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신조 일본 총리 정권의 무역보복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조중동이 연일 사설과 칼럼으로 비난에 나섰다. 이들은 ‘흥분하면 일본의도에 말려든다’, ‘우리가 빌미를 제공했다’, ‘반일을 통치의 도구로 삼은 문재인 정권은 각성하라’ 등 비슷한 논리와 레퍼토리를 펴고 있다.

조선일보는 15일자 사설 “‘국채보상’ ‘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에서 일본산 맥주·의류 판매가 줄고 일본 여행 취소 소식에 “냉정하게 국익을 따져야 할 정권이 도리어 감정 대응에 앞장서면 갈등을 격화시키고 일본에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정권 지지자들은 ‘냉정한 외교적 해법’을 촉구하는 지적에 ‘토착 왜구’라고 공격”한다며 “감정 분출은 일시적이지만 경제 악화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민생 피해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틀전(13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불매운동 자체를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우리 사회 일부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일으키려는 것도 득이 되지 못한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필진들이 나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주문하면서 우리 정부와 반일여론을 비난한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은 15일자 ‘일본의 경제전쟁 도발, 일본보다 더 생각해야 이긴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일본의 무역보복은 잘못됐지만 이번 사태의 빌미는 분명히 우리가 제공했다”며 “만나서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제공한 빌미는 무엇일까.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들이 배상하라고 판결하고, 우리 정부가 사법부의 뜻을 존중한다는 것이 빌미인가.

전영선 중앙일보 산업1부 기자도 8일자 취재일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놓친 것들’에서 “아쉽게도 감정만 앞선 불매 운동은 퇴행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치밀한 분석과 냉정한 대응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썼다. 전 기자는 “지난 5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동네마트 점주들은 일본제품 판매를 중지하고 반품하기로 했다’고 했을 때 통쾌하다는 감정보다는 반품을 받아 처리할 업체 담당자의 고생부터 떠올랐다”고 했다.

중앙일보의 외부칼럼니스트인 송호근 포스텍 인문사회학부장(교수)은 중앙일보 8일자 31면 ‘되살아나는 제국’에서 “한국 정부의 ‘과거사 정치’는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끌어내기는커녕 ‘제국 향수의 정치화’를 자초했다”고 규정했다. 대체 무슨 말인가. 전쟁범죄국이 다시 전쟁하겠다고 설치는데 과거사를 사죄하라고 한 우리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송 교수는 사죄하는 독일과 원폭 투하를 당한 피해국 일본의 본성이 다르다는 점을 직시하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외길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어떻게든 아베총리를 만나라고 주장했다. 그것이 대통령의 용단이라고도 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판매중단 확대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판매중단 확대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아일보도 비슷한 논리구조의 글들이 실렸다. 박제균 논설주간은 15일자 동아일보 ‘박제균 칼럼’ ‘韓美동맹 흔드는 日 경제보복’에서 “일본은 과거 잘못이 많기 때문에 좀 함부로 해도 된다고 보고, 노골적으로 반일(反日)을 통치의 한 도구로 삼아온 문재인 정권이 외교적 각성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지난 11일자 사설 ‘일 보복사태 최악 시나리오 현실화에 대비해야’에서 “당당하되 유연해야 한다”며 “선의나 정의를 앞세우다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는 무능력한 외교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중동의 이런 필진들의 주문은 한결같이 ‘반일감정은 안된다’로 모아진다. 해법은 대통령이 나서서 만나라, 과거사 사죄 요구가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니 그만하라는 주문이다.

연출가 김상수씨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중동 사설과 칼럼을 두고 “알맹이가 없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며 “주문처럼 되풀이 변죽만 말할 뿐이지, 구체적인 대안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자국 정부를 깎아내리고 일본 아베 정부의 손을 들어주라는 것이 이들 주장의 요점”이라며 “일본 정부에 한국 정부가 굴복하는 게 살길이라는 것이 이들 (주장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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