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한 논설위원이 방송에서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와 관련 100년 전 의병과 같은 방법으로 나라를 구하긴 했느냐며 의병전쟁 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그는 질 싸움에 끌려들어가는 것은 재앙이라고도 말했다.

SBS CNBC의 시사프로그램 ‘용감한 토크쇼 직설’을 진행하는 원일희 앵커(SBS 논설위원실 부국장)는 15일 오후 방송된 프로그램 마지막 부분에 ‘[원일희의 직설] 반일 감정 자극이 해법은 아닙니다’라는 클로징멘트를 했다.

원 앵커는 “1910년 국채보상운동, 1997년 IMF 금 모으기 운동 기억하자,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했다, 의병 일으킬 사안이다, 동학 농민운동 때 ‘죽창가’ 불렀다. 대통령, 민정수석, 안보차장, 여당의원, 같은 맥락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 앵커는 “청와대와 여당의 방향이 엿보인다”며 “싸움, 필요하다면 해야죠”라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전쟁은 이길 전쟁만 해야 한다”며 “질 싸움에 끌려 들어가는 거,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원 앵커는 “강제징용 판결이 문제의 본질과 핵심”이라며 “의병으로 해결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백년 전 구한말을 복기하며 당시 해법 운운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지만, 그때 그 방법으로 나라를 구하긴 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오판에 또 오판, 지는 싸움에 끌려 들어가 나라 어떻게 됐습니까”라고 했다.

그는 친일청산에 동의한다면서도 강제징용 판결에서 비롯된 한일 갈등과 경제보복 후폭풍, 이건 친일청산과 별개의 문제로 분리하는 게 정치하는 사람들의 역할이라 믿는다고 했다. 원 앵커는 “아베, 저도 밉지만 반일감정 자극, 해법 아니라는 생각 바뀌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원 앵커의 이 주장에 몇가지 의문이 있다. 백년 전인 구한말에 의병 등의 방법으로 나라를 구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당시 의병전쟁을 폄훼하는 발언으로 들린다. 어차피 질 것 싸우지도 말았어야 한다는 말로도 들린다. ‘의병이 나라 구했냐’는 식의 주장은 식민지 자치론을 주장하던 당시 친일파들이 즐겨 쓰던 논리다. 동시에 일제와 싸우다 이름 없이 죽어간 의병들을 욕되게 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질 싸움에 끌려들어가는 것은 재앙’이라는 표현은 현재의 갈등국면에서 일본과 싸워봤자 진다는 단정을 담고 있다. 이 역시 패배주의 역사관으로 들린다.

몇몇 정부 인사들 언급이 반일감정을 자극할 뿐 해법이 아니라는 원 앵커의 주장 역시 선후관계가 뒤바뀌었다. 아베 일본정부가 말도 안되는 논리로, 그것도 계속 말을 바꿔가며 무역 보복을 감행하는데, 이에 대한 항의를 ‘반일감정 자극’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을까. 일본의 횡포에 최소한의 저항조차 반일감정 운운하는 자기검열이야말로 일본이 더욱 큰소리치며 활개치도록 만든다.

원 앵커에게 이 같은 이견과 의문사항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통화 시도와 문자메시지 질의를 전달했으나 이날 낮 12시 현재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원일희 SBS CNBC 앵커(SBS 논설위원실 부국장)가 15일 오후 방송된 '용감한 토크쇼 직설'에서 클로징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SBS CNBC 영상 갈무리
▲원일희 SBS CNBC 앵커(SBS 논설위원실 부국장)가 15일 오후 방송된 '용감한 토크쇼 직설'에서 클로징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SBS CNBC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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