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사생활을 대중적 유흥거리로 소비하는 예능프로그램이 감시·감독 사각지대에서 인권침해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루머를 재생산할 뿐인 프로그램에 최소한의 내부 규제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 예능프로그램 ‘풍문으로 들었쇼(풍문쇼)’는 2여년 전부터 이같은 구설수에 휘말렸다. 방송인 에이미의 자살 시도 경우가 극단적 예다. 2017년 6월 19일 ‘문제적 금수저 편’ 출연자들은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소문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했다. “후배 기자가 에이미와 인터뷰를 했을 때 밝지만 불안한 모습이 있었다며 인터뷰 후 기자에게 20만원 정도 빌려 줄 수 있겠냐고 했다”거나 “과거 구치소에 있을 때 만난 취재기자에게 피부가 좋지 않으니 포토샵 처리를 거듭 요청했다더라” 등의 내용이었다. 충격을 받은 에이미는 이후 극단적인 시도를 했고 ‘풍문쇼’는 누리꾼들 뭇매를 맞은 후 사과했다.

▲2017년 5월 23일자 채널A '풍문으로들었쇼' 갈무리
▲2017년 5월 23일자 채널A '풍문으로들었쇼' 갈무리

여성 연예인의 2차 피해도 심각하다. 풍문쇼는 주로 여성 연예인들이 겪었던 성폭력 피해를 가십처럼 가볍게 다뤄왔다. 2011년 한성주 전 아나운서 피해 사례는 2016년 7월19일(‘연예계 지독한 음모론’ 편) 및 2018년 10월22일(‘연예계 협박 받는 스타’ 편)에서 언급됐다. ‘부족할 것 없는 남자, 동영상 유포 왜?’라는 자막을 화면에 걸어 가해자 신상과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거 관계를 들춰냈다.

이에 따라 ‘잊힐 권리’ 침해도 논란이다. 피해자 동의 없이 과거 성범죄 사례를 반복적으로 들춰내 사건을 다시 널리 알린단 점에서다. 풍문쇼는 2017년 5월23일 ‘두 얼굴의 매니저’ 편에선 18년 전 배우 이태란씨의 피해 사건을 다뤘다. 한 누리꾼은 네이버 TV캐스트 방송 클립에 “세월이 얼마나 지났고 시집가서 잘 살고 있는 사람 다시 들쑤셔 뭐하자는 거임? (프로그램이) 사라지는게 답”이라 질타했다.

출연진 김묘성 기자는 한 전 아나운서 사건을 화제 삼으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음모론에 의하면 그렇다더라”며 확인 취재를 거치지 않았음을 직접 밝혔다. ‘풍문쇼’에는 매회 평균 3~4명의 연예부 기자들이 출연한다. 누리꾼 사이에선 언론인 출연자들부터 보도 윤리를 결여했단 비판이 높다.

과장된 제목을 이용한 ‘낚시성 이슈 몰이’는 또 다른 폐해다. 주목도를 높이려고 제목을 실제 내용과 다르게 붙이는 방식으로 시청자에 사실 아닌 오해를 심어 줄 때가 많다. 풍문쇼는 지난달 24일 ‘스타들의 은밀한 연결고리’ 편에서 ’이종석 유부녀 여배우와 무슨 일?‘, ‘박보검 숨겨둔 여자친구 있다’ 등의 자극적 헤드라인을 예고편과 본 방송에 썼다. 각각 배우 이종석이 드라마 상대 배우였던 이나영의 오랜 팬이라는 사실과 배우 박보검이 가수 이효리의 오랜 팬이라는 게 실제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풍문쇼’ 시청자 게시판엔 “알 권리보다 우선해야 할 건 사생활 보호라는 사실을 알아달라”, “뉴스에서 봤던 거 아니면 인터넷 신문에서 봤던 것들만 다시 짚어주는 식으로 방송된다”는 의견이 발견된다.

정석희 대중문화 평론가는 “방송은 파급력이 상당한 매체”라며 “취재를 거친 내용도 아니고 ‘카더라 통신’ 수준의 이야기로 방송 내용을 채운다면 (프로그램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1일 MBN ‘모던 패밀리’에 나온 배우 김혜자의 발언을 예로 들었다. 배우 김혜자는 “사람들이 담배 피는 애연가인줄 안다. 금연한 지 20년도 넘었다”며 2019년 5월 27일 ‘풍문쇼’에서 다룬 ‘애연가 김혜자’ 에피소드로 확산된 루머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슬아 한국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풍문 당사자인 연예인과 그에 연관된 일반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제작진이 방송의 영향력과 파장에 대해 성찰한다면 최소한 모니터링 등 내부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무국장은 또 “이같은 기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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