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84일 만에 정상화된 국회가 다시는 멈춰서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대변인실에 따르면 7월8일 기준, 이미 제출된 법률안 2만703건 중 1만4644건의 법률안이 계류중이다. 문 의장은 12일 “이대로라면 (20대 국회가) 법안 처리율 꼴찌를 면치 못할 상황”이라며 “스스로 ‘일하는 국회’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윤리특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문 의장은 “윤리특위 활동 기간이 연장되지 않아 윤리특위가 없어진 상황이다. 더욱이 아직도 38건의 징계안이 소관위원회도 없이 방치된 상태”라며 “윤리특위의 활동은 자정노력과 개혁의지의 리트머스가 될 것”이라며 즉시 윤리특위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18 망언으로 국민적 비난을 받은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등 현재 자유한국당 17건, 더불어민주당 15건 등 38건의 의원징계안이 윤리특위에 계류 중이다.

문 의장은 “북미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도 북·미, 남·북관계의 병행 발전은 필수적”이라며 “입법부 차원에서 국회방북단을 추진할 생각”이라고도 밝혔다. 문 의장은 “지난 8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러한 구상을 빠른 시일 안에 구체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와도 긴밀히 논의하여 공식화하게 되면, 북측의 전향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 문희상 국회의장. 사진=민중의소리
▲ 문희상 국회의장. 사진=민중의소리

문 의장은 “진보와 보수의 양 날개는 건강한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진보는 도전이고 보수는 품격이다”라고 정의한 뒤 정치권을 향해 “기득권에 취해 오만해지면 진보를 대변할 자격이 없고, 품격을 잃으면 보수를 대변할 자격이 없다”며 “우선적으로 정당 스스로 자신과의 싸움인 정치개혁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의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특수 활동비를 대부분 폐지했다. 70년 국회 운영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개혁이었다”고 자평했으며 “연말에는 정보공개포털 시스템과 국회 전자청원제도를 도입할 수 있게 되었고 제도적으로 외유성 국외 출장 논란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7월17일부터는 일하는 국회를 위한 법안심사 활성화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복수로 설치하고, 월 2회 개최를 정례화한다는 내용”이라며 “강제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회의 개최 상황을 상시적으로 신속하게 공개할 것”이라며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과 도움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촛불 민심의 마무리는 개헌, 패스트트랙 동물국회 보며…”

문희상 국회의장은 질의응답에서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추구했던 가치들이 무너졌다”며 “결국 식물국회라는 비난 속에 국회가 동물국회가 되는 현장을 보며 말할 수 없는 회한, 후회, 염치없음, 국민에게 볼 낯이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대일관계와 관련해선 “한일관계는 ‘과거는 직시하되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 김대중 선언을 뼈대로 가야 한다. 과거에 발목 잡혀 미래로 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핑계로 과거를 덮을 순 없다”며 “한일관계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무엇보다 “개헌이 꼭 돼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못하더라도, 문 대통령 임기 중에는 해야 한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의장은 “촛불 민심의 마무리가 안 됐다. 제도화가 안 되면 손안에 쥔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국민의 힘으로, 국회의원 234명의 찬성으로 국회가 탄핵을 결의했다. 이 사건을 헌법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역사적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헌의 방향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산하는 것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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