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봄개편안에 자체 제작한 심층 시사프로그램 편성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기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보도국과 보도제작국 기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뉴스의 이면을 파헤치는 집중기획과 해설, 분명한 문제의식과 시각을 담은 호흡이 긴 심층 시사프로그램 신설을 회사측에 요구해왔다.

회사측은 이를 받아들여 올 봄개편안에 ‘미디어&포커스’ 또는 ‘뉴스플러스’라는 이름의 주말시사프로그램을 신설하는 시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미디어비평을 이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흡수 통합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안팎의 비판을 불러왔고, 결국 미디어비평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심층 시사프로그램 신설안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18일 기수별 대표자 모임을 갖고 회사측에 항의의 뜻을 전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신설을 요구하기로 했다. MBC 기자들이 뉴스 이외의 시사프로그램 제작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인터뷰·취재 테이프 등 자신들이 생산한 방대한 자료를 9시 메인뉴스 외에는 내보낼 프로그램이 없고, 9시 뉴스에 소화된 리포트도 대부분 1분30초 짜리 스트레이트성 기사에 그치는 등 대부분의 취재자료가 방송되지 못한 채 사장된다는 점이다.

보도국 내 간부급 유휴인력 활용의 필요성도 한 요인이다. 한 정치부 기자는 “많은 고참 기자들이 ‘그동안 쌓은 방송 노하우를 활용할 만하니까 정작 할 일이 없다’고 아쉬워한다”며 “이들을 일거리 없이 방치하는 것은 회사 전체 인력운영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기자들이 생산한 자료를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다가 초상권 침해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뉴스 프로그램을 늘리려는 이유다. 홍순관 MBC 기자회 회장은 “기자가 취재원의 얼굴을 가려주기로 한 인터뷰나 내보내지 않기로 한 장면이 담긴 테이프를 사전 상의 없이 다른 프로그램 진행자가 사용하는 일이 잦다 보니 기자와 취재원 사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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