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주관 시상식에 왜 기업이 후원할까?
언론사 주관 시상식에 왜 기업이 후원할까?
기업 관련성, 홍보효과 없어도 “언론사와 관계 유지, 기사 게재·삭제 위해”

“경찰청과 중앙일보는 우리 지역의 범죄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주신 공공기관, 자치단체, 민간 사회단체, 기업재단, 청소년 단체 등 사회 각계의 우수사례를 선정하고 그 헌신에 보답하고자 ‘제4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지난 1일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경찰청‧중앙일보 주최, 중앙일보플러스 주관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 응모 공고다. 지역의 범죄 안전을 위해 헌신한 기관이나 단체를 선정하는 시상식이고, 종합부문에선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표창까지 주어지는 권위 있는 행사다.

이 시상식은 경찰청과 민간기관인 언론사가 공동주최하고 있는데도 단독 후원사가 있다. 국내 포털 사업자 네이버(NAVER)는 지난 2017년 1회 행사 때부터 매년 중앙일보 범죄예방대상 시상식을 후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네이버가 이 상의 선정부문 중 ‘기업사회공헌부문’에 선정됐던 것도 아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리가 경찰청과 별도로 함께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업무협약을 하고 있고 범죄 예방에 대한 사회적 의식 제고라는 측면에서 공익성을 고려해 후원을 하고 있다”며 “이것 외에도 네이버는 특정 시기 사회적 의미가 있거나 이슈가 되는 행사가 만들어져 후원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적 검토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지난 1일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경찰청‧중앙일보 주최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 응모 공고.
▲ 지난 1일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경찰청‧중앙일보 주최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 응모 공고.

기업이 언론사 주최·주관하는 행사에 후원하는 경우 공식적인 후원금은 행사를 진행하는 비용에 쓰인다. 행사 부스를 설치한다거나 브로슈어 제작, 상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소방·경찰·군인 등 제복 공무원을 대상으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주관하는 ‘영예로운 제복상’은 올해 두산그룹이 순직 소방공무원 가족이나 공상 소방공무원 중 생활이 어려운 대상자에게 주는 ‘위민소방관상’ 상금을 전액 지원했다. 

공익적 목적의 시상식을 언론사가 단독 혹은 정부기관과 함께 주관하고 기업이 협찬이나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후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각종 언론사 시상식과 콘퍼런스, 포럼 등이 너무 잦고 행사 규모에 따라 금액 부담은 큰데 기업 홍보 효과는 작다는 게 많은 홍보담당자, 광고주의 고충이다.

지난 2016년 10월20일 한국광고주협회가 개최한 ‘2016 한국광고주대회 특별 세미나’에서 이시훈·권오윤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발표한 광고주 협찬·후원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년6개월간 33개 언론사가 개최한 협찬 행사 수는 총 520회에 달했다.

이 기간 종합일간지는 282회의 행사를 개최해 월평균 15.6회를, 경제지는 130회의 행사 개최로 월평균 7.2회인 것으로 집계됐다. 520회 행사 중 언론사 단독 개최 행사가 270회로 가장 많았으며 언론사와 정부기관 공동주최가 96회, 언론사와 비영리기관 주최가 81회 순으로 빈도가 높았다.

▲ 지난 1월9일 채널A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시상식 관련 리포트 갈무리.
▲ 지난 1월9일 채널A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시상식 관련 리포트 갈무리.

문제는 광고주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언론사 주최 행사에 협찬·후원하는 이유로 ‘행사 성격이 우리 기업과 관련성이 높아서’(2.3)라거나 ‘기업명, 로고 노출 등을 통한 홍보 효과를 위해서’(2.48)라는 답변이 가장 낮은 척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상당수 기업 광고·홍보 담당자들은 ‘언론사와의 중장기적 관계 유지를 위해서’(4.57), ‘언론사 기자 또는 담당자의 권유를 이기지 못해서’(4.2), ‘기사 게재(또는 삭제) 협조를 위해서’(4.08) 낮은 홍보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언론사의 협찬과 후원 요청을 수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협찬 등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에서도 “낮은 효과에도 후원, 협찬 요청 강도가 강하고 행사 수가 빈번하며 한번 후원하면 매년 후원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토로했다. 후원금 집행의 불투명성도 문제다. 홍보 담당자들에 따르면 실제 기업 협찬금의 상당 부분은 언론사 수익으로 돌아간다. 기업이 언론사 시상식 상금 1억원을 후원하면 실제 수상자들에 돌아가는 상금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 지난 2016년 10월20일 한국광고주협회가 개최한 ‘한국광고주대회 특별 세미나’에서 이시훈·권오윤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발표한 광고주 협찬·후원 실태 설문조사 결과.
▲ 지난 2016년 10월20일 한국광고주협회가 개최한 ‘한국광고주대회 특별 세미나’에서 이시훈·권오윤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발표한 광고주 협찬·후원 실태 설문조사 결과.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언론사가 과도한 행사를 하는 이유는 기업 협찬을 받을 수 있는 수익 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 니즈(needs)에 부합하는 행사라면 모를까 대개의 경우는 언론사라는 이유로 필요 없는 행사임에도 기업이 어쩔 수 없이 협찬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익적이고 좋은 취지의 시상식 등 행사라면 얼마든지 기업이 자사 비영리 재단 등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면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굳이 관련성이 낮은 언론사 주최 행사에 협찬·후원사로 들어갈 이유도 없다. 

LG그룹 LG복지재단은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 2015년 ‘LG 의인상’을 제정했다. 이 상은 ‘의로운 행동으로 사회적 큰 반향과 공감을 일으킨 사람 또는 남다른 선행을 통해 사회의 귀감이 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이바지한 자’를 대상으로 연간 수시로 이슈 발생 시 심사해 포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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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7-10 17:31:40
삼성이 삼성장학생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지. 근데 네이버는 의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