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자 자유한국당이 업무보고 일정 자체를 ‘보이콧’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야 간사들은 15일 오후 KBS,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기로 합의했으나 14일 양승동 KBS 사장이 돌연 문자메시지로 ‘불참’을 통보했다.

한국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 회의인 오전 때부터 KBS 사장 불참을 비판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갔다. 오후 회의 때도 한국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계속하고 논쟁이 이어지면서 회의가 1시간 30분 가량 지연됐다. 

한국당은 편성 개입 논란이 불거진 KBS ‘시사기획 창- 복마전 태양광 사업’ 프로그램 관련 질의를 중점적으로 할 예정이었다. 한국당은 이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불방된 배경에 정치적 외압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KBS는 보도 자체의 부실 문제를 지적하며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KBS의 입장문을 보니 국회가 필요없다는 식이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을 포함해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보도외압인지 아닌지 국회에서 가려야하지 않겠나. 이정현 수석 건보다 훨씬 더 엄중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이것도 못 밝힌다면 과방위가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 김성수 민주당 간사, 김성태 한국당 간사(비례), 신용현 바른미래당 간사, 노웅래 과방위원장이 KBS  사장 출석 요구, 방통위 업무보고를 두고 협의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김성수 민주당 간사, 김성태 한국당 간사(비례), 신용현 바른미래당 간사, 노웅래 과방위원장이 KBS 사장 출석 요구, 방통위 업무보고를 두고 협의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KBS는 불출석 이유로 △한국당 의원들이 양승동 사장을 고발한 상태이기에 출석이 부적절하고 △개별 프로그램 논란 때마다 출석하는 건 방송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방통위원장도 고발 상태인데 출석하는 등 고발 여부와 질의는 별개이고 △해당 프로그램은 이미 재방송이 불가돼 편성에 개입할 소지가 없다며 반박했다.

사안에 대한 입장을 떠나 KBS 사장 불출석에는 여야의 비판이 쏟아졌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간사)은 “KBS에서 떳떳하면 나와서 출석하는게 좋다고 얘기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비겁하게 뒤로 숨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출석을 하지 않은 데 문제를 제기했다.

여당에서는 ‘이견’이 발생했다. 김성수 의원(간사)은 “KBS측에서 직접 설명해 깔끔하게 의혹을 해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출석 요구에 동의했다”면서도 “KBS사장의 국회 출석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국감이 아닌 때는 거의 전례가 없다. 그리고 (간사 합의 때) 한국당에서 KBS 사장을 고발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법적 다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질문하고 답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KBS의 의견에 수긍한다”고 했다.

반면 이상민 의원은 “나와서 출석하고 적절하게 답변하면 된다. (질의를) 미리 예단해서 안 나오는 건 합당하지 않다. KBS사장이 국감 때만 나오도록 한다는 법규도 없고 관행도 없다. 만일 그런 관행이 있다면 잘못된 관행”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민중당 의원들은 KBS 사장 출석 요구는 간사 간 협의를 통해 계속 논의하고 이날 예정된 방통위 업무보고와 질의를 진행하자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KBS 사장이 불출석하면 의사일정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노웅래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자 퇴장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업무보고 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업무보고 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한국당을 향해 “그동안 많이 놀았지 않나. 국민 보기 부끄럽다. 일은 일대로 하고 협의는 협의대로 해라. 의견일치 안 된다고 (회의를) 다음에 하자고 하면 또 언제 할 거냐”라고 지적했다.

김종훈 의원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에게 “이정현 사건과 이 사건이 동일하다고 보나”라고 물었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국장에 전화해 해경 비판 보도를 내보내지 말라고 요구해 논란이 됐다. 이 전 수석은 1심 재판 결과 방송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효성 위원장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표현의 자유 제약이 되려면 방송되기 전에 사전에 억압을 해서 못 나가게 해야 하는데 방송이 나간 다음에 문제제기를 하는 건 민주국가에서 허용된다”고 답했다. 

김종훈 의원은 “사전 검층 차원에서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고 이효성 위원장은 “사실확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방통위원장으로서는 입장 내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종훈 의원이 이번 일로 시사프로그램 위축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효성 위원장은 “언론의 존재 이유가 사회비판이다. 이번 일로 본질적 업무가 제약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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