사직 후 이 PD와 일했던 프리랜서들도 강압적 조직 문화에 지쳐 줄줄이 퇴사했다. 프리랜서 권아무개씨가 2017년 11월, 모아무개씨가 12월 사직했다. 이들 모두 명목상 프리랜서지만 근태를 보면 정직원과 차이가 적었다.

라디오작가였던 권씨는 작가 업무에 더해 PD가 해야 할 협찬, 기획, 섭외부터 내부 기안문서 작성 및 결재도 떠맡았다. 그리고 5개월 후인 지난해 4월 ‘이동민(가명) PD 부당해고 사건’이 일어난 것.

(관련기사 : ‘임금인상’ 말했다 쫓겨난 청주방송 ‘14년차’ 프리랜서)

청주방송은 2013년부턴 프리랜서의 노동자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0월11일 프리랜서 조연출로 일한 고 이윤재씨의 돌연사가 과로사 산재로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은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가 ‘망인은 프리랜서 계약을 했기에 근로자가 아니’라며 내린 산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며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 판결했다.

▲청주방송 조연출이었던 고 이윤재씨가 2012년 4월 27세 나이로 과로사했다. 사진은 그의 28번째 생일을 맞아 친구들이 남긴 추모 그림을 '충북인뉴스'가 찍은 것이다. 사진=충북인뉴스
▲청주방송 조연출이었던 고 이윤재씨가 2012년 4월 27세 나이로 과로사했다. 사진은 그의 28번째 생일을 맞아 친구들이 남긴 추모 그림을 '충북인뉴스'가 찍은 것이다. 사진=충북인뉴스

 

이씨 사망은 청주방송의 비정규직 남용 실태를 드러냈다. 이씨가 입사 10개월 만에 사망했을 시점 청주방송은 이전 10년 간 정규직 PD를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이씨가 사망한 장소는 청주 인근 한 풋살장이다. 이씨는 사망 당일 새벽 5시10분까지 일하고 잠시 눈을 붙인 후 동료들과 축구를 하기 위해 오전 8시30분 다시 회사로 갔고, 10시께 풋살장에서 축구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심인성 쇼크로 쓰러졌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주당 60~70시간, 월 260시간가량 일했다. 일주일에 3일 촬영하고 3일 편집하면서 이틀 이상 밤샘 작업을 했다. 그의 SNS엔 ‘32시간 동안 편집했다’ 등 기록이 수두룩했다. 2011년 7월 입사한 이씨는 2012년 4월 27세 나이로 숨졌다.

청주방송은 지난해 11월경 프리랜서용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전·현직 직원들은 “전근대적인 구두 계약이 개선됐을 뿐 정규직 자리에 비정규직을 쓰는 행태는 그대로”라고 비판한다. 한 퇴직자는 “21년간 부당하게 퇴사한 프리랜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수 년을 일하고도 퇴직금 한 푼을 못 받은 프리랜서들이 수두룩하다. 이들 노동력 없이 청주방송 유지는 불가능하다”며 “간부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5일, 16일 청주방송 측에 여러 번 연락을 넣었으나 관련 입장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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