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 12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본의 첨단소재, 전자·통신 장비 등 1100여개 품목의 수입에 차질이 예상된다. 앞서 일본은 지난 4일엔 반도체 관련 품목 수출규제를 선언했다.

일본이 한국 수출규제 조치 명분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들고 나왔지만, 되레 자신들 논리에 발목 잡혔다. 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에 따르면 오히려 일본이 지난 9년간 대북제재 대상 품목을 여러 차례 북한에 수출했다.

▲ 한겨레 3면
▲ 한겨레 3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14일 일본의 경제 보복 문제로 3박4일간 방미했다가 귀국했다. 김현종 차장은 인천공항에서 “미측은 우리 입장에 공감했다”며 “전략물자가 북한에 밀반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본 주장에 대해 미측도 우리와 같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백악관 인사 등을 두루 만나서 일본의 일방적 조치의 부당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1면
▲ 동아일보 1면

15일 다수 아침신문이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이유와 관련해 말 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들은 일본을 향해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한국엔 치밀한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일본 비판 대신 시종일관 문 대통령, 조국 민정수석, 김현종 차장 등을 비난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를 제외한 아침신문들은 15일 1면에 일본 수출규제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다음은 관련 기사 제목이다.

한겨레 : ‘캐치올’ 규제 한국이 더 센데…추가 보복 명분삼는 일본
경향신문 : 화이트리스트 대치, 동북아 안보틀 밑동부터 흔든다
조선일보 : 한국, 열흘째 일(日) 불화수소 수입 끊겨, 일본은 ‘사흘 후 2차 보복’ 또 위협
동아일보 : 북(北) 군함 레이더-무인기 부품 “日서 넘어갔다”
한국일보 : 무역분쟁서 전면전 치닫는 ‘한일 경제전쟁’
국민일보 : 미 3국협의 제안…일 거절 한·일 최악상황 올 수도
세계일보 : 세제지원·추경 증액…‘일(日) 보복’ 전방위 대응
서울신문 : “일(日) 규제에 美 기업도 우려 예외없이 우리 입장 공감”

 

▲ 조선일보 4면
▲ 조선일보 4면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사설을 보도했다.

조선일보 : ‘국채보상’ ‘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
중앙일보 : 조국 민정수석은 ‘죽창가’로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한겨레 : ‘제재 확대’ 강행하는 일본과 황 대표의 그릇된 인식
경향신문 : 일본, 말바꾸기와 억지 그만하고 한국과 협상 나서라
동아일보 : 전략물질 유출 비난하다 “아니면 말고”라는 아베 정부
한국일보 : 분명해진 ‘화이트국가’ 배제, 민관 최악 상황 함께 대비해야
국민일보 : 일본의 점입가경 억지 주장…더 이상 신뢰 허물지 말라
세계일보 : 일(日) ‘한(韓) 백색국가 제외’에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처해야
서울신문 : 일(日) 추가 보복 예고, 국내 대비·국제 협력 강화해야

▲ 조선일보 사설
▲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청와대 인사들의 말 한마디에 무게를 실어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김현종 차장이 귀국길에 ‘1910년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외환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했던 것처럼 뭉쳐서 이 상황(일본의 보복)을 함께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초 기대했던 미국의 중재는 확답을 얻지 못하고 ‘국채보상운동’이란 110년 전 운동을 꺼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도청에서 ‘전남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했다. 한·일 충돌을 염두에 두고 420년 전 ‘이순신 장군’을 불러냈다. 조국 민정수석도 동학 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외교 갈등 해결 대신 반일 감정에 불을 붙이려는 모습이다”라고 했다.

이후 조선일보는 정부를 비판했다. 조선은 “일본의 보복까지 부른 한·일 갈등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서 비롯된 외교 문제다”며 “정부가 미리 나서 일본 측과 대화하고 해법을 만들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일이다”고 지적했다. 일본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중앙일보 사설
▲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조국 민정수석 페이스북 비판에 집중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외교와 경제 어느 것 하나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조 수석은 관련 사안에 대해 그간 입을 다물고 있었다”며 “문 정부가 3년차를 맞은 지금까지 초대 민정수석인 조 수석은 아무 책임없는 교수 시절처럼 무책임한 처신을 반복하고 있다. 이제 그만하라”고 주장했다.

▲ 경향신문 사설
▲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일본 정부의 말 바꾸기를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처음에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등에 따른 ‘양국 간 신뢰훼손’때문이라고 하더니 얼마 안 가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 등 ‘안보 우려’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거꾸로 일본이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전력이 드러나자 ‘안보 우려’ 주장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고 꼬집었다.

▲ 한겨레 사설
▲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일본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동시에 비판했다. 한겨레는 “일본은 말을 바꾸며 보복 조처를 확대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겨레는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한국 정부 비판에만 몰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매우 유감스럽다”며 “황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희생되는 것은 미래다’며 ‘예고된 참사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이 터진 후에도 대응을 제대로 못 하는 문재인 정권을 보면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고 썼다.

한겨레는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집착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무역 갈등의 본질적 이유라는 뜻으로 읽힌다. 어처구니가 없는 인식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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