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 방은 없었지만 거짓말 논란이 남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 유난히 제3자가 많이 거론된 청문회이기도 했다. 검찰개혁과 관련 윤석열 후보자는 수사지휘권 폐지를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반발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8~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주요 장면은 다음과 같다. 

윤우진 의혹, 입증 못했지만 거짓말 논란으로

자유한국당은 2012년 윤대진 검사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이 석연치 않게 무혐의로 끝났다며 이들 형제와 친분이 있는 윤석열 후보자의 수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검찰 출신 이남석 변호사가 윤 전 서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윤석열 후보자 소개로 인사드린다는 내용이 있었고, 이를 인정하는 윤 후보자의 발언이 들어간 2012년 주간동아 기사가 근거였다.

윤석열 후보자는 “기자가 문자메시지가 있다면서 물었는데 나는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기사가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자는 자신이 소개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도록 했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남석 변호사는 윤대진 검사와 더 가까운데 내가 소개해줬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청문회 막바지인 8일 밤 11시40분 송고된 뉴스타파 보도가 상황을 반전시켰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2012년 윤 후보자와 기자 간 통화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 속 윤 후보자는 본인이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뒤 “변호사가 필요하겠다 싶어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남석이 보고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며 “윤석열 부장이 보낸 누구라는 문자를 보내게 했다”고 말했다.

▲ 8일 밤 공개된 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윤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과 상반된 2012년 기자와 통화 내용.
▲ 8일 밤 공개된 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윤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과 상반된 2012년 기자와 통화 내용.

 

김진태 의원은 9일 밤 12시경 뉴스타파 영상을 틀고 “하루종일 국민 상대로 소개한적 없다고 했는데 전부 자신의 목소리로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왜 하루종일 부인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조롱당한 느낌이다. 공개된 파일이 답변과 상반된다. 하루종일 거짓말을 했다”며 반발했다. 

윤석열 후보자는 “기자들이 자꾸 (내가) 소개했다고 얘기하니 그걸 전제해서 말했다”며 “소개라는 건 변호사 선임이 됐을 때를 말하는 건데 선임되지 않았다”고 했다. 윤 후보자는 당시 윤대진 검사를 감싸려 사실과 다른 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오신환 의원이 “구차한 변명”이라고 반발했고 잇따라 질의를 요구한 야당 의원들과 청문회를 중단하려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설명이 잘못된 게 있었으니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자 윤석열 후보자가 유감을 표명했으나 관련 질의는 청문회가 끝난 9일 오전 1시30분경까지 이어졌다.

황교안 노무현 양정철 ‘소환’

이번 청문회는 유독 청문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른 유명 인사들이 자주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략적으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겨냥했다. 윤석열 후보자가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황교안 당시 장관의 외압 정황을 폭로했고 삼성 떡값 의혹 당시 윤 후보자가 삼성 비자금 수사를 전담했다는 ‘연결고리’를 이용했다. 

오히려 공격을 해야 할 한국당이 ‘방어’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공안검사 출신 정점식 의원은 ”윤석열 청문회인지 황교안 대표 청문회인지 모르겠다”며 “황 대표가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결과 서울고법이 (떡값 의혹을 보도한) 한국일보 보도가 허위라고 판결했다”며 질의 시간 대부분을 ‘해명’에 활용했다. 이어 검사 출신 김도읍 의원 역시 황 대표를 향한 의혹이 재판에서 인정받지 못한 점을 부각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김용욱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김용욱 기자.

 

윤석열 후보자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밥을 먹은 사실이 한국일보 보도로 드러나자 한국당은 핵심 의제로 만들었다. 주광덕 의원은 “매우 부적절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완전히 물건너갔다”고 밝혔고 김진태 의원은 “양정철 원장이 총장 시켜준다고 그러더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에 대한 공세이면서 동시에 양정철 원장을 겨냥한 공격이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6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한국당이 양정철 원장을 고발한 사실을 두고 “곧 피의자가 될 사람을 몇 달 전에 만나서 대화한 게 적절한가”라고 추궁했고 윤 후보자가 (양 원장이) 고발될지 당시에 어떻게 아느냐”고 맞받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김진태 의원은 JTBC 태블릿 PC 조작 음모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JTBC 뉴스룸은 8일 이를 언급하며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이미 논란이 정리된 문제”라고 보도했다.

윤석열 검찰개혁 의지는?

윤 후보자의 최대 과제는 ‘검찰개혁’이다. 윤 후보자는 ‘직접수사 폐지’ ‘공수처 설치’에는 찬성하면서도 ‘수사지휘권 폐지’에는 부정적이었다. 

윤 후보자는 “수사지휘는 검경 간 소통 문제로 지휘 개념보다 상호 협력 관계로 갈 수 있는 문제”라며 “직접수사 문제는 검찰이나 경찰, 공수처 등 어디서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지휘권 폐지’보다 ‘특수부 축소’가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고 윤석열 후보자도 공감했다. 검사 출신 금태섭 의원은 정치 현안 관련 인지수사를 담당하는 특수부를 유지한 채 주로 민생 수사가 대상인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반대해왔다. 최근 버닝썬 등 수사에서 경찰의 유착 문제가 드러나면서 경찰 권력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측면도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무일 총장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반발한 점을 지적하자 윤석열 후보자는 “패스트트랙에 올라온 안은 확정된 게 아니라 의원들마다 서로 의견이 다르다”며 “실무자이자 전문가로서 좋은 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충분히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것이지 법안을 폄훼하거나 저항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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