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가 총파업을 열었습니다. 여기엔 학교 급식 조리사, 고속도로 요금 수납원, 지자체 청소 노동자 등이 참여했습니다. 그 중 다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즉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무엇을 요구하는 파업인가?

그들은 △기본급 6.24% 인상 △교육공무직 법제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두 가지 요구 중 첫 번째, 기본급 6.24% 인상이라는 요구를 내건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공정임금제가 있습니다. 공정임금제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기업 노동자들의 8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것인데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공정임금제 개념처럼, 자신들의 기본급을 교내 공무원 중 가장 낮은 직급인 9급 공무원의 80% 수준을 받도록 올려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이들의 기본급은 평균 70% 수준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교육공무직 법제화는 초중등 교육법에 교사와 행정 공무원만 명시돼 있는데, 교육공무직에게도 이름을 붙여달라는 요구입니다. 물론 동시에 신분 보장도 가능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파업보도의 ABC는 지키고, 아이들 피해는 더욱 부각

우리 언론에서 노동자의 파업은 늘 고운 시선으로 보도되지 않습니다. 파업이 일어나면 으레 그렇듯 ‘그래서 왜?’를 자세히 알려주는 방송사는 없습니다. 늘 요구사항과 그에 대한 평가, 사측 또는 책임지는 당사자의 입장에 대한 평가는 뒷전이고 파업으로 인한 피해만을 강조하며 비난해왔습니다. 

이런 언론의 파업 관련 보도 프레이밍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라고 다를 리 없습니다. 다르기는커녕,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당사자가 우리 아이들, 학생들이 되는 사안이다 보니 전국 초‧중‧고교 급식과 초등학교 돌봄교실 운영 차질에 대한 우려는 매우 많이 보도되었습니다.

물론 기본급 인상과 신분 안정이 이들의 요구안이란 말은 어느 방송사든 다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9~10일, 파업을 중단하고 이뤄지기로 했던 교육당국과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교섭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요구가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뜻일 겁니다. 

게다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은 지난 2012년부터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거리로 나서게 된 이유엔 구조적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언론은 파업 상황과 그로 인한 시민 불편에만 ‘반짝’ 관심을 보였습니다. 물론 TV조선에서는 이보다 더 이상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보수 성향의 학부모 단체 발언만 내보내면서 민주노총과 노동자를 폄훼하거나, 현 정부 공약 때문에 파업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보도한 겁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편 다룬 보도가 가장 많아 

▲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다룬 ‘학교 비정규직 파업’ 보도 분류 (7월1~5일).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다룬 ‘학교 비정규직 파업’ 보도 분류 (7월1~5일).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이 있던 주 초반인 지난 1일부터 파업이 마무리된 5일까지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총 61건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부분 △공공부문‧학교 비정규직 파업 시작 △급식‧돌봄교실 운영 차질 여부 △파업 상황 및 마무리 소식 등을 전하는 식으로 전개됐습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시민들의 불편을 우려하거나, 파업 상황을 알려주는 보도였습니다. 시민들의 불편을 다룬 22개 보도 중 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급식 대란’, ‘돌봄 차질’, ‘학부모 불만’ 등을 제목으로 뽑거나 내용에서 이를 다뤘습니다. 일례로 TV조선 <2800곳 급식 중단… 점심은 빵‧도시락>(7월3일, 정은혜 기자)에서는 점심시간에 맞춰 직접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학부모를 따라가 인터뷰하거나 새벽부터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는 학부모의 집을 찾아가 불편함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기자가 직접 한산한 급식실 안에 들어가 빈 조리도구를 보여주기도 하고, 학교 앞 편의점을 찾아가 컵라면을 먹고 있는 학생들을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채널A <2800개 학교 급식 차질…“차라리 요리수업”>(7월3일, 이지운 기자)에서도 학교 현장의 불편함을 보도했습니다. 채널A는 빵이나 떡, 두유를 받은 학생이 “선생님 저 이거 안 먹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파업 과정에서 시민들의 불편함이 뒤따르기 때문에 하나의 현상으로 보도할 수는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파업으로 불편을 겪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인 데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불편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편’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면 거리로 나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들이 무엇을, 왜 말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불편을 초래하는 사람들로만 그려지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TV조선은 파업이 끝난 5일까지도 ‘급식 차질이 빚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자들이 파업 과정에서 불편함만 찾으려 애썼다면 제대로 된 비판이 아니라 이간질 거리를 취재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 학생‧학부모 불만을 여러 사례에서 취재한 TV조선 (7월3일)
▲ 학생‧학부모 불만을 여러 사례에서 취재한 TV조선 (7월3일)

 

JTBC외엔 ‘교육공무직’이란 숲 대신 ‘기본급 인상’ 같은 나무만 보여줘

파업이 진행되는 내내 시민들의 불편함만 보도한 것은 아닙니다.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나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과 동료들의 목소리, 그리고 가장 중요한 ‘파업 이유’를 알려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 맥락을 알려준 방송사는 JTBC를 제외하곤 없었습니다.

8개 방송사 모두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가 무엇인지까진 보도했습니다. KBS <처우 여전… ‘제대로 된 정규직’ 요구>(7월2일, 최광호 기자)와 같이 따로 하나의 리포트로 만들거나, TV조선 <5만명 모레부터 전면 파업… 급식 대란?>(7월1일, 이채림 기자)과 같이 리포트 안에서 “이들은 기본급 6.24% 인상과 정규직 대비 근속수당, 명절휴가비 등의 차별 해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라며 한두 줄 언급하는 식입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를 전하는 것 자체는 파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때문에 필요합니다. 그러나 노조의 요구만 따로 뚝 떼어 전하면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무엇이 문제 해결의 걸림돌인지 가려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파업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임금 인상’과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입니다. 국가 예산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와 관련 있는 문제들인 셈입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에 대한 맥락, 그리고 왜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졌는지 보여줘야 합니다. 이들의 요구만 앞세우면 문제 해결은 요원해집니다. 실제로 학교 비정규직 파업과 관련된 기사들에는 ‘터무니없는 요구’, ‘시험 보고 정규직 된 사람과 다르다’, ‘무기계약직인데 왜 파업하느냐’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합니다. 언론의 보도 때문에 시민들의 반응이 냉담하다고만 볼 순 없겠지만,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번 파업 관련 보도들은 교육공무직의 노동 환경이라는 숲이 아닌, 학교 비정규직의 올해의 요구라는 나무만 보여준 것과 다름없습니다. 

61건 중 단 1건… 왜 교육공무직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나

61건 중 단 한 건만이 맥락을 보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JTBC <2012년 이후 5번째 파업… ‘파행’ 되풀이 원인은?>(7월2일, 서효정 기자)에서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은 2012년 이후 다섯 번째인데 왜 파업이 되풀이 될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번 파업에서 노동자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알려준 다음, 손석희 앵커는 “이게 아까 말씀드린 대로 다섯 번째가 됩니다. 전혀 그러면 그동안에는 해결된 게 없었습니까? 있기는 있죠?”라고 물었습니다. 서효정 기자는 “전국학교비정규직 노조가 파업한 사례를 보면 지난 2012년에 파업의 결과로 교통비와 자녀 학비 보조수당 등이 새로 생겼습니다. 2014년에는 근속수당을 1년에 2만 원으로 올렸고 2016년에는 상여금을 신설하고 명절휴가비가 인상이 됐습니다. 2017년에는 근속수당이 3만 원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기본급이 인상된 적은 없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한국의 기형적 임금체계인 ‘낮은 기본급’ 문제가 교육공무직에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JTBC는 교육공무직법이 없는 상황이 잦은 파업으로 이어진다는 노조의 주장도 전했습니다. 서효정 기자는 “지금은 지역별로 따로 교섭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교육공무직이 법제화되면 “17개 시‧도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한 번에 교섭하는 게 의무가 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즉, “어떤 지역에서는 이 수당을 올리기로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되지가 않아서 파업이 끊이지 않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라며 파업이 자꾸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한 겁니다. 

물론 노조의 요구에 대한 교육청 입장도 전했습니다. 서효정 기자는 “교육당국은 어쨌든 교부금 등 교육청 예산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또 이들한테 월급도 주고 하는데 사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임금 인상은 조금 부담이 된다, 이런 입장을 표명을 했습니다. 가용할 수 있는 돈을 감안했을 때 자신들이 제시한 안이 1.8% 인상이라는 건데요. 신분 문제도 사실은 법을 바꿔야 되는 문제인 만큼 국회 논의나 이런 것들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예산이든 법이든 다 국회가 필요한데 지금 국회는 잘 안 돌아가고 있으니까 안타깝기는 하죠”라고 마무리했습니다. 

즉, 교육공무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한 것입니다. 단순히 교육청과 노조의 교섭만으론 한계가 있음을 JTBC가 명확히 했습니다. 국회가 예산 심사 과정과 입법 과정에서 교육공무직에 관심을 쏟아야 반복되는 파업과 학생‧학부모의 불편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연합뉴스 <학교비정규직 파업 ‘역대 최대규모’…“매년 되풀이 막아야”>(7월5일, 이효석 기자)에선 좀 더 구조적 문제를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조직‧운용 체계 없는 교육청 △인건비 산정 및 교부방식 개선 필요한 교육부 △공정임금제 용역 연구 결과 이후에도 후속 조치 없는 교육부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영어 공교육 강화’를 내세우며 영어 강사를, 박근혜 정부 때는 ‘학교 체육 활성화’를 강조하며 스포츠 강사를 늘렸고 이외에 시‧도 교육청별로 필요에 따라 채용하다보니 교육공무직 직종의 수가 다양하고 형태도 모두 다른 상태입니다. 그러니 이들의 임금 수준에 대한 숙고와 논의는 없었습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영양사·사서·상담사 등 자격증이 있는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학교 비정규직 대부분은 월평균 164만2천원 가량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2019년도 경기도교육청 생활임금 및 교육공무직원 임금’을 보면 교육공무직의 다수를 차지하는 행정실무사‧조리실무사 등의 기본급은 월 165만7천원 정도입니다. 교육청마다 다를 순 있지만 비슷한 수준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천150원인데, 기본급이 이보다 적은 겁니다.

▲ 2019년도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교육공무직원 임금
▲ 2019년도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교육공무직원 임금

 

물론 모든 방송사가 이런 맥락에 관심 가지는 게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시청자와 시민들이 여기저기로 조각난 팩트와 맥락을 찾아나서야 비로소 이 파업이 이해된다면, 이는 언론으로서 직무유기 아닐까요. 특히 8개 방송사의 61건의 보도 중 단 한 건에서만 이러한 맥락이 전달됐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공영방송과 지상파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부분입니다.

‘학부모들 파업에 불만’이라고 해놓고 보수 단체 입장만 

이번 파업으로 학부모들의 불편함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TV조선에선 학부모들의 목소리라면서 보수 단체 입장만 내놨습니다. TV조선이 이번 사안을 다루면서 계속 인용했던 학부모 단체는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이하 전학연)이었습니다. 전학연은 2016년 6월 출범한 보수 성향 학부모단체입니다. 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학생인권조례 폐지, 전면무상급식·전면무상보육 반대, 전교조 해체 등을 주장해왔습니다.

TV조선 <돌봄교실도 차질… 맞벌이 부모 ‘분통’>(7월3일, 김달호 기자)에서는 학부모 단체들이 민주노총을 비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학부모 단체들은 대응 집회를 열고 민주노총이 아이들 급식을 정치 문제로 변질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라고 리포트를 소개했고,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전학연의 시위 모습이 등장했습니다. “급식대란 주도하는 민노총은 해체하라!”고 소리치는 전학연 관계자들의 모습과 함께 이경자 전학연 대표가 “엄마들이 왜 민노총과 싸워야 됩니까. 정치 급식으로 변해버린, 그리고 그 뒷배를 보는 민주노총과의 싸움을 시작하는 겁니다”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음 날도 비슷합니다. <오늘도 빵과 도시락… 이틀째 급식 차질>(7월4일, 황선영 기자)에서는 신동욱 앵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어제에 이어 오늘도 급식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급식에 차질을 빚는 모습을 보여준 뒤, 전학연 시위를 또 다시 보여줬습니다. 이 시위에서 이경자 전학연 대표가 “우리는 저런 싸움꾼 노동자들이 만드는 밥 우리 자식들에게 먹이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TV조선이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의 민주노총 비판을 기사로 쓴 TV조선 (7월3일)
▲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의 민주노총 비판을 기사로 쓴 TV조선 (7월3일)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기 때문에 학부모 단체가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이 인용한 발언 내용을 보면 학생들의 급식과 돌봄교실 차질을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노총을 적대시하고, 시위에 나온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폭력 집단처럼 매도하고 있는 발언입니다. 이는 인용한 단체 성향과 무관하게, 학부모들이 아이들 끼니와 교육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을 전달하는 게 아닌 겁니다. TV조선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을 민주노총과 노동자 혐오에 악용했습니다. 이를 위해 ‘학부모 단체’라는 포장지로 민주노총과 노동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내보내면서 마치 일반 학부모들 전체 의견인 양 보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TV조선은 학부모들의 걱정이라며 줄곧 전학연의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사흘째 급식 차질…내주 복귀>(7월5일, 최민식 기자)에는 전학연 박인 사무국장의 발언이 들어갔고, 지난 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하자 낸 보도 <학교 비정규직 내달 총파업 예고… 급식 어쩌나>(6월18일, 정은혜 기자)에서도 이경자 대표의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TV조선이 아는 학부모 단체는 전학연 밖에 없는지, 어째서 이번 파업과 관련해서는 모조리 전학연을 취재해 학부모 의견으로 일반화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비정규직 파업이 공공부문 정규직화 때문?

TV조선, 채널A, MBN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이 이번 파업의 원인이라는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교육당국의 비정규직 양산 체계, 낮은 기본급 등은 모조리 무시하고 공약을 안 지킨 게 문제라며 엉뚱한 곳을 때리고 있는 겁니다.

TV조선 <‘무늬만 정규직’ 전환이 총파업 불렀다>(7월4일, 이채림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이번 사태의 뿌리를 따라 올라가 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완전히 정규직화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장밋빛 약속은 2년 여 만에 총파업으로 돌아왔고, 어두운 우리 경제 현실에 또 하나의 큰 짐이 되게 됐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파업하는 노동자들의 여러 요구 사항 중 하나가 ‘공약을 잘 지켜라’ 일 순 있지만 그것이 파업의 뿌리는 아닙니다.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원인은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요구하는 데 있지, 정부를 무턱대고 욕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총파업 원인이라는 TV조선 (7월4일)
▲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총파업 원인이라는 TV조선 (7월4일)

 

이어 이채림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았던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럼에도 아직까지 인천공항공사마저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파업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회사 직원들은 고용형태만 안정됐을 뿐 모회사와 처우 차이가 너무 크다고 불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포장만 정규직이 아닌, 정규직과 차별 없는 노동 환경과 대우를 제공하라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인 겁니다. TV조선이 이를 전했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무늬만 정규직인 상황에 대한 반발임을 짚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TV조선은 기사 끝에 “무책임한 정부의 장밋빛 구호가 결국 부메랑이 돼 비정규직 연대파업으로 돌아온 셈입니다”란 말을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앵커의 시선/비정규직 제로 선언의 역습>(7월4일, 신동욱 앵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을 문제 삼으며 이러한 공약이 나와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정치인, 특히 대통령의 말은 대단히 신중해야 합니다. 이번 일 역시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는 게 불과 2년 여년 만에 확인된 셈이지요.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약속을 했으니 지키라고 요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아이들의 급식이 중단되고 고속도로가 막히고, 또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르는 이 불안한 상황은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빙산의 일각만 보고 보도한 경우란 말이 딱 맞습니다. 현 정부의 미온한 대처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분명 있지만, 파업이 정부 탓이라고 하면 바닷물 아래의 전체 빙산은 못 보게 됩니다. 의무 급식 실시, 교육 과정 다변화 등 학교 현장의 내‧외부 변화에 급하게 대응하느라 현장에선 마구 비정규직이 증가해 왔습니다.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위해서라도 학교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여기엔 이를 어떻게 보도할지, 언론사들의 고민도 보태져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7월 1~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 문의 : 조선희 활동가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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