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지난 9일 서울시내 자율형사립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대상 13곳 가운데 8곳에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히자 10개 주요 종합일간지 중 8곳이 관련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서울신문·한겨레·한국일보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와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평가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교육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동아일보·문화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는 자사고 폐지에 반대 입장이다. ‘자사고가 무더기 재지정 취소되면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조선일보)라거나 ‘일반고 경쟁력을 그대로 둔 채 자사고만 없애려는 건 모두가 하향 평준화하자는 것’(동아일보)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자사고를 폐지하면 고교가 하향평준화 될 것이라면서도 ‘강남 8학군 부활론’도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평등교육을 명분으로 자사고를 폐지했지만 강남 8학군이 부활하면 교육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 10일자 동아일보 사설.
▲ 10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가 밝힌 대로 서울지역 22개 자사고 대부분이 비강남권에 있는데 강북의 자사고가 폐지된다고 우수 학생이 전부 강남으로 이사 갈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며, 설사 강남 8학군이 부활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동아일보의 ‘하향평준화’ 주장과 배치된다.

차라리 “자사고가 사라진다고 고교 서열이 사라지거나,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입시 경쟁이 해소되고 사교육비가 줄진 않는다”는 지난달 27일자 국민일보 사설이 더 솔직하다. 

국민일보는 “현장에선 이미 자사고 이후의 새로운 서열을 그리는 중이다. 까닭은 대학입시에 있다. ‘입시 명문고’란 기이한 타이틀은 언제나 있었고 역대 어떤 교육정책도 입시 경쟁을 완화하지 못했다”며 “자사고가 입시 경쟁을 부추긴다지만 자사고 이전의 평준화 시절에도 늘 과도한 입시 경쟁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결국 ‘자사고를 폐지하더라도 고교 서열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반대 논리지만, 자사고 폐지가 곧 고교 하향평준화를 가져와 교육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다른 보수 언론의 주장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짚고 있다. 

▲ 지난 2010년 6월10일자 조선일보 사설.
▲ 지난 2010년 6월10일자 조선일보 사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대학서열화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그 전 단계인 고교서열화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교서열화는 초·중·고 평준화를 통해 비교육적 입시 경쟁을 완화하려고 했던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흐름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자사고·특목고 등 고교 유형별로 수직 서열화되면서 사실상 고교 입시가 부활했고 그 결과 사교육은 이제 초등학교와 유치원으로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사걱세는 “일반고의 역량 및 교육력 강화는 분명 필요하지만 입학생의 성적에 의해 이미 서열화돼 있는 지금의 고교 체제 속에서는 선발로 인한 효과가 교육 효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일반고 역량 강화만을 통해 고교 격차를 줄이기는 어렵다”며 “고입 전형의 차별이라는 큰 구조 자체가 먼저 변해야만 의미 있는 고교 전체의 상향평준화 또한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내 자식은 외고’ 사람들이 전국 자사고 절반 폐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 자녀를 외국어고에 보낸 이들이 외고·자사고 폐지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남의 자식은 가지 말라는 것”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지난 2010년 6월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되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아들이 외고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을 때 “진보 교육감, 자식 외고·과학고 보낸 걸 왜 변명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자녀가 뜻을 세워 갈 곳을 정하면 부모로선 그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부모로서 내 자식은 외국인 앞에서 기죽지 않고 영어로 당당하게 자기 뜻을 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게 당연하다. 곽 당선자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부모가 똑같은 마음”이라며 “진보 교육감들이 아이들을 외고·과학고 보냈다는 건 절대 죄가 아니다. 변명할 필요도 없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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