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에게 정부가 중단시킨 신한울 핵발전소 3·4호기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가운데 “청와대 향해 코드 맞추면 큰 보상이 있을 것 같냐”, “원자력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한수원 사장은 “원자력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자력 사랑’을 증명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수원이 뭐 하는 곳이냐. 수력과 원자력으로 먹고사는 곳 아닌가. 그런데 왜 원전에 반대하냐”고 따졌다. 이어 “한수원 사장은 원전 반대론자가 아니다. 원자력을 사랑해야 하는 회사의 사장이다. 지금 탈원전으로 원전산업이 초토화되고 있다”며 “한수원 사장이 원자력을 사랑하지 않는다. 이럴 거면 한수원 사장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이에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원자력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취임 이래 원자력산업 생태계 유지 발전을 위해 활동해왔다. 두산중공업 협력업체가 어렵다고 해서 간담회도 다섯 차례나 했다”며 반박했다.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6일 오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6일 오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한수원은 원전생태계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업계 추산을 보면 (신한울 3·4호기) 매몰 비용이 8000억에서 1조 원”이라고 주장하며 공사 재개를 요구했다. 이어 “지금 수천억 원의 태양광 사업을 계획하고 있던데 청와대를 향해 코드를 맞추면 큰 보상이 있을 것 같느냐”고 말했다. 이에 정재훈 사장은 “말씀이 과한 것 같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도 정 사장은 “원전 설비 용량은 2027년까지 늘어난다”며 탈원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2017년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공사가 진행 중이던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는 공사 재개를 결정하고, 나머지 신규 핵발전소 6기는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신한울 3·4호기는 사업 참여자에 대한 피해보상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취소가 아닌 결정 보류를 선택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사전제작한 주기기 보상비를 한수원은 3230억 원, 두산중공업은 4927억 원으로 주장한 바 있다. 신고리 5·6호기의 예상되는 전체 공사비는 8조2618억 원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합리적’ 결정에도 한국당은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날 윤상직 한국당 의원 역시 “원전생태계가 못 살겠다고 난리다. 두산중공업 협력업체들이 난리다”라며 공사 재개를 요구했는데, 이 같은 목소리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일부 나왔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한수원이) 보류로 1년을 끌었다. 산업계에서는 신한울 3·4호기가 재개되지 않으면 산업생태계가 깨진다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이사회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보류했다. 정재훈 사장은 “정부의 에너지로드맵과 8차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신한울 3·4호기는) 전력수급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한 뒤 “저는 원자력발전회사 CEO다. 보류된 상태가 해제되는 것은 저희에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에너지전환 로드맵이라는 정부지침에서 (건설) 제외한 것을 임의로 풀 순 없다”며 “이 문제야말로 국회와 정부가 협력을 해주셔서 좋은 결정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한수원 사장이 사실상 공사 재개에 동의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수개월 전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한빛 1호기 사고를 가리켜 “사고 원인이 100% 인재였다”고 정의하며 “이번 사고로 (안전) 기술 시스템을 확인해 한편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한수원 사장을 향해 “한빛 1호기 사고 이후 국민에게는 심각해서 큰일 날 뻔했다며 공포감을 줘놓고, ‘휴먼에러’를 줄이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빛 1호기 사건을 보면 운영기술지침서에 열출력 이상시 대응 매뉴얼이 명확히 있는데, 지침서 해석을 놓고 한수원과 원안위가 논쟁을 벌이다 12시간을 보냈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해석이 있을 수 없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이날도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녹색당은 지난 12일 논평을 내고 “정부·여당은 한빛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운영 중인 핵발전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추경예산을 즉각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밖에 이날 질의에선 △핵발전소 주 제어실 CCTV 설치 의무화(김경진) △한빛 3·4호기 콘크리트 부실시공에 의한 무더기 공극(구멍) 대책 마련(변재일) △라돈 방사능 검출시 환경부가 아닌 원안위에서도 검사 기준 및 대응책 마련(이원욱) 등 주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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