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 해고자, 생명과 같은 목소리 내건 단식
합창단 해고자, 생명과 같은 목소리 내건 단식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 단원 “10년 전 돌연 해체 뒤 복직 약속 번번이 깨져, ‘사무직 1년 계약직’ 하라니”

“성악가는 잘 먹어야 합니다. 열심히 먹어야 노래를 부릅니다. 그래서 두렵습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우리를 하찮게 보는 수모를 견딜 수 없습니다. 복직하는 날까지 싸우겠습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이 2009년 돌연 해체된 뒤 10년째 복직 투쟁을 벌여온 해고 단원이 15일 서울역 부근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안 복도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문체부가 성악가인 해고 단원들에게 ‘사무직 1년 계약’을 제시한 가운데 책임 있는 복직 채용안을 요구하면서다.

문대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지부장은 이날 “국립오페라합창단에서 8년 일하고, 복직을 위해 10년 싸우는 동안 문체부는 번번이 약속을 저버렸다. 이제는 ‘사무직 1년 계약직’을 받아들이라고 한다”며 무기한 단식농성 배경을 밝혔다.

▲문대균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지부장(왼쪽)은 15일 서울역 부근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안 복도에서 문체부 복직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문대균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지부장(왼쪽)은 15일 서울역 부근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안 복도에서 문체부 복직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문 지부장을 포함한 국립오페라합창단원 40명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집단해고됐다. 문체부가 7년 간 성황리 운영되던 합창단을 갑작스럽게 해체하면서다. 단원들은 “곧 합창단을 상임(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믿고 70여만원 월급을 견뎌오던 터였다. 이들은 당시 정부가 합창단을 “참여정부가 만들었다”는 정치적 이유로 해체했다고 추측한다. 단원들은 이후 합창단 재창단과 복직을 요구해왔다.

이후 각 정부는 해고 단원들과 교섭 과정에서 복직 관련 약속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들 약속은 번번이 깨졌다.

노조에 따르면 문체부는 이듬해인 2009년 “3년 안에 상임 합창단을 만들어주겠다”고 구두 약속하며 ‘나라오페라합창단’을 임시로 만들었다. 해고 단원들은 이를 믿고 1년 단위 계약을 받아들였다. 2년이 지나자 문체부는 그같은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나라오페라합창단이 없어져도 단체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해야만 계약을 연장해주겠다”고 했다. 이를 거부한 단원들은 계약이 종료됐다.

문체부는 이후 ‘국립합창단’ 정인원을 늘려 해고 단원들을 수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단원들은 결국 2년 뒤(2013년) 이를 받아들였다. ‘우선 계약직 채용, 2014년 내 상임 전환’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국립합창단 예산도 2억원 증액됐다. 그러나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합의를 이끈 유진룡 장관이 면직되면서다.  이들은 2015년을 끝으로 또 해고됐다. 증액된 예산은 현재 다른 계약직 단원을 고용하는 데 쓰인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 단원들이 지난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교섭연대의 사전 결의대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오른쪽은 문대균 지부장. 사진=김예리 기자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 단원들이 지난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교섭연대의 사전 결의대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오른쪽은 문대균 지부장. 사진=김예리 기자

현재 문 지부장 포함 2명의 해고자가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고 단원들 가운데 여성단원 대다수는 꿈을 포기하고 가정주부로 살아간다. 한창 일하던 차에 해고 당한 이들 단원을 신입으로 받아주는 곳은 드물었다. 몇몇은 시립합창단에 들어가거나 늦은 유학을 떠났지만 소수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문체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문체부의 복직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노조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 5월 노조와 물밑 협상에서 국립오페라단 사무직을 제안했다. 단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자, 문체부는 지난 5일 ‘사무직 1년 계약’을 들고 나왔다.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는 현재 서울사무소 안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문 지부장은 “복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근본 문제는 문체부가 그간 책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가 문체부에 바라는 건 조금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태도”라고 했다. 그는 “사무직 1년 계약직은 우리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성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노래를 걸고, 다시는 노래를 못하게 되더라도 부당하게 해고된 것을 인정받고 복직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인사권을 지닌 국립오페라단 쪽이 ‘1년 계약 뒤 평가를 거쳐 무기계약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라 다시금 해고 단원들의 입장을 (국립오페라단 쪽에) 전달한 상태”라며 “최선의 방도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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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7-15 21:43:41
이명박을 뽑은 것은 그대들과 우리 아니었나. 내년 4월 총선에서 한국당이 이기면 또 모르지. 매번 말하지 않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단 하나, 노동자가 연대해서 투표한다면, 정치인/자본가 모두 노동자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없다 말하지 말고 참여해라. 한가해서 노동운동과 참여를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