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파업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독일 청소년들은 지금 금요일마다 거리로 뛰쳐나온다. 물론 학교는 빼먹는다. 환경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을 요구하는 학생운동 ‘프라이데이 포 퓨처(Friday For Future)’는 유럽을 넘어 세계적인 학생운동으로 퍼지고 있다. 

‘미래가 없는데 공부가 무슨 소용인가요?’라며 학교 파업을 자행(!)하는 학생들. 분명 ‘수업 안 가니 좋다’며 시위대 속에 있는 친구들도 있을 터. 독일에서도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도시 곳곳에서 학교 파업 시위가 열리고 있다. 독일은 이 파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처음엔 이 시위대를 학생들의 귀여운 행동 정도로 여겼다. 그러다 이들의 시위를 좀 더 진중하게 바라보게 된 의외의 계기가 있는데, 바로 독일의 기본법(헌법) 70주년 기념 방송이었다. ‘독일은 국뽕 행사를 어떻게 다루는지 어디 한 번 볼까’라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 독일 공영방송 ZDF. 자축하며 독일 국기를 흔들기도 부족한 시간일 텐데 시위대의 모습이 영상을 채운다. 

▲ Friday For Future 운동. 사진=flickr © Jörg Farys / Fridays for Future
▲ Friday For Future 운동. 사진=flickr © Jörg Farys / Fridays for Future

1960년대 시위대를 곤봉으로 후려치는 경찰들의 모습, 이어서 환경정책을 외치는 학생 파업 시위대가 나온다. 공영방송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이야기하며 이들을 조명한다. 학교를 ‘땡땡이친다’는 표현도 덧붙인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야 할 의무가 있다. ‘학교의 의무’와 ‘집회의 자유’ 중 무엇이 우선할까. 

여기서 공영방송은 독일 기본법의 또 다른 조항을 소개한다. 독일은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적인 삶의 기반과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법 20조a항. 학생들은 이 기본법을 지키기 위해, 기본법에 보장된 방법으로 시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 헤센주 문화부장관은 이날 방송에서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생동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법이 있어 가능한 행동”이라며 학생들의 파업을 지지했다. 

수년 전 내가 공부하던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은 학생들에게 전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그날 오후 수업을 모두 휴강할 예정이니, 반(反)극우파 시위에 나가라고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반(反)난민, 반(反)외국인을 외치는 극우파 세력이 막 몸집을 불리던 시기였다. 도시는 이에 맞서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위를 계획하고 있었다. 

대학의 ‘용인’ 따위 없어도 학생들은 이미 시위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메일 한 통으로 시위대의 어깨는 더욱 넓게 펴지고,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독일은 이렇게 파업을 배우고 시위를 배운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니 여기저기 파업이고 시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뮌헨에서는 지하철 노동자들이, 구동독 지역인 작센주와 작센안할트주, 튀링엔주에서는 대형마트와 의류판매점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임금을 올리고, 동서독 간 임금 차별을 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각각 다른 마트에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시위를 한다.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기본권에 보장된 방법으로. 

‘프라이데이 포 퓨처’의 학생들도 빠지지 않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번엔 일주일 시위다. 이들은 ‘금요일로 부족하면 일주일 내내!’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학교에서부터 착실히(!) 파업과 시위와 연대를 배워온 이들에게 파업은 자랑스러운, 아니 너무나도 당연한 전통이다. 

※ 이유진씨는 6년째 독일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한국에서 세계일보 기자로 일했고 이후 독일 유학을 떠나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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