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기자의 기명 칼럼에서 또 다시 문재인 대통령을 고종에 비유하고 아베신조 일본 총리를 대국굴기의 꿈을 가진 지도자로 묘사했다. 청와대는 아무리 조선일보가 문 대통령을 고종에 비유한다고 고종이 될 일도 없다며 일본이 한국과 한국정부를 괴롭히는데 편승해 정부를 흔드는 조선일보 글들의 하나라고 비판했다.

글을 쓴 조선일보 기자는 현 상황이 엄혹하다고 판단해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쓴 글이라고 말했다.

성호철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은 12일자 ‘[동서남북 칼럼] 아베의 일본판 대국굴기’에서 “한국에선 아베 총리의 ‘정상국가론’이 일부 극우의 지지만 받는다고 믿지만 일본 여론이 딴판이 된 건 벌써 오래전”이라며 “일본 전문가 상당수는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은 헌법 수정 강행에 앞서 꼭 끊어내야 할 과거 굴레를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성 기자는 일본에서는 ‘전후 레짐(체제)의 탈피’인 신헌법 제정을 위해선 종군위안부·징용근로자 등 일제강점기, 2차 세계대전과 같은 과거사와 연관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고, 이번 경제 보복이 전후 세대인 아베 총리(1954년생)의 오랜 꿈을 이루는 전초전이라 본다고 썼다.

아베가 일제 강점으로 우리를 포함해 수많은 주변국에 피해를 입힌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군을 가질수 있는 헌법으로 바꾸겠다는 시도를 아베의 꿈으로 표현했다. 수출보복도 부당하지만 이런 흉측한 의도를 비판해도 모자랄 판에 대국 굴기의 꿈이라 소개할 일인지 의문이다.

반대로 성 차장은 “우리나라 정부는 허둥지둥”이라며 “일본이 한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콕 집어, 일본산(産) 소재의 수출을 사실상 막았는데도 정부 안팎에선 ‘이달 21일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 쓰려는 일회용 카드이니 조금 기다리면 지나갈 일’이라든가, ‘한·일 대립을 싫어하는 미국이 예전처럼 나서주면 해결될 문제 아니냐’는 인식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성 차장은 “안타깝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일부 진보 측 인사들이 아무리 고종을 개혁 군주라 미화해도, 그는 제국주의 침탈을 못 막은 무능한 통치자”라며 “부디 문재인 대통령은 서민을 사랑한 지도자이기도 하지만 신(新)경제 제국주의를 이겨낸 냉정한 지략가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썼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 시민사회단체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요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 시민사회단체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요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청와대는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고종처럼 무능한 지도자라는 말을 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조선일보가 아무리 문 대통령을 고종에 비유한다고 해서 그렇게 될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억지주장을 계속 펼치는데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가 아베의 꿈이라는 큰 그림에 의한 것이라는 성 기자의 분석에 이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무슨 꿈을 어떻게 갖고 있는지 모르겠고, 기자가 그렇게 아베를 칭송하는 것 자체가 역사를 보는 기본적 판단에 큰 결함이 있다”며 “기본적 시각 자체가 일본은 선, 한국은 악이라는 생각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논리전개”라고 비판했다.

성 기자의 이 글과 다른 조선일보의 일본의 수출보복 사태 관련 논조와 메시지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는 “어떻게 해서든지 일본이 한국과 한국정부를 괴롭히는 것을 이용해 문재인 정부를 흔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며 “충고가 아니라 일본에 편승해 한국 정부를 흔들려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칼럼을 쓴 성호철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은 1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아베를 미화하거나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다만 일본의 여론을 냉정하게 보고, 아베가 이 여론을 등에 업고 자신이 가고 싶은 정상국가를 만들어가려 하니 명확히 알고 대처하자는 글”이라고 말했다.

지성인이자 언론인이라면 그런 아베의 속내를 더욱 비판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성 기자는 “그것을 (칼럼에) 녹여낸다고 녹여냈다고 본다”며 “엄혹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사태를 정확히 보고 이후까지 생각하고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썼다”고 말했다. 실제 칼럼엔 일본을 비판하는 내용은 없지 않느냐는 반론에 성 기자는 “일본은 나쁜 놈이라는 칼럼이라는 10장 쓴다고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느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을 고종에 비유해야 했느냐는 지적에 성 기자는 “진짜 어려운 상황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우리끼리 토닥이면 될 일이 아니라 위기의식을 쉽게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자에서도 박정훈 논설위원실장이 “문대통령 고종의 길을 가려는가”라는 기명칼럼을 실어 반발을 낳기도 했다.(미디어오늘 6월28일자 아베는 이토히로부미, 문재인은 고종이라는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에서 개최국인 아베 일본  총리와 조우한 뒤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에서 개최국인 아베 일본 총리와 조우한 뒤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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