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240원 올랐다. 이번 인상률 2.87%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7%, 미국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75% 이후 역대 3번째로 낮다.

노동계가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공익위원들이 정부가 거듭 강조한 ‘인상 최소화’ 입장을 받아들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는 12일 새벽 1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의 8590원 안과 근로자위원의 8880원 안 가운데 15대 11(기권 1)로 사용자 안을 택해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전체 27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공익위원 9명 중 7명이 사용자 안에 표를 몰아줬다.

내년도 인상률은 1988년 최저임금을 첫 적용한 이래 33번의 최저임금 결정 사례 가운데 3번째로 낮다. 월급(주 40시간 기준 월 209시간)으로는 179만531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020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결정했다. 사진=노컷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2020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결정했다. 사진=노컷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전원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다소 낮게 결정이 돼서 저로서는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면서도 “다소간 속도와 방향조절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결과를 떠나 한 마음으로 끝까지 남아주셨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자평했다. 

근로자위원으로 참석했던 양대노총은 거세게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 권한으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포기와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선언했다”며 “노동개악에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저임금 노동자 처지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며 “최저임금 참사”라 평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정부 대표로 나서 사용자 측에 표를 몰아준 결과라고 평했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이 뽑은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위원회 독립성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여당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앞뒤로 끊임없이 ‘동결’ 입장을 밝혀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를 시작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윤후덕 송영길 의원 등도 최저임금 ‘인상 보류’ 등 동결 주장을 내놨다.

이정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결국 고용노동부가 공익위원 면면을 정한다. 공익위원 전부를 그렇게 얘기할 수 없지만, 공익위원도 자신을 선임한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칙상 독립적 결정을 위한 기구로 출발했지만 정치적 요소가 상당히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장관과 의원 등 본래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되는 이들이 반복해 최저임금 관련해 언급한 것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윤효원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는 “공익위원은 원칙상 정부 역할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국민 경제에 미칠 공익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처럼 대외 환경이 나빠지고 투자가 부진할 때 최저임금을 과감히 올려 소득을 보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공익위원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사용자이자 자본 편을 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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