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메신저로 직장 동료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대화를 하거나, 동료의 성적 행실을 소문내는 행위는 ‘사적인 대화’가 아닌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 1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시정권고한 성희롱 사례들을 모아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제8집’을 발간했다.

37건의 사례에는 업무 시간 중 남성 직원들끼리 사무실 컴퓨터에 설치한 메신저를 이용해 동료 여성 직원들을 성적으로 비하한 건이 포함됐다. 피해자가 업무대행 중 이용한 가해 남성들의 컴퓨터를 통해 피해 사실을 발견하고 인권위에 진정한 건이다.

인권위는 “일반적으로 메신저를 통한 일대일 대화는 사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봐 조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례는 진정인들과 피진정인들이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피진정인들이 업무시간 중 업무기기를 활용해 은밀하게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대화를 한 것은 일반적인 사적 영역의 대화와는 다르다고 봤다”며 “이러한 유형의 성적 언동도 근로환경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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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을 두고 ‘신혼부부 같다’, ‘행동 잘 하고 다니라’는 등 지속적으로 성적 행실을 내포하는 표현이나 소문을 퍼뜨린 경우가 성희롱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인권위는 “부적절한 관계를 연상시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이를 유포하고 그러한 소문 책임을 오히려 진정인(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진정인에게 성적 굴욕감 뿐 아니라 인격적 모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이러한 경우는 “성적인 행실을 내포하는 표현이나 소문이 여성에게 더 불리하고 치명적인 현실을 악용해 진정인에게 적대적이고 모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행한 것이거나, 결과적으로 직장 내 진정인의 업무환경을 상당히 악화시켜 고용상의 불이익을 야기한 행위”라는 점에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권위는 “오늘날 성희롱 문제는 친밀감의 표시 또는 개인간의 내밀한 영역이 아니라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 성 차별이자, 성적 괴롭힘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인권위 설립 이래 2017년 12월31일까지 처리된 성희롱 사건 2334건 중 시정권고가 이뤄진 209건의 경우 당사자 간 관계가 직접고용 상하관계인 경우가 65.6%로 가장 많았다. 성희롱 행위자의 경우 대표자, 고위관리자, 중간관리자가 63.6%인 반면 피해자는 평직원이 72.4%로 나타났다.

법적 직접고용 관계에서 벗어난 경우에도 다양한 유형의 성희롱이 인정되고 있다. 학습지회사와 위탁사업자인 학습지교사의 특수고용 관계도 업무관련성이 인정돼 성희롱 시정권고가 이뤄졌으며, 공공기관 소속 봉사회 회원 또한 공공기관 종사자로 판단해 봉사회 회원 등이 참석한 회식장소에서 발생한 성적언동을 성희롱으로 판단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또한 컨설팅 업체, 초등학교·대학 등 교육기관, 요양원, 병원, 커피전문점·레스토랑 등 아르바이트 현장, 수영강사의 교육생에 대한 성희롱 등이 사례집에 담겼다.

인권위는 “성희롱에 대한 국민적 감수성이 많이 높아졌음에도 사회 전반에 걸쳐 성희롱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어,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인식 개선과 교육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결정례집이 성희롱 예방 및 인식 개선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제8집’은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정책정보-결정례-결정례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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