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크롬 브라우저에 과도한 광고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탑재하면서 온라인 광고 수익에 의존해온 언론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구글은 9일(미국 태평양시 기준)부터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시행해온 광고 필터링 기능을 전세계로 확대했다. 차단 대상은 ‘더 나은 광고를 위한 연합’이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용자 접속 환경을 저해하는 광고다.

PC 기준 △팝업광고 △카운트 다운을 포함한 사전 전면 광고 △소리가 나오는 자동재생 비디오 광고 △거대한 고정광고 등이 해당된다. 모바일 기준 △팝업광고 △사전전면광고 △소리가 나오는 자동재생 비디오 광고 △카운트다운 포함한 사후전면광고 △30%이상 화면을 차지하는 광고 △지나친 주목을 끄는 플래시 광고 △거대한 고정광고 △전면 스크롤광고 등이 해당된다.

구글은 “궁극적 목적은 광고를 거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더 나은 웹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광고 게이트키퍼가 아닌 적절한 광고를 기획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웹 통계 전문 스탯카운터(Statcounter) 자료에 따르면 2019년 5월 기준 크롬의 PC 브라우저 점유율은 63%로 추정된다.

▲ 구글 필터링 대상 광고.
▲ 구글 필터링 대상 광고.

이 같은 광고가 발견될 경우 처음에는 30일 유예기간을 두고 시정토록 하고 이후 문제가 두 차례 반복되면 유예기간 없이 전면 차단한다. 이 경우 문제가 있는 광고 뿐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모든 광고를 차단한다.

온라인 광고를 제공해온 온라인 광고 업체와 이들 업체의 고객인 언론사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광고 업체들은 ‘크롬 차단’에 걸리지 않도록 테스트를 거치고, 자사 상품이 차단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영업에 나섰다. 언론사 관계자들은 구글이 제공하는 테스트 서비스인 ‘광고 경험 보고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웹 브라우저 성격에 따라 광고 설정을 다르게 적용하는 대행사와 언론사도 있다.

한국의 경우 해외보다 영향이 클 가능성이 있다. 유럽계 온라인 광고 분석 회사인 페이지페어(Pagefair)가 발간한 ‘2017 글로벌 애드블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PC·모바일 기기 사용자 가운데 애드블록을 쓰는 경우는 4%에 그쳤다. 이는 독일(29%), 인도(28%), 스웨덴(27%), 캐나다·덴마크(25%) 등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애드블록 이용률이 낮은 만큼 강제 차단의 충격이 클 수 있다.

구글은 미국 등에 적용해본 결과 영향을 받은 사이트의 규모는 1% 미만이라고 밝혔지만 한국의 경우 특수한 인터넷 언론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 언론사들이 광고를 화면 곳곳에 채운 다음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맞춰 기사를 써 사이트 유입을 노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언론사 온라인 담당자 A씨는 “최근 가독성을 해치는 광고를 정리했다. 테스트하니 문제가 없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 온라인 담당자 B씨는 “구글측 설명에 따르면 위반되는 광고가 있는데 막상 테스트 해보니 문제가 없었다.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인터넷 언론사 대표 C씨는 “PC의 경우 크롬 브라우저 유입 비율을 알 수 있는데 모바일은 ‘크롬 브라우저’가 아니더라도 크롬을 기반으로 하는 브라우저가 있다. 이게 포함되는지 여부에 따라 점유율 차이가 커서 어떻게 될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 구글 크롬 로고.
▲ 구글 크롬 로고.

결국 구글이 직접 만든 네트워크 광고 프로그램 애드센스(AdSense)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반발이 나온다. 구글은 애드센스 광고 역시 차단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과도한 광고를 차단하게 되면 배너 중심인 애드센스 주목도가 오르게 된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 D씨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온 온라인 광고업계 상황에서 구글이 ‘이용자 편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우월적 지위 남용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C씨 역시 “이용자 만족도가 명분이지만 이 브라우저를 통해 영리활동을 하는 모든 광고회사, 언론사에 영향을 미친다. 불공정 행위 아닌가. 크롬이 규제할 권한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A씨는 “내용 규제면 모르겠지만 이건 가독성 문제라 언론사들에게 명분이 강하다고 보기 힘들다. 구글에게 권한이 있냐는 건 논쟁지점이지만 가독성을 높이는 방안이기에 대중은 크롬의 손을 들 거다. (과도한 광고 문제를) 매체들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편 언론사 포털 제휴를 심사하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크롬 광고차단 정책 사례를 내부적으로 공유했다. 온라인 광고에 대한 글로벌 표준 사례를 파악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포털 제휴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