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공익신고자의 제보를 공익신고자가 최근까지 일했던 팀으로 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공익신고자는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공익신고자 A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2015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근무한 용역 노동자다. 이 노동자는 개인정보침해 신고센터, 국민신문고를 통해 들어오는 개인정보 관련 민원을 검토하고 분류하는 업무를 했다.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진흥원은 일부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 신청 업무 과정에서 인사담당자가 실수로 정규직 신청자들에게 단체 메일을 보내면서 그와 그의 동료 6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A씨도 정규직 전환을 신청했던 노동자이기에 심사 과정에 불이익을 우려해 당장 신고하지는 못하다 계약 만료 후인 지난 3월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 

“사실 이건 큰 일은 아니다. 이 정도 사실로 KISA 측이 큰 처벌을 받게 되리라고 기대를 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잘못된 일은 잘못됐다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A씨의 말이다.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그러나 민원 접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민원을 접수한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협력과 주무관 B씨는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신고 내용 일체를 인터넷진흥원으로 넘겼다. 담당자의 부주의로 A씨의 신상이 드러난 것이다.

분명히 A씨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문제를 행정안전부에, 산하 기관 감사 요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공공기관 감사 요청을 감사원에 요구하며 “인터넷진흥원에 이송하지 말고 행정안전부에서 직접 처리해달라”고 강조했다. 통상 개인정보 조사 업무는 인터넷진흥원 소관이기에 자신이 속했던 팀을 거칠 수밖에 없어 자신의 신상이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행정안전부로부터 민원을 전달받은 인터넷진흥원 직원이 신고를 검토한 결과 당사자가 인터넷진흥원 이송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인지해 다시 행정안전부로 넘겼다. 그 결과 행정안전부는 인터넷진흥원에 ‘권고’ 행정처분을 내렸고, 해당 공무원은 퇴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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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 이첩 내역. 행정안전부는 A씨 의사를 무시한 채 인터넷진흥원에 넘겼다.
▲ A씨가 올린 민원 내역 일체. 첨부파일을 통해 '내부 메일'임을 명시했고 민원 내용 역시 내부 관계자가 대상이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 A씨가 올린 민원 내역 일체. 첨부파일을 통해 '내부 메일'임을 명시했고 민원 내용 역시 내부 관계자가 대상이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신고를 인터넷진흥원으로 넘긴 공무원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고 사과조차 없었다.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6월10일 권익위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비밀보장 의무 규정을 위반했음이 확인되므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피요구인(B씨)의 징계를 요구한다”고 결정했다.

국민권익위는 “신고 내용에 인터넷진흥원으로 이송을 거부한다고 기재했음에도 피요구인은 신고 내용을 인터넷진흥원으로 이송해 신고자인 요구인의 신분을 공개하였으므로 처벌을 요구한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B 주무관이 권익위에 제출한 입장은 △ 관련 업무를 인터넷진흥원이 담당하기에 이첩했고 △ 과도한 업무로 당사자가 제시한 첨부파일(메일 원문)을 보지 못해 공익신고자임을 몰랐고 △ A씨가 신고와 감사를 함께 요구한 상황에서 인터넷진흥원 감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터넷진흥원으로 넘겼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권익위는 △행정안전부, 인터넷진흥원이 공동 발행한 사례집에 이 같은 행위를 공익신고라고 명시하는 등 공익신고자임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고 △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 처리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해선 안 되는데 이를 위반했고 △ A씨는 처리 부서 등을 명확히 명시했고 △ 조사를 다른 기관에서 처리할 때는 공익신고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B 주무관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권익위는 인터넷진흥원이 관련 업무 담당기관이었고, 행정안전부로 다시 이첩된 다음 인적사항을 제외한 정보를 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 조사팀장에게 전하며 조사를 요청한 점 등을 감안해 고발하지는 않기로 했다.

A씨는 문제제기 과정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바라는 일은) 해당 주무관이 잘린다든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일은 잘못되었다고 기록에 남기고, 잘못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사과를 받는 것이다. 5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사과 받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이 일을 조금이라도 공론화 한다면 누군가는 책임 지고 사과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B주무관은 “권익위 입장에서는 공익신고자라는 입장이지만 저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절차에 따라 했다. 그런 점에서는 (권익위 결정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과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B주무관은 “조직이 아닌 개인 업무의 문제다.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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