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에 대한 악의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가운데 중학생이 직접 ‘팩트체크’에 나섰다.

이성철 부산 주감초등학교 교사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미디어교육 교사학습공동체 모임인 TTNM(The Teachers Network for Media) 주최로 열린 교육 콘서트에 참석해 중학생 ‘체커톤’ 사례를 발표했다. 

체커톤은 팩트체크와 마라톤의 합성어로 팩트체크 대회를 말한다. 이성철 교사가 동료 교사들과 함께 기획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5월24일 부산 백양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첫 대회를 열었다. 이성철 교사는 체커톤 기획 이유로 “핀란드에서 열린 ‘글로벌 MIL 유스 해커톤’이 있다. 참가팀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허위정보 등에 대한 과제를 해결하는 행사로 한국에서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팩트체크 대상은 뉴질랜드가 적극적인 페미니즘 정책을 내세운 결과 국가적 위기가 왔다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다. 이 같은 내용은 유튜브 콘텐츠 “한국 페미들이 사랑하는 뉴질랜드 페미니즘의 최후: 김치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을 비롯해 대동소이한 주장을 담은 뉴스엔뷰의 기사를 통해 유포됐다.

▲ 이성철 부산 주감초 교사. 사진=금준경 기자.
▲ 이성철 부산 주감초 교사. 사진=금준경 기자.

이성철 교사는 주제 선정과 관련 “많은 사람들이 본 대표적인 여성혐오 콘텐츠”라며 “아무 주제나 할 수 없어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 서비스에 나온 검증된 사안으로 했다. 이 콘텐츠는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톱이 검증했다”고 했다.

대회는 학생들이 직접 정보를 검색해 팩트체크를 하고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와 같은 6가지 척도를 제시하게 했다. ‘전혀 사실 아님’ ‘대체로 사실 아님’ ‘절반의 사실’ ‘대체로 사실’ ‘사실’ ‘판단유보’ 등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사실이 아니다’는 결론을 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한 팀은 세부 팩트체크 대상을 △ 뉴질랜드가 성평등지수 1위 국가다 △여성부를 최초 설립했다 △4대권력 기관장이 전부 여성들의 차지가 됐다는 내용으로 상정하고 팩트체크 결과 △성평등 지수 1위가 아니고 △여성부 최초 설립 국가는 프랑스이고 △4대 권력 기관장이 여성인 때는 2005년 한번 뿐이라고 밝혔다.

▲ 백양중 학생들이 만든 '반박 콘텐츠'
▲ 백양중 학생들이 만든 '반박 콘텐츠'

체커톤은 ‘검증’에 그치지 않고 ‘반박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성철 교사는 “팩트체크는 미디어를 구성하고 공유하는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학생들이 인스타그램을 많이 하니 각자가 만든 반박 콘텐츠를 공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성철 교사는 “의심할 수 없는 정답만을 강조하는 교육 풍토 속에서 무엇이든 의심하고 비판해 볼 수 있는 용기와 날카로운 시선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며 “문제 해결력 등은 꾸준히 강조하면서도 교육과정 문서에 ‘비판적 사고력’이란 용어는 한줄도 등장하지 않은 사회에서 가짜뉴스를 얼마나 거를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이 (이미 검증한) 뉴스톱 기사를 많이 찾아봤다. 대회인데 팩트체크 기사를 봐도 되는지 고민을 했지만 오히려 이런 자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이슈를 아이들 수준에서 쉽게 풀어주는 정보를 찾기 어렵다. 미디어업계가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팩트체크 자료를 내놓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