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1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정의당에 더 이상 선거 패배주의는 없다”며 “반드시 2020년 원내교섭단체가 돼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공동원내교섭단체 구성으로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고 진보정당 역사상 첫 상임위원장을 배출했고, 지방선거에서 10% 가까운 득표로 11개 지역 광역의원을 배출하고, 정당지지율 두 자리 수를 넘겼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패스트트랙을 결국 성사시켰고, 모든 정당 대표가 총력을 다 했던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일. 그 길목마다 당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국민들의 성원으로 정의당을 차곡차곡 성장시켜 왔다”고 그간 성과를 자평했다.

정의당 내부에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로 “선거 때만 되면 찾아오던 정의당 내부의 패배주의가 상당부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당 이후 고된 시간을 보내며 ‘과연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나아질 수 있을까’ ‘선거 결과에 따라 정의당 생존이 달려있다’는 예단이 많았고, 그런 패배의식은 대선을 성과 있게 치른 이후에도 계속됐다. 제가 당대표가 되기 전 ‘다음 당 대표는 지방선거가 무덤이 될 것이다’는 말이 떠돌았다”며 “도전을 피하지 않았던 우리에게 이제 패배주의는 더 이상 고민이 아니다. 부족하고 갈 길이 멀지만, 당과 당원들은 그 다음의 정의당, 또 그 다음의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고 준비하는 것에 훨씬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당 대표 퇴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당 대표 퇴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대한민국 여성 국회의원이라면 한국사회의 유리천장을 뚫고 나온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번쩍번쩍한 금배지 안에서도 또 다른 유리천장은 늘 존재했다. 국회에서도, 공직사회에서도, 진보정당 내에서도 다르지 않았다”며 여성 정치인으로서 소회도 밝혔다. 그는 “어정쩡한 50대 초반, 초선에 비례대표면서 당대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것에 못내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또한 여성은 ‘센 언니’가 되지 않으면 여성국회의원일뿐 그냥 국회의원이 아니라는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권영길, 강기갑으로 대표되는 진보정치가 있었다. 그 이후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노회찬,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한국사회 진보정치가 있다. 그러던 와중 노회찬 대표가 황망히 우리 곁을 떠났다”며 “회의장을 들어서는 일도, 사진을 보는 일도, 당의 기쁨과 승리 앞에서도 그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그러나 저는 물론 정의당의 모든 당원들은 노회찬이 남겨준 6411의 정신 그대로를 안고 앞으로의 길을 걸어 갈 것이다. 내년 총선을 지나 정의당이 10살을 맞이하는 2022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라던 그 말씀 위에 당을 우뚝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인천 연수구 을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할 예정이다. 그는 당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기자 질문에 “100%”라고 자신감을 내비치는 한편 “정의당의 이름으로 당선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등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진보정치가 재선 국회의원을 반드시 만들어야 지속가능성, 확장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창원성산 선거를 이끌어 본 경험이 있다. 이 선거는 절대로 져서도 질 수도 없는 선거라는 각오를 가지고 뛰었고 그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같은 마음으로 인천 연수구 을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꼭 승리의 기쁨을 안겨다 드리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등이 정의당을 향해 붙인 ‘민주당 2중대’라는 꼬리표에 대해서 그는 “인정하지 않는다. 무작정 민주당이 하는 일에 밀어주고 박수쳐주고, 제 머리 속에는 그런 기억이 하나도 없다”며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보고, 뜯어보고, 그것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되는가 아닌가에 따라서 판단해 왔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수십 년 동안 현재의 구도로 대한민국 정치가 형성이 돼 왔기 때문에 제 3당, 제 4당이 입장이 저 당에 가까우면 2중대, 다른 당에 가까우면 배신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정말 옳지 않은 ‘프레임’이라고 본다”며 “20대 국회는 국민들이 만들어준 다당제 국회다. 정의당은 이제까지 정의당의 길을 왔고, 민주당 2중대라는 프레임을 떨쳐내기 위한 2년이었다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고 강조했다.

당대표로서 20대 국회를 향한 마지막 당부도 전했다. 이 대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제대로 굴려야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공수처와 선거제개혁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정개특위를 제대로 굴려나가지 못하면, 공수처도 선거제도 개혁도 다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20대 국회는 철저한 빈손국회, 촛불개혁에 반하는 국회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집권정당 입장에서 이 문제를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을 오늘 다시 한 번 촉구드린다. 시간이 없다. 빨리 결정해야 한다. (특위 활동기간) 연장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 답을 안내놓고 있으면 어떡하느냐”고 민주당 결단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취재진을 향해 “기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하다. 6석에 불과한 작은 정당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고, 그것이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 때 정의당의 목소리를 대변해준 여러분에 대해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지난 2017년 7월13일 취임한 이 대표는 정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했고,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대표단으로 평양에 방문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정의당이 반대 입장을 밝힌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정의당 ‘데스노트’(death note)에 오르면 낙마한다는 정치권 속설이 기사화된 바 있다. 이 대표 재임기간 정의당 노동상담소 비상구 2기 성과로는 △이랜드 외식사업부 310억 △넷마블 44억 △피자헛 5억2000만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5309명 임금체불 86억원 등 체불임금을 받아낸 것과 △국방부 간접고용 민간노동자 2688명 직접고용 △파리바게뜨 및 네이버 노동조합 설립 지원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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