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정신은 진실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용기가 핵심이다.”
저널리즘의 위기가 거론된다.

경영난을 내세워 기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어느새 기자는 ‘신문사내의 생존’을 최고 가치로 여긴다. 밤 사이 기사가 다반사로 바뀌고 광고주, 권력의 입김이 갈수록 드세다.

리영희 교수(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가 새내기 언론인들 앞에 섰다.
주제는 ‘기자와 기자정신’. 문화일보, 코리아헤럴드·내외경제 수습기자 28명이 수강한 이날 강연은 오늘의 언론상황에 비추어 되새겨볼만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강연장에는 수강생들외에도 언론재단 일부 직원들까지 수강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리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국 기자들의 권력화 과정의 뿌리를 박정희 정권에서 찾았다.
박 정권 출범이후 기자들이 기업, 권력과 ‘타락의 공생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타락의 공생관계가 고착화되면서 임금수준 향상과 함께 기자사회를 상류계층인양 오인케 했다는 설명이었다.

리 교수는 신앙, 집회, 청원의 자유와 함께 표현·언론의 자유를 제한 할 수 없도록 명시한 미국의 수정헌법 1조를 예시하면서 한국 언론의 오도된 언론자유를 비판했다.

표현·언론의 자유가 종국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은 마치 언론자유를 ‘언론사의 자유’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PRESS)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힘(POWER)과 표현(SPEECH)의 충돌시 개개인이 누려야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기 보단 힘(POWER)의 입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리교수는 비판했다.

리교수는 특히 최장집 교수 사건 당시 조선일보가 ‘언론자유’를 들고 나섰으나 이는 언론자유 보다 표현의 자유가 앞서고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남전 당시 미국에선 770만명의 입영대상자 중 모두 210만명에 달하는 미국 청년이 탈영을 하거나 소집장을 불태우고 해외망명 등의 방법을 통해 부당한 월남전에 대항했지만 한국 언론은 오로지 ‘성전’인양 선전했던 쓰라린 과거를 회고한 그는 예비 언론인들에게 ‘진실에 대한 충성심’을 시종 강조했다.

이날 강연을 수강한 문화일보 이태훈 기자는 “막연한 환상이 아니라 기자직업의 윤리와 정신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다가온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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