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는 징후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본에서 무슨 일이 돌아가는지 깜깜했다.” (조선일보 7월4일 사설)

“한국 정부의 과거사 정치는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끌어내기는커녕 ‘제국 향수의 정치화’를 자초했다.” (중앙일보 7월8일 송호근 칼럼)

“감정만 앞선 불매 운동은 퇴행적이다. 정치와 외교가 이상 작동할 때 기업과 소비자의 피해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곳으로 확산한다는 점만은 확고하다. 치밀한 분석과 냉정한 대응이 아쉬운 대목.” (중앙일보 7월8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놓친 것들’ 기사)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한국에 수출 규제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한국의 일부 언론이 내놓은 사설과 기사들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수출 규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다음 달부터 한국을 무역 우대 조치를 받는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런 결정의 배경으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고,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위안부 합의를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일부 언론은 이런 일본의 결정이 한국 정부의 탓이라는 논조의 기사들을 반복해서 게재했다. 

▲7월8일 중앙일보 송호근 칼럼.
▲7월8일 중앙일보 송호근 칼럼.

14일 방영되는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한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이런 논조의 기사들이 “100년 전 친일단체 일진회의 합방성명서를 떠오르게 한다”며 언론이 일본의 혐한 정서는 비판하지 않고, 한국의 반일 정서를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일본의 ‘혐한 정서’는 (한국을) 자기보다 아래로 보는 감정이다. 일본에 가면 한국인들은 나가라는 식의 혐한 시위를 볼 수 있다“며 ”한국의 언론보도를 보면 일본의 혐한 감정을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이야기는 거의 볼 수 없고 한국의 반일 감정만 문제 삼고 있다. 이런 논리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 독립운동을 하면 쓸데없는 짓이라고 했던 얘기랑 똑같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양국 간의 100년 동안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해방 이후 ‘일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해왔는데 우리가 도달한 수준이 겨우 이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도 “불매운동에 관한 기사도 비슷하다”라며 “개인의 선의가 모여서 만들어진 불매운동을 두고, 조직적으로 커질까봐 우려하듯이 보도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중앙일보 등의 칼럼에서 보여준 태도가) 불매운동 현상을 전달하는 건조한 기사가 아니라, ‘잘 모르나 본데’ 이런 식으로 엘리트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왜 그렇게 감정적 대응하냐’고 계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불매운동이 현재 대단히 큰 규모도 아니고, 시작점에 있는데 이런 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을 일부 언론이 하고 있다”며 전 교수의 비판에 동의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페이스북에 공개된 예고편 캡쳐.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페이스북에 공개된 예고편 캡쳐.

14일 일요일 밤 방송되는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를 한국 정부 탓으로 모는 언론의 속내’와 관련해 역사학자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와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외에도 지난 8일 SBS 김성준 전 앵커가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체포된 건과 관련 ‘전직 앵커들을 둘러싼 논란’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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