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동자 파업에 대한 불법 직장폐쇄 이래 유성기업의 노조탄압 문제가 9년째 이어지는 배경을 짚는 자리가 열렸다. 언론은 이 자리에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는’ 보도로 고용노동부‧검찰과 함께 노조탄압을 지속시킨 핵심 주체로 꼽혔다.

유성범대위(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현대차자본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승리 범시민대책위원회)와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유성기업 노조탄압, 왜 9년째 이어지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지난 2011년 현대자동차 부품협력업체 유성기업에 주간연속 2교대제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유성기업은 이에 2시간 만에 직장폐쇄에 돌입했다. 사측은 용역을 투입해 노조원들을 물리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났다. 이후 사측은 쟁위행위에 참가한 노조원들을 해고하고,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복직한 이들을 다시 해고했다. 제2노조를 만드는 데 개입하기도 해, 법원은 유성기업의 직장폐쇄와 부당노동행위, 제2노조 설립에 각각 위법‧유죄‧무효 판결했다. 노조파괴에 개입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간부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정훈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장은 “유성 노조파괴는 이명박 정부가 기획한 국가폭력이라고 단정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노동부 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결과 청와대 파견 노동부 공무원이 당시 창조컨설팅 작성 문건을 전달받았고 △창조컨설팅과 국정원‧청와대 관계자가 소통한 이메일 문건이 압수수색으로 밝혀진 점 등을 들었다.

▲유성범대위(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현대차자본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승리 범시민대책위원회)와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유성기업 노조탄압, 왜 9년째 이어지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유성범대위와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유성기업 노조탄압, 왜 9년째 이어지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의 왜곡보도도 이맘때 시작됐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결정을 신호탄으로 봤다. “당시만 해도 유성기업 규모의 회사가 노조 파업 2시간 만에 직장폐쇄와 물리진압에 돌입하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언론사들이 이를 보도했다. 그해 7월 방통심의위는 MBC와 KBS 라디오 프로그램이 유성기업 파업을 다루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권고’ 결정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제정임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KBS 주례연설에서 ‘연봉 7000만원 받는 근로자들의 불법파업’이라고 단정했다. 방통심의위가 진짜 심의를 하려면 허위사실을 말하고 내보낸 이 대통령과 방송사를 심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언론이 ‘자기검열’에 들어갔다. 윤여진 이사는 “언론은 이 사회의 노동자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기업이 어떻게 노동자의 법적 권리행사에 불법으로 대응하는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위기와 시민불편 등을 동원해 시민과 이들 사이 간극을 벌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바뀌고 언론지형이 달라진 뒤에도 보수언론 중심으로 단순 왜곡을 넘어 노조혐오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안을 둘러싼 왜곡보도의 특징은 9년 동안 쌓인 사건의 맥락 가운데 “딱 한 순간, 그 중에서도 한 구절만 가져와 부각한다”는 점이다. 윤 이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제목 표현과 전체 맥락을 왜곡해 공격하는 교묘한 방식의 보도다. 기사를 읽는 시민들이 ‘야,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노조가 이상해 보이게 만든다”고 했다.

토론회가 열린 이날도 조선일보는 ‘“심리치유 휴가 달라”며 또 파업선언한 유성기업 노조’란 제목의 기사를 12면에 보도했다. 이 지회장은 △노조가 아닌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성기업에 우울증 환자 휴가 부여를 권고한 사실 △‘어용노조 해체와 관련자 징계’ 요구는 고등법원의 제2노조 설립무효 판결에 따르라는 정당한 요구라는 점 △지난해 ‘유성기업 폭력사건’에서 임원이 입은 부상은 전치 12주가 아닌 5주 부상이란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왼쪽)와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 지회장. 사진=김예리 기자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왼쪽)와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 지회장. 사진=김예리 기자

이 지회장은 “보수언론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받은 내용을 아직도 낸다”며 “노조원들을 죽이는 보도가 눈앞에서 나오지만, 사측과 현안에 대응하는 데만도 벅차 언론만을 상대로 반박하고 정정 요구할 여유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와 언론인권센터는 지난해 악의적 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반론보도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를 상대로는 반론보도를, 채널A와 MBN 보도를 상대로는 정정보도를 받아냈다. 42개 인권단체는 지난해 말 공동성명을 내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난 화재사건을 두고 ‘노조의 회사임원 폭행’과 연관지은 보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지회장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9년 간 싸움 전체를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고 일부분이 사안의 실체인 것처럼 뒤집는 보도가 노조원들을 두 번 죽였다고 본다”며 “전체를 안 뒤에 보도해야만 언론이 노조파괴의 종지부를 찍는 보도를 할 수 있다. 종지부를 찍을 중립적 보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언론 보도에도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 윤 이사는 “언론사들은 자사 보도로 노조로부터 소송을 당할 거란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며 노조 차원에서 언론중재위원회와 소송 등을 활용해 대응할 것을 제언했다. 그는 “언론중재위는 신속한 조정 중심이라 보도 이면의 맥락과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진 못하지만, 왜곡보도가 점점 심화하는 사태를 막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성기업 관계자는 “유성기업이 2012년 2월 이후 ‘노조파괴’를 했다는 주장은 현재 재판 중으로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다”고 미디어오늘에 밝혔다. 노조파괴 과정에서 정부기관과 유착 의혹을 놓고는 “창조컨설팅 노무사 1명이 임의로 의견 개진한 문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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