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률 분석에 탈원전·4대강까지 등장
최저임금 인상률 분석에 탈원전·4대강까지 등장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주장해온 ‘속도조절론’ 따라 2020년 최저임금 2%대 인상

내년(2020년) 최저임금이 올해 최저임금 8350원보다 240원, 2.87%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정부여당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온 가운데 외환위기,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 낮은 인상률이 결정됐다. 2018년 16.4%, 2019년 10.9%에 비하면 속도 조절을 넘어선 ‘제동’에 가까운 수준이다.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13차 최저임금위원회는 13시간 회의 끝에 공익·사용자·근로자위원 각 9명씩 2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을 진행했다. 사용자안인 8590원에 15명, 근로자안인 8880원에 11명이 동의했고, 1명이 기권했다. 공익위원 9명 중 6명은 사용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사실상 삭감수준”이라며, 향후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2.87%는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5%와 물가상승률 1.1%를 합한 수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해당 수치만큼 임금이 올라야 실제 구매력은 그대로”라는 점에서 “실질임금 수준으로는 삭감한 것”(전병유 한신대 교수)이라는 지적을 전했다. 지난해 6월 처음 20% 아래로 떨어졌던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다시 늘어나는 등 저임금 노동자 상황이 도로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꺾이는 분기점이 될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겨레는 “그동안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 도입,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 소득주도성장론을 떠받치는 여러 정책을 폈지만 유독 최저임금이 ‘기승전 최저임금 탓’이라는 보수세력의 과녁이 됐다”며 “최근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도 무기계약직 전환 뒤 처우 개선이나 민간부문 확산에 대해선 손 놓고 있는 등 문재인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다”(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고 지적했다.

▲ 7월13일자 세계일보 3면.
▲ 7월13일자 세계일보 3면.

한겨레 사설(노동자에 가혹한 현실 된 최저임금 ‘속도조절’)은 “최저임금이 500만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이 목표인 제도임을 생각하면, ‘가혹하다’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다”고 했다. 한국은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높고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는 노동자 10명 중 8명이 가구 핵심 소득원인 현실에서 “올해부터 산입된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의 비율이 내년엔 더 확대된다. 여전히 수당 위주의 기형적 임금체계가 많고, 회사 쪽과 교섭할 노조도 없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타격은 더 직접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을과 을의 대립’을 완화할 구조 변화가 없는 지금, 원하청 불공정 거래, 골목상권 파괴, 프랜차이즈 본점 갑질, 과도한 임대료 등 구조적 개혁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당부도 전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9명이 한국노총, 비정규직, 민주노총 등으로 갈리지 않고 막판에 8880원이란 단일안을 내놓은 건 쉽잖은 결정이었다는 점도 짚었다. 한겨레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노사 어느 한쪽이 불참한 채 표결이 강행된 게 17번이나 됐던 데 비하면, 노·사·공익위원 모두가 표결에 참여한 것 또한 의미가 있다. 사실 근로자위원들의 ‘6%대 인상안’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그리고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의 공약이었던 2022년 1만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데도 자유한국당이 “충격파, 폭탄” 같은 말을 동원하며 동결을 위한 재심의를 주장하는 뻔뻔함엔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1면 “최저임금 8590원…역대 3번째 ‘최저 인상’”에서 “이번 결정에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인 최저임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 자영업자와 경영계, 보수야당은 경제와 고용지표 악화의 원흉으로 최저임금을 지목했다”며 “집권 3년 만에 최저임금 인상률이 바닥권까지 떨어지면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핵심 정책으로서의 상징성을 잃게 됐다. 당초 문 대통령이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물론,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마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 7월13일자 한겨레 5면.
▲ 7월13일자 한겨레 5면.

 

▲ 7월13일자 경향신문 1면.
▲ 7월13일자 경향신문 1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정책 방향에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사설(현실 고려한 최저임금 2.9% 인상...속도 조절할 정책 더 많다)에서 “최저임금제는 인상 속도 외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업종별 지역별 기업규모별로 사용자의 지급 능력이 다르고, 필요한 생활비가 다른데 임금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한꺼번에 손질하는 것이 어렵다면 우선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적용하고 있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라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임금과 상여금 체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소득주도성장의 또 다른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인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도 이미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집권 전에 책상머리에서 입안했던 정책들이 현장 적용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면 과감히 접거나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유연성이 절실하다”며 “지금 우리 경제는 계속되는 경기 부진에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겹쳐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단들의 속도 조절과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10년 만에 2%대로 낮춘 것은 지난 2년간 두 자릿수의 급격한 인상이 우리 경제가 떠안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낯선 경제 실험의 부작용으로 경제 약자(弱者)들의 일자리와 벌이가 줄었고, 최저임금 인상을 떠안게 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큰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입을 빌려 “최저임금 2%대 인상이 일시적인 속도 조절이 아니라 경제 정책의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 7월13일자 조선일보 사설.
▲ 7월13일자 조선일보 사설.

근로자위원들이 표결에 참여한 것을 두고는 “공익위원들의 주도로 정해진 2%대 인상률이 정부의 책임이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표결 당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지 않고 끝까지 참석했다는 점에서 극한 투쟁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직 민노총 고위 간부는 "(어려운 경제) 현실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투쟁보다는 정부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서, 향후 정부·여당과 협상해 얻어낼 것은 얻어내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등을 통해 노동계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전했다.

사설에서는 소득주도성장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각종 공약을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우물에 독 퍼졌는데 독 덜 탄다고 무슨 의미 있나”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은 “애초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는 대통령 공약은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약속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늘어 성장이 촉진된다;며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을 강행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는 건 소득 주도 성장이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부가 대통령 공약 포기를 감수하고 급격한 인상을 그만둔 것을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정부는 여전히 소득 주도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하지만 고집일 뿐”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문재인 케어, 4대강 보 철거 등 감당 못 할 공약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3면(최임위, 사실상 정부 뜻대로 결정...속기록도 공개 안해 ‘깜깜이’) 기사에서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의 ‘속도 조절’을 시사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결정을 좌지우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최저임금 결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탓에 ‘밀실 합의’ ‘깜깜이 심의’ 등 논란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 속기록 작성과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다만 정부는 회의를 공개하면 협의 자체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어 향후 회의록공개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 7월13일자 한국일보 3면.
▲ 7월13일자 한국일보 3면.

향후 과제로는 ‘노동계 설득’을 꼽았다. 한국일보 사설(2.9% 인상으로 속도 조절한 최저임금, 노동계 설득에 힘써야)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2주년 대담에서 ‘2020년까지 1만원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뒤 공익위원 전체를 교체했을 때 속도 조절은 예고된 셈”이라며 “최임위 운영이 노ㆍ사ㆍ정 삼자 합의가 아니라 사실상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일보는 “여야의 시각차는 국회 논의로 정리가 되겠으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인상 폭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폭은 단순히 저소득층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노사가 동의할 수 있는 교섭 규칙부터 세우는 게 필요하다.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해 누구 주장이 더 타당한지 국민이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13일 전국단위 주요일간지 1면에 실린 최저임금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 최저임금 8590원...역대 3번째 ‘최저인상’
국민일보 : 내년 최저임금 8590원...1만원 공약 사실상 ‘물거품’
동아일보 : 내년 최저임금 8590원 2.9% 올려 ‘속도조절’
세계일보 : 최저임금 과속인상 ‘브레이크’
조선일보 : 내년 최저임금 2.9% 올려 8590원 경제 아우성에 일단 ‘속도조절’
중앙일보(중앙SUNDAY) : ‘과속’ 멈춘 최저임금 노동생산성 반영했다
한겨레 : 내년 최저임금, 사실상 삭감 수준
한국일보 : 경기·고용 한파에...文정부 3년 만에 최저임금 ‘급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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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7-13 13:03:30
그리고 복지는 최저임금 향상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당장 병원 진료비를 봐라. 이명박근혜 시대보다 많이 낮아졌다. 노동자가 파산할 가능성은 어디에서 가장 높을까. 그것은 가족의 질병이다. 병에 걸리면 몇천만 원씩 하는 돈을 누가 한꺼번에 낼 수 있을까. 얼마 전 여배우의 자살도 이와 관련이 있다. 문재인 캐어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돈을 아무리 벌어도 병원비 내다가 파산할 것이다. 노동자가 어디에서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고 파산하는지 통계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싸움할 때는 포괄적이고 전략적으로 싸워야 승리할 수 있다.

바람 2019-07-13 12:50:24
내가 그대들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 나도 노동자다. 잠시, 이보전진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자. 이번에도 높게 올렸다면, 노동자유계약법과 주휴수당 폐지는 더 힘을 얻었을 것이다. 한국당의 지지율도 높다는 걸 명심하라. 만약, 내년 총선에서 진다면 최저임금은 계속 동결될 것이고, 언론에 선동되며(대주주 대기업, 재벌) 우리는 더 취약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예전부터 말하지 않았는가. 협상은 어느 한쪽이 완벽하게 가져갈 수 없고, 파기는 가장 취약계층부터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노동자가 연대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영원히 최하층에 머물 수밖에 없다. 내년 4월 총선을 노려라. 투표가 노동자의 가장 큰 힘이다.

111 2019-07-13 14:08:38
오늘자 조선일보에 이낙연 총리 비판 반박하는 칼럼 실렸던데 그건 왜 쏙 빼놓으셨어요?? 어제 그걸로 조선일보 비판하시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