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은 교육, 사회, 문화분야 대정부 질문으로 ‘언론’ 분야도 포함된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JTBC의 감자 신청에 의혹을 제기했다. 

11일 종합일간지, 경제지 가운데 이 질의를 기사화한 신문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뿐이다. 이들 신문은 종합편성채널을 겸영하는 매체로 JTBC의 경쟁자다. 사업적 이해관계가 ‘기사 가치’ 판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감자는 자본금을 일정 비율로 줄이는 조치다. JTBC는 지난달 회사 주식 1억1501만5000주를 1140만1500주로 감자한다고 공시했다. 기존 주식 10주를 1주로 병합해 자본금을 5750억원 규모에서 575억원 규모로 줄였다. 

조선일보는 4단 기사 “야 ‘JTBC 무상감자 결정은 경영권 편법승계 목적’”을 통해 이 문제를 자세하게 다뤘고 강력한 비판 발언을 인용했다. 이는 1단으로 된 동아일보 보도 “JTBC 자본금 10대1 무상감자 신청 국회서 논란”과 온도차가 있다.

▲ 12일 조선일보 보도.
▲ 12일 조선일보 보도.

박성중 의원은 “감자 후 연말쯤 오너 일가 또는 우호적 자본 약 500억원을 투입해 대주주 지분율 높이기로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자본 잠식된 회사가 대주주 지분 포기 없이 감자해서 결손금 다 털고 대주주 출자로 지분율 높이고 회사도 견실하게 포장해서 상장하는 신종 분식회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성중 의원은 “JTBC의 경영부실에 대해 최대 주주인 중앙홀딩스의 홍석현 회장, 등기이사인 손석희 대표가 어떤 책임을 진 적이 없다. 손 대표가 김모 기자 폭행 및 회유 사건 등 각종 추문에도 홍 회장이 감싸는 이유는 손 대표가 정권과의 연락통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박성중 의원은 JTBC의 감자가 ‘신종 분식회계’라고 주장한 다음 감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손석희 대표가 정부와 ‘연락책’이라는 정치 공세로 발언을 이어갔다. 앞서 언급한 발언 일체를 조선일보는 기사화했다. 

JTBC의 ‘감자’는 종편 출범 후 처음 있는 일로 이례적인 조치이고 방통위가 이를 허용한다면 논란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경영권 승계’와 ‘친 정부 언론 봐주기’ 주장은  분명한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이 문제를 취재한 미디어스에 따르면 JTBC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감자를 신청한 측면이 크다. 미디어스 기사에서 JTBC는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신규 자금 확충을 통해 시장 내 경쟁력 있는 재원을 확보해 나가야 하므로 감자 추진 후, 외부 투자 재원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는 빠진 JTBC의 입장이다.

▲ 12일 한겨레 보도
▲ 12일 한겨레 보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모두 이낙연 총리가 “엄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고만 보도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낙연 총리는 “우선 제가 이 관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경영부실에 경영진에 책임 피했다는 지적에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고 JTBC가 현 정부 우호언론이라고 봐주는 거 아니냐는 지적에 “처음 듣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 끝에 방통위가 엄정하게 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이 나왔다.

이날 대정부 질문에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조선일보는 JTBC 논란만 보도한 채 자사 비판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이낙연 ‘불확실한 국내 보도로 일본이 보복... 개탄스럽다’”를 보도했다. 이낙연 총리는 “일본 측이 근거로 삼았던 자료가 국내의 불확실한 보도 또는 정치권의 유출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조선일보가 한국에서 전략물자 불법 수출이 3배나 늘었고,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보도한 내용을 일본이 이용하면서 논란이 됐다. 오노데라 일본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이 보도를 인용해 한국의 불법 유출이 급증했다고 말했고 일본 언론 역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포털 다음 기준 JTBC 감자 이슈를 언급한 보도는 조선, 동아 외에 오마이뉴스, 뉴데일리, 미디어펜 등 세 곳이다. 반면 이낙연 총리의 지적을 언급한 언론은 MBC, JTBC, 연합뉴스, 서울신문, 프레시안, 중앙일보 등 10곳이 넘었다. 무엇이 더 중요한 언론 분야 뉴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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